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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2015-03-26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시대 열리나? ‘SXSW 인터랙티브’ 속 기술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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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젊은 도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 페스티벌이 지난 3월 13일부터 22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Austin)에서 진행되었다.

SXSW는 남미남서(南微南西) 즉 남쪽에서 아주 약간 남서쪽으로 꺾었다는 뜻으로, 미국의 중심에서 오스틴 쪽을 향하는 방향을 말한다. 1959년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를 패러디한 이름이다.

SXSW는 1987년 음악 축제로 첫 발을 디딘 후 1994년 영화와 인터랙티브 컨퍼런스가 추가되며 미국에서 가장 큰 멀티미디어 축제로 자리잡았다. 특히 ‘SXSW 인터랙티브’는 매년 새로운 신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로 유명해졌다. 트위터, 포스퀘어 등 세계적 붐을 일으킨 SNS도 이곳을 거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곳에 등장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이 가능하다. 전 세계 벤처들이 최신 아이디어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떠한 혁신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본다.

슬로바키아 제조사 아에로모빌(Aeromobil)이 ‘아에로모빌 3.0’을 공개했다. ⓒ Aeromobil
슬로바키아 제조사 아에로모빌(Aeromobil)이 ‘아에로모빌 3.0’을 공개했다. ⓒ Aeromobil

▲ 운송 기술의 혁신 : 비행자동차

올해는 운송수단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많이 쏟아졌다. 시스리그룹(C3 Group)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스마트폰과 결합시킨 ‘커넥티드 카(Connected)’를 선보였다. 델파이(Delphi)는 5600km 거리를 무사히 운행한 무인자동차를 내놓았고 벤츠도 최고급 디자인을 갖춘 무인자동차 ‘F015’를 공개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우버(Uber)는 전 세계에 30만 명의 운전자가 참여 중이라고 밝혔고 이와 비슷한 리프트(Lyft)도 등장했다.

테라퓨지아가 개발한  수직 이착륙 모델 ‘티에프엑스(TF-X)’ ⓒ Terrafugia
테라퓨지아가 개발한 수직 이착륙 모델 ‘티에프엑스(TF-X)’ ⓒ Terrafugia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비행자동차다. 평소에는 자동차로 달리다가 여차 하면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라 ‘플라잉 카(flaying car)’라 불린다. 2012년에는 미국 제조사 테라퓨지아(Terrafugia)가 처음으로 양산 모델 ‘트랜지션(Transition)’으로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듬해 내놓은 수직 이착륙 모델 ‘티에프엑스(TF-X)’도 무사히 비행을 마쳤다. 트랜지션은 올해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이번 SXSW에서는 슬로바키아 제조사 에어로모빌(Aeromobil)이 “2년 후 2017년에 비행자동차의 첫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에어로모빌 2.5’를 선보인 후 올해 ‘에어로모빌 3.0’을 공개한 것이다. 700km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으며 형태도 비행기보다는 차량에 한층 가까워졌다. 대당 가격은 몇억 원이 될 전망이지만 테라퓨지아처럼 수백 명이 구매를 예약할 것으로 보인다. 에어로모빌 측은 “몇 년 안에 무인 비행자동차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경쟁으로 미래 기술이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는 평가다.

가이드도츠(GuideDots)는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내놓아 ‘운송기술 개선(Transportation Advancements)’ 상을 받았다. 음성명령으로 앱을 켠 후 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지면 각 버튼의 기능을 소리로 말해준다. 원하는 매장이나 건물을 말하면 음성 내비게이션이 실행되어 방향을 잃지 않고도 원하는 장소로 움직일 수 있다.

MIT 미디어랩의 휴 허(Hugh Herr)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이 개발한 신경 반응형 의족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 MIT
MIT 미디어랩의 휴 허(Hugh Herr)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이 개발한 신경 반응형 의족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 MIT

의료 기술의 혁신 = 최근 개봉한 영화 ‘킹스맨(Kingsman)’에는 구부러진 칼날 형태의 의족을 착용한 채 뛰어난 무술 솜씨를 갖춘 여성 비서가 등장했다. SXSW에도 비슷한 모양의 제품이 등장했다. MIT 미디어랩은 ‘극한의 생체공학 : 장애의 종말(Extreme Bionics: The End of Disability)’이라는 세션에서 최첨단 의족을 공개했다. 일어서거나 걷는 것은 물론 암벽등반을 하거나 점프를 뛰는 것도 문제 없다.

