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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2015-05-12

‘물 반, 공기 반’ 섞어 경유 뽑는다 아우디, 친환경 ‘e-디젤’ 개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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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아우디(Audi)가 물과 공기를 이용해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e-디젤’이라 이름 붙여진 이 연료는 일반 승용차에도 당장 주입 가능한 수준이다. 기존 경유와 섞거나 단독으로 사용해도 출력의 저하가 없다.

원료가 되는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풍부한 데다가 물은 화석연료가 아니어서 중금속이나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다. 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도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기 때문에 ‘진정한 친환경 연료’라 불린다.

기존에도 ‘물로 가는 자동차’가 제작된 바 있지만 이번 ‘e-디젤’은 일반 자동차에도 주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은 월 생산량이 3천 리터에 불과한 실험 단계에 있지만 조만간 제조 능력을 높여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디젤 시운전에 참여한 라이너 만골트 아우디 지속가능 제품개발 부장(왼쪽)과 요안나 방카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장관. ⓒ ScienceTimes
e-디젤 시운전에 참여한 라이너 만골트 아우디 지속가능 제품개발 부장(왼쪽)과 요안나 방카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장관. ⓒ ScienceTimes

원재료부터 제작용 전기까지 모두 친환경 

아우디가 개발한 e-디젤은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분해 △전환 △처리 등 크게 4가지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각 과정마다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첫째로 ‘재생에너지 발전’ 과정에서는 제조에 필요한 전기의 전량을 풍력과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얻는다. e-디젤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의 출처까지 명확히 규정했다.

둘째로 ‘전기분해’ 과정에서는 높은 압력을 가해 물을 섭씨 800도의 수증기로 변화시키고 여기에 다시 전기 처리를 해서 수소를 분리시킨다.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만 모으고 남는 산소는 대기 중으로 날려보낸다.

셋째로 ‘전환’ 과정에서는 포집장치를 통해 모든 이산화탄소를 고압 환경에서 수소와 반응시켜 일산화탄소, 수소, 물로 바꾼다. 이후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해 청색 원유(blue crude)라 불리는 탄화수소 화합물을 만든다. 실제 원유와 거의 비슷한 물질이다.

마지막으로 ‘처리’ 과정에서는 정제 시설을 통해 청색 원유를 최종 산물인 경유로 전환해서 각 주유소로 보내 자동차에 주입한다. 이것이 ‘e-디젤’이다.

전기도 재생에너지로 얻기 때문에 전체 과정에서 쓰이는 재료는 물과 이산화탄소밖에 없다. 유황이나 납 같은 오염물질도 들어 있지 않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많으니 결국에는 ‘물 반, 공기 반’만 있으면 경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아우디가 개발한 e-디젤은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분해 △전환 △처리 등 크게 4가지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 Audi
아우디가 개발한 e-디젤은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분해 △전환 △처리 등 크게 4가지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 Audi

일반 자동차에도 주입 가능해 혁신적

아우디는 선파이어(Sunfire) 사와 제휴해 독일 동부 드레스덴에 정제 공장을 건립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요안나 방카(Joanna Wanka) 독일 연방교육연구부 장관이 공장을 방문해 실제로 자신의 관용차인 아우디 A8 3.0 TDI 승용차에 5리터의 e-디젤을 주입하고 시운전을 했다.

방카 장관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를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 등 주변에 풍부한 자원을 이용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성공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안 폰 올스하우젠(Christian von Olshausen) 선파이어 최고기술경영자(CT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음도 적고 중금속 배출도 거의 없는 새로운 엔진이 탄생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실험 단계라서 한 달에 3천 리터의 e-디젤만 생산할 수 있다. 아우디는 조만간 시판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라이너 만골트(Reiner Mangold) 아우디 지속가능 제품개발 부장은 “향후 이산화탄소를 직접 이용하는 엔진을 개발해 승용차와 대중교통에 장착함으로써 독일의 자동차 산업을 바꿔놓겠다”고 밝혔다.

e-디젤의 가격는 세금을 제외하고 리터당 1~1.2유로(약 1200~1450원) 수준이다. 일반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 제외 단가가 0.6유로(약 730원)인 것을 감안하면 세금 조절을 통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지난 2012년 이산화탄소에 전기를 가해 저분자 탄화수소인 메탄(CH4)을 만드는 ‘e-가스’ 제작 실험에도 성공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상용 자동차까지 출시했다. e-가스를 사용하는 엔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 대비 36퍼센트에 불과하다.

각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연비를 높힘으로써 화석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우디는 발상을 전환해 연료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5-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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