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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7-16

카페서 통화하며 스마트폰 충전! [인터뷰]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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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보면 부족한 스마트폰 배터리 때문에 불편함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통화 중에도 배터리가 없어 고민하는 일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선 상태로 스마트폰을 계속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팀이 와이파이 존과 같이 특정 장소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50cm 이내에서는 기기의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충전을 할 수 있다.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 임춘택
임춘택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 임춘택

선도 필요 없고 방향도 구애받지 않고

기존에도 무선충전 방식이 존재하긴 했으나 송신기에 스마트폰을 고정시키는 접촉식 충전방식이었기에 충전 중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웠다. 비접촉식 충전방식 역시 10cm 이상의 거리에서는 충전이 힘들고 특정 방향에서만 충전을 시도해야 했다.

“무선충전 방식이 실생활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려면 스마트기기를 어떤 위치에, 어떤 방향에 놓든 항상 충전이 돼야 합니다. 저는 이를 가리켜 ‘6자유도’ 라고 불러요. ‘x, y, z’ 3차원의 위치와 ‘roll, yaw, pitch’ 세 방향에서 자유롭게 충전이 되기 때문이죠. 이것이 가능하려면 여러 개의 수신 코일을 배치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개발된 것들은 둥그런 루프코일을 직각으로 배치했어요. 부피를 크게 차지하는 입체구조가 문제가 됐죠. 스마트폰에 부착하려면 평면 구조로 납작해야 하거든요. 저희는 루프코일대신 젓가락처럼 길다란 다이폴코일, 즉 우리 말로는 쌍극자 코일을 사용했어요. 이를 십자형태로 만들어 3mm 두께로 얇게 만들었죠. 자유공간에 충전되면서 평면형으로 만든 것은 저희가 세계 최초입니다. 때문인지 지난 6월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전력전자 저널(IEEE Trans. on Power Electronics)에 실릴 수 있었죠.”

개발한 자유공간 충전방식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24시간 365일 지속사용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해진다. 기존의 접촉식 무선충전방식에서는 통화를 하면 충전이 중단되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통화 중에도 지속적으로 충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개발한 기술은 50cm 이내의 충전거리를 갖고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1W의 전력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실험적으로는 120cm 까지 무선충전이 되는 것을 확인했어요. 필요하면 2~3m 정도로 멀리 보내는 것도 가능하죠. 이미 7m까지도 10W의 무선전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송신기에서 요구되는 전력도 커지기 때문에 적절히 설계를 해서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보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0W급 광역 무지향성 무선충전 송수신 장치 ⓒ 카이스트
30W급 광역 무지향성 무선충전 송수신 장치 ⓒ 카이스트

무선기기 대체 시대, 배터리 문제 해결 시급

연구를 진행한 이유를 묻자 임춘택 교수는 “현대 사회는 무선기기가 유선기기들을 대체해 가는 시대”라며 운을 뗐다. 이러한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무선통신과 더불어 에너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선통신은 속도나 편의성면에서 획기적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는 배터리 외에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에요. 무선전력이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먼 거리에 자유롭게 공급될 수 있다면 배터리 의존을 대폭 줄일 수도 있겠죠. 매번 충전에 대해 번거롭게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될 것이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그러한 실용적인 연구결과는 제대로 된 게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희팀이 이 문제에 도전하게 된 거죠.”

물론 연구과정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무선충전 장치의 개발인 만큼 자기장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위험성을 낮추는 게 중요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기장 차폐기술을 적용, 자기장 수치를 국제 자기장 안전기준(ICNIRP guideline : 27µT) 이하로 낮췄다.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인체 건강에 대한 것입니다. 무선충전이 편리하긴 한데 다들 자기장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햇볕처럼, 너무 강하지만 않으면 자기장은 우리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저희는 무선충전을 하더라도 인체에는 무해하게 자기장을 차폐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자기장의 세기는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ICNIRP guideline에 의해 10MHz까지는 27 uT이하가 돼야 합니다. 이 세기는 대략 지구자기장의 절반, 핵자기공명영상장치 MRI의 10만분의 1정도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에요. 사람 몸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수신장치에만 공진을 일으켜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해 안전하죠. 저희팀은 스마트폰을 사람 머리에 대고 사용할 경우 국제적인 기준치 이하가 되도록 자기장을 차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움직이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는 임춘택 교수. 그는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무선전력공급이나 원전 같은 특수한 산업적 용도에서 무선계측과 무선전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경우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수 년 내에 크게 성장할 분야가 사물인터넷입니다. 여기에도 ‘자유공간충전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이 실용화 되려면 ‘전력, 통신, 센서’ 세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통신과 센서는 마이크로 칩으로 값싸게 만들 수 있는데 전력문제가 걸림돌이에요. 일일이 배터리를 장착하거나 케이블로 연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죠. 저희는 무선전력 전달거리를 10m 이상, 최대 30m 정도까지 늘리려고 해요. 이렇게 되면 일반가정이나 사무실은 물론 병원이나 군대와 같이 고가의 기기를 사용하는 곳에서 사물인터넷이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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