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해빙의 미세조류(microalgae)가 합성하는 결빙방지단백질(생체부동액)을 이용해 인간 혈액을 쉽고 안전하게 냉동 보관하는 기술이 극지연구소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극지연구소는 식물 플랑크톤의 일종인 미세조류가 수온이 낮은 남극해에서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세포주변에 결빙방지단백질을 마치 부동액처럼 분비하는 점에 착안해, 그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추출해 혈액의 냉동 보관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 강재신 박사팀은 수온 3℃ 이하에서 잘 서식하는 호냉성 규조에서 분리해 낸 생체부동액 즉, 결빙방지물질(ice-bidning protein)이 기존 혈액냉동물질에 비해 보다 효과적으로 혈액세포를 보호해 주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저온생물전문학회지인 'CryoLetter' 최신호에 등재됐다.

기존의 혈액냉동물질은 대부분 화학물질이어서 다량으로 사용할 경우 독성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 혈액의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연구팀이 추출한 생체부동액은 천연물질로 독성이 없어 인체에 무해한 것이 큰 장점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수혈을 위한 혈액 보관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에이즈 및 간염 등 수혈로 인한 감염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깨끗한 혈액의 장기보관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하지만 혈액은 채혈 뒤 1℃에서 보관하였을 때 30일간 사용이 가능하여 장기 보관을 위해서는 냉동보관을 하여야 한다.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혈액의 장기보관 방법은 글라이세롤이라는 냉해억제제를 이용하여 액체질소에 보관하는 것이다.

특히 기존 생체부동액의 경우에는 1g에 1,200만원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 쉽게 응용할 수 없었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결빙방지단백질은 한 개의 세포로부터 대량 배양이 가능해 가격경쟁력이 높다. 연구팀은 이번에 추출한 물질을 이용해 제대혈 세포 및 정자, 난자 등의 냉동보관이 가능한 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극지연구소 김예동 소장은 앞으로 극지생물 전용 배양관을 설립해 극지방으로부터 다양한 호냉성 규조를 지속적으로 분리하여 각 규조가 합성하는 결빙방지물질을 비교·분리하고, 그 밖에도 다양한 신물질 연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결빙방지단백질 (Antifreeze protein; AFP)이란?

얼음과 결합하여 얼음 결정이 더 이상 커지는 것을 방지하는 특성을 가진 물질로서, 극저온의 환경에 사는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 내는 물질을 칭한다. 결빙방지단백질은 얼음결정의 표면과 수소결합을 통해 단단히 결합하고 그 결과 결빙방지물질이 부착되지 않는 곳에서만 비정형적으로 얼음결정의 성장이 일어난다.

1971년 해산 어류로부터 결빙방지물질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한 종류의 AFGPs(Antifreeze Glycoproteins)와 네 종류의 AFPs(Antifreeze proteins)의 존재 및 구조가 밝혀졌다.

캐나다의 경우 연어 양식을 크게 하는데, 주기적으로 혹한이 오면 양식 산업에 1억불의 손해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AFP 유전자를 연어의 알에 삽입시켜 형질을 발현하도록 유도하였고, 그 결과 캐나다 양식 연어는 성공적으로 결빙방지물질을 분비하여 냉해에 내성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