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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6-12

현실감 높인 미래형 TV 기술 [인터뷰]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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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할수록 높은 해상도의 생생한 느낌을 구현할 수 있는 TV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현실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미래형 TV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팀이 한 개의 컬러 필터에서 여러 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 지 5월 20일자에 게재됐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한국연구재단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한국연구재단

컬러필터, 고정형→ 가변형

디스플레이에서 색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빛이 컬러필터를 통과해야 한다. 마치 백색의 조명 위에 색상이 있는 셀로판 필름지를 붙이면 필름지의 색깔대로 빛이 표현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생생한 화질인 만큼,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다양한 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빨강, 초록, 파랑의 삼원색 컬러필터가 필요하므로, 기존의 고정형 필터에서는 픽셀 한 개에 적어도 세 종류의 컬러 필터가 구성돼야 했다. 이는 곧 디스플레이 픽셀의 최소 크기가 컬러필터 최소 크기의 3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높은 해상도의 픽셀을 개발하는 데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이유에서 기술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병호 서울대 교수팀은 기존의 색상 고정형 컬러 필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진기(cavity) 구조와 나노구멍 구조가 결합된 금속 나노구조물을 제안했다. 이를 이용하면 한 개의 컬러필터에서 여러 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공진기는 일종의 진열대라고 생각하면 돼요. 한 진열대에 여러 가지 빛들을 파장과 세기별로 분류해 펼쳐놓은 다음, 나노 구멍을 이용해 그 중 한 가지 색상을 골라 사용하는 거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학창시절 연주했던 리코더를 생각하면 됩니다. 리코더를 연주할 때 손가락으로 정해주는 길이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타나잖아요. 소리가 다른 이유는 소리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죠. 공진기 역시 이것처럼 길이에 따라 특정 파장의 빛을 정상파 형태로 만들거나 가두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호 교수팀은 금속판에 나노구조의 막대형 홈들을 교차시켜 만들고 그 가운데에 구멍을 뚫었다. 다양한 색깔을 포함한 백색 빛이 입사하면 홈에서 빛의 편광방향과 파장에 따른 공진이 일어나는데, 그것을 조절해 구멍으로 원하는 색깔의 빛이 빠져나오게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컬러필터보다 50배 이상 촘촘하게 화소를 배열할 수 있습니다. 화질이 기존 방식보다 50배 이상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죠. 한 개의 픽셀을 한 개의 컬러 필터로 구성하기 때문에 기존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였던 픽셀의 크기를 수 마이크로미터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홀로그래피용 광 변조소자, 시스루(see-through)형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에도 사용될 수 있을 거예요.”

색상 가변 컬러 필터에 의해 표현되는 다양한 색상 이미지. 실제로 제작된 금속 나노구조물 배열체는 입사광의 편광상태에 따라 빨강색, 주황-노랑색, 초록색, 청록색, 파랑색, 자홍색에 걸치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색상 가변 컬러 필터에 의해 표현되는 다양한 색상 이미지. 실제로 제작된 금속 나노구조물 배열체는 입사광의 편광상태에 따라 빨강색, 주황-노랑색, 초록색, 청록색, 파랑색, 자홍색에 걸치는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5~10년 후 실용화 가능할 것

이병호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이 높은 수준의 성과를 자랑하는 만큼, 앞으로 5~10년 후면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상용화가 비교적 구체적인 시간으로 가늠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개발한 필터로 뽑아내는 빛이 흐트러지지 않고 뚜렷하기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뿌듯합니다. 이번 연구는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수행한 결과에요. 그동안 저희 연구실은 ‘플라즈모닉스’를 주제로 창의적 연구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었습니다. 플라즈모닉스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분광기 장비 대체 기술이죠. 파장보다 작은 크기의 금속 나노 구조물을 주로 다루는데 이번 연구는 저희 연구실에서 오랫동안 별도로 연구해 왔던 디스플레이 기술과 플라즈모닉스 연구를 응용시켜 찾아낸 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병호 교수는 주로 플라즈모닉스 현상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해 왔다. 빛을 굴절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등 빛의 모양을 조절하는 나노광학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이 교수는 “나노광학은 물리적으로 연구할 것이 많은 신기한 분야”라며 “디스플레이는 실용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이슈들을 갖고 있는 재미있는 연구 분야다. 때문에 이 분야를 계속 연구하게 됐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결과는 제가 그동안 진행한, 플라즈모닉스 분야의 다양한 연구 중 하나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든 점도 물론 있었어요. 나노단위로 가공하는 장비를 이용해 금속표면을 미세하게 다뤄야 했던 만큼 여러 모양의 후보군을 만들어 일일이 테스트 해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구조는 격자 배열 형태로 만들기 위해 17도의 항온실험실에서 수십일에 걸쳐 조건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했고요. 실험 과정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내고, 남들이 밝히지 못한 현상을 규명해 세상에 처음 내놓을 때 큰 희열을 느낀다는 이병호 교수. 이번 기술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긴 하지만 더욱 열심히 연구해 5년 이내에 상용화 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다고 한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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