개발팀을 이끄는 휴 허(Hugh Herr)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자신이 개발한 의족을 착용하고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특히 뇌의 운동신경 전달신호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반응하기 때문에 원래 다리와 크게 차이 없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장점이다. 이 기술은 지난 2007년 타임(TIME)지 선정 10대 발명품에 포함되기도 했다.

텍사스대학교는 볼펜 크기의 피부암 진단 기기를 내놓아 ‘공상과학 현실화(SciFi No Longer)’ 상을 받았다. 실제 진단을 위해서는 카트 형태의 컴퓨터 장치를 함께 사용해야 하긴 하지만 4.5초만에 특정 부위의 피부암 여부를 알아낸다는 장점을 인정받았다.

벤처기업 낫임파서블(Not Impossible)은 폭탄 피해로 팔다리를 잃은 아프리카 수단의 아이에게 의수를 만들어준 ‘프로젝트 다니엘(Project Daniel)’로 ‘3D 프린팅 혁신(Innovative 3-DIY)’ 상을 받았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다니엘이라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 개인 맞춤형으로 신경반응형 의수를 제작함으로써 구호 기술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제품 ‘버블(Bubl)’은 360도 어디든 한꺼번에 찍는 특수 카메라를 주먹 크기 정도로 축소시켰다. ⓒ Bubl Technology
신제품 ‘버블(Bubl)’은 360도 어디든 한꺼번에 찍는 특수 카메라를 주먹 크기 정도로 축소시켰다. ⓒ Bubl Technology

가상현실 기술의 혁신 = 고글 형태의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탄성을 질러대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삼성이 내놓은 기어 브이알(Gear VR), 종이를 접어서 만드는 구글의 카드보드(Cardboard) 등 몰입형 가상현실(Immersive VR) 장치가 보편화되면서다.

이번에는 VR 동영상을 촬영하는 특수 카메라가 등장했다. VR 기기는 사용자의 시선에 따라 화면 가장자리의 숨은 부분까지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동영상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을 촬영한다. 게다가 360도 촬영을 위해서는 축구공보다 큰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SXSW에 등장한 신제품 ‘버블(Bubl)’은 특수 카메라를 주먹 크기 정도로 축소시켰다. 천정의 CCTV 위치에 붙이면 실내 어디든 빈틈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헬멧 위에 붙이면 암벽자전거,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등 극한 스포츠 체험 장면을 VR로 볼 수 있다.

통신 기능을 내장해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할 수도 있다. 무인비행체 드론에 장착하면 특정 구역으로 카메라를 회전시킬 필요가 없다. 완제품이 이미 개발되었으며 예약 코너에는 긴 줄이 생기는 등 인기를 끌었다.

‘아키밴드(Arki Band)’는 걸음걸이를 점검해 어깨, 허리, 골반 등 주요 신체부위의 비뚤어진 균형을 찾아냄으로써 자가 교정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 ZIKTO
‘아키밴드(Arki Band)’는 걸음걸이를 점검해 어깨, 허리, 골반 등 주요 신체부위의 비뚤어진 균형을 찾아냄으로써 자가 교정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 ZIKTO

한국 벤처의 혁신 =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오스틴에 진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후원으로 5개 업체가 전시를 한 것이다.

‘유아더디자이너(YouAreTheDesigner)’는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자신만의 구두를 디자인하고 실제 제품으로 받아볼 수 있는 앱이다. ‘아키밴드(Arki Band)’는 걸음걸이를 점검해 어깨, 허리, 골반 등 주요 신체부위의 비뚤어진 균형을 찾아냄으로써 자가 교정을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진행된 크라우드펀딩에서 하루만에 5만 달러의 선주문을 받기도 햇다.

‘마인드퀘이크(mindquake)’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에 쉽게 중독되고 영향받는 영유아들의 사용시간을 부모의 요구에 따라 조절해주는 서비스다. ‘채팅캣(ChattingCat)’은 영어로 된 문장을 실시간으로 교정하고 첨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한 번에 700글자까지 인식하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하거나 이메일을 보낼 때 유용하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영어도 중국어도 아닌 ‘잘못된 영어’”라고 소개해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500비디오스(Videos)’는 소상공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홍보 동영상을 찍게 도와준다. 15만 개의 점포를 회원으로 거느린 ‘배달의 민족’ 서비스와 사업 제휴를 맺기도 했다. 이번 SXSW에서는 20세기 폭스사로부터 영화 예고편 제작에 관한 제안을 받았으며 해외 배달 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5-03-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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