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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3-11

산업폐열을 에너지로 바꾸는 '터빈' [인터뷰] 김정훈 ㈜HK터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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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새로운 터빈을 만들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을 위한 해답을 구하고 구하다, 꿈 속에서 해결책을 얻었다면 그 간절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HK터빈 김정훈 대표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의 부친은 전에 없던 터빈 기술을 고민하던 중에 꿈 속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받은 아들 김정훈 대표는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회사를 만들었다.

김정훈 대표는 새로운 방식의 터빈을 개발함으로써 국내 터빈 시장의 새로운 막을 연 당사자다. 1980년대 국내 레이저 프린트 산업의 새 길을 연 김기태 회장의 아들인 그는, 부친이 그러했듯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것도 유전인지 김정훈 대표 역시 아버지처럼 어렵지만 의미있는 길을 택했다. 그 길은 기술과 자금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터빈 시장이었다.

김정훈 HK터빈 대표 ⓒ 김병구
김정훈 HK터빈 대표 ⓒ 김병구

반작용식 터빈의 개발

에너지 문제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산업폐열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다. 산업폐열이란 화석연료의 연소열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거나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열이다. 폐열은 에너지의 질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방안을 잘 찾아 적절하게 활용하기만 한다면 좋은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김정훈 대표는 이러한 산업폐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소형터빈을 개발했다. 기존에 터빈 시장에 없던 기술인 반작용식 터빈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의 터빈은 블레이드 방식으로 노즐은 고정된 채 분사되는 압력에 의지해 발전기가 돌아간다. 그런 반면 HK터빈의 새로운 터빈 방식은 노즐이 고정돼 있지 않다. 회전체에 붙어 있는 노즐에서 고온-고압의 스팀이 분사되고, 이 때 얻어지는 반작용의 힘으로 디스크를 회전시킨다. 노즐을 통과한 스팀을 다단으로 연결해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인 셈이다.

김정훈 대표는 “우리가 만든 터빈은 블레이드 없이 회전축과 로터 디스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제작비가 저렴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기능 면에서도 우수해 저온-저압의 스팀에서 발전이 가능하고 파손에 강한 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유지보수가 매우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HK터빈이 개발한 반작용식 터빈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고 제작비가 저렴해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블레이드 없이 회전축과 로터, 그리고 디스크로만 구성돼 제작비는 50% 가량 저렴하다.

“저희가 이러한 방식으로 터빈을 만들자, 주변의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터빈 시장은 대기업만 진출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저희가 소형터빈을 만들며 시장에 진출하자 그렇지 않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거죠. 실제로 저희 제품은 기존의 터빈처럼 대형 발전용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닙니다. 산업폐열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산업폐열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산업폐열이나 저온폐열을 전기로 환원시키기 위해 태어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폐열을 활용하는 데 있어 기존 터빈은 적하하지 않아요.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는 제품이죠. 이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HK터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터빈을 만들었다. ⓒ 김병구
HK터빈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터빈을 만들었다. ⓒ 김병구

초기 사업자금 230만원… 절박함의 끝 봤죠

HK터빈의 기술은 그 경쟁력을 인정받아, 현재 포스코에너지와 50억 원 규모의 공동개발을 체결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공동개발이 결실을 이뤄 디스크 타입의 반작용 스팀터빈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3년 포스코에너지와 HK터빈은 세계 최초로 디스크 타입의 반작용 스팀터빈 개발에 대해 체결을 진행했다. 5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에 관한 계약이었ㄷ. 그 이후 이번 상업화는 2년 만에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개발 당시에도 해당 기술은 그 가능성을 인정 받아 큰 기대를 받기도 했다.

“지금이야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가 HK터빈을 창업하기 전에 이미 다른 사업에 실패한 상황이었거든요. 당시 굉장히 힘든 상황까지 갔어요. 그야말로 절박함의 끝을 봤죠.(웃음) 분식점이나 주유소 아르바이트까지,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 때 부친이 개발한 터빈을 앞에 놓고 생각했죠. 이게 나와 내 가족을 살릴 마지막 보루라고 여겼어요. 하지만 터빈 사업은 규모가 매우 크고 자금도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면 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모두가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만류했죠.”

김정훈 대표는 “당시 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갖고 있는 터빈 기술로 모든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 했다.

당시 그의 수중에 있던 자금은 단 돈 몇 백만원이 전부였다. 당장 사업자금을 구하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렇게 사업자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다니는 그에게, 부친은 신문에서 오려낸 작은 조각을 말없이 내밀었다. 정부 기관에서 기술에 대해 지원을 해준다는 정보였다.

바닥까지 내려간 김정훈 대표가 그 정보를 지나칠 리 없었다. 아무리 작은 도움이라해도 그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무턱대고 정부기관을 찾아가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기관을 건너 건너 최소한의 사업 자금을 얻을 수 있었고, 지금의 HK터빈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포스코 에너지와 공동으로 연구한 스팀터빈은 폐열을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100㎾급 반작용 스팀터빈이죠.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제품은 기존 블레이드 방식보다 구조가 간단해 수입 터빈보다 제작 단가가 50%나 저렴해요. 디스크에서 분사되는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만큼 과거에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 버릴 수밖에 없던 100∼200℃ 중·저온 폐열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장점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술인 만큼 김정훈 대표는 앞으로 이 기술을 갖고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시장을 보면 현재 연간 300~400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대부분 전량 수입되고 있다. 일본 혹은 유럽산이 대부분이다. 전 세계 시장이 약 3조원 규모인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HK 터빈은 현재 아시아 최초로 원동기 원천특허를 보유한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정훈 대표는 “기존 터빈 기술이 해외 몇몇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HK터빈은 독보적인 세계 최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터빈 시장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터빈제조 및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 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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