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흡연실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흡연실 수요가 늘어날수록 흡연실 내부의 공기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과학기술로 흡연실 담배연기를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 연구가 실제로 그 결실을 봤다. 정종수 KIST 박사팀이 담배연기 가스성분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1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100% 제거하는 흡연실 공기정화용 나노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흡연자도 싫어하는 흡연실 담배연기!
정종수 박사팀이 개발한 공기정화용 나노촉매는 아세트알데히드 외에도 니코틴, 타르 등 담배의 입자성분을 100% 제거한다. 이를 인체에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꿔주는 것이다. 정종수 박사는 개발한 촉매로 만든 공기정화기를 흡연실에 설치하면 약 5평 규모 흡연실에서 10명이 동시에 피운 담배연기를 30분 내에 약 80% 이상, 1시간 내에는 100%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배연기는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에게도 간접흡연을 통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이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금연정책을 강화해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죠. 흡연실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흡연실 실내 공기질 개선방안은 미흡한 상황이에요. 흡연실의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사용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담배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방법, 그리고 흡착 처리하는 방법이죠. 하지만 외부로 배출할 경우 담배 연기는 정화되지 않고 오히려 2차적인 간접흡연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기정화 활성탄 필터 등을 이용해 담배연기를 흡착 처리하는 방법의 경우도 단점은 있습니다. 흡연실의 경우 일반 실내 공간에 비해 오염 농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흡착제의 수명이 짧고, 흡착된 담배 연기 성분이 다시 확산돼 흡연실 공기를 오염시키는 2차 오염원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연구팀은 나노촉매를 이용, 담배연기를 완전히 분해해 제거하는 기술을 놓고 고민했다. 나노촉매를 이용해 공기 중의 오존을 분해하고 이를 통해 생성시킨 반응성 높은 산소라디칼을 이용해 흡연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산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가스상 유해 물질을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나노촉매를 이용해 오존을 분해해 산소라디칼(활성산소종)이 생성되는 1단계와 발생된 활성산소종에 의해 가스상 물질들이 산화되는 단계를 거쳐 무해한 CO2, H2O로 산화되는 2단계의 반응과정입니다. 망간산화물 촉매 표면에서 오존이 분해돼 산소라디칼(활성산소종)들이 발생되는 거죠. 발생된 산소라디칼에 의해 가스상 유해물질이 처리되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담배연기 성분 중 가장 많이 발생되는 가스상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CH3CHO)를 처리할 수 있어요. 오존이 분해돼 생성된 활성산소종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는 무해한 CO2, H2O로까지 산화됩니다. 다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들도 이 반응과 유사한 산화 반응이 진행되어 처리가 이뤄지게 되죠."
이번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무엇보다 나노촉매를 제조하는 기술이었다. 기상입자합성 방법인 화학기상응축(CVC, Chemical Vapor Condensation) 방법으로 나노입자 촉매 지지체인 TiO2를 합성하는데, 이때 성능이 우수한 나노입자 지지체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최적화 돼야 한다. 합성된 나노촉매 지지체에 다양한 촉매들을 담지해 반응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정종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담배연기분해 단계에서 중요한 오존을 잘 분해하는 망간산화물을 나노촉매에 담지하고 세라믹 재질을 하니컴에 촉매를 코팅해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촉매 제조 방법이 본 연구기술의 가장 중요한 단계이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비흡연자가 바라본 흡연실, 연구까지 이어져
정종수 박사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는 비흡연자의 시선에서 흡연실을 바라봄으로써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흡연자인가 비흡연자인가에 대한 물음에 정 박사는 "저는 흡연을 하진 않지만 이 과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국내외 출장을 다니면서 공항 내 흡연실 등을 자주 접하게 됐다"며 연구 계기를 설명했다.
"국내 및 외국의 흡연실에서 많은 흡연자들이 담배연기가 가득한 좁은 흡연실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연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연구 중이던 나노촉매 기술을 담배연기분해에 적용가능성에 대해 준비 중이던 차에 정부의 금연정책 강화에 따른 흡연실 담배연기 처리 기술에 대한 연구 지원을 계획 중이던 담배제조업체인 KT&G의 사회공헌부와 연결이 됐습니다. 저희 연구팀이 연구개발을 의뢰받으면서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 거죠."
실제로 연구에 성공한 후 담배연기 흡연실 관련 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청정기 관련 기업 등에서도 많은 기술 상담이 들어왔다. 그동안 기업 등에서 공기청정기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스상 물질 처리에서는 큰 효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에 특히 큰 관심을 보여온 것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기업들과 기술 이전에 관해 협의 중에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까지 물망에 오른 상태다.
"지금은 좋은 결과가 나왔지만 연구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담배연기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할 실험 공간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이었어요. 현재 KIST의 경우도 실외의 개방형 흡연실외에는 모든 건물이 금연 건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담배 연기 분해 실험을 진행할 조건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연구를 위해 저희 실험실의 일부를 밀폐해 실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만 아무리 조심해서 실험을 진행해도 외부로 담배연기가 새나가는 것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웠습니다. 부근의 실험실에서 비흡연자들이, 연구실 책임자인 저에게 “실험실 내에서 연구원들이 흡연을 하는 것 같은데 주의를 좀 주시면 좋겠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죠(웃음). 담배연구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실험을 했지만 주위에서 많이 불편해 했기 때문에 최대한 상주 인원이 적은 새벽시간과 주말시간 등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간단한 구조의 촉매를 설치한 공기청정장치를 이용, 기존 공기청정기 등에서 처리가 어려웠던 담배연기 중 가스상 물질의 처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로 인해 흡연자들이 편하게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흡연실에서 배출되는 담배연기에 의한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데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미 나노촉매 및 필터 코팅 기술 및 장치 설계 기술 등의 개발이 완료돼 있습니다. 때문에 약 1년 정도의 시간이면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해당 담배연기 청정화 장치의 제조가격을 더 낮춰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흡연 공간을 제공하고 이 기술의 적용 범위를 다양한 공기청정 분야에 확대하면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에 적용할 융합기술로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국내외를 통틀어 가스상 유해물질 분해가 이처럼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의 현장 적용을 마친 후에는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5-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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