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3-09

전류 표준 정립에 '앞장' [인터뷰] 배명호 표준연 양자측정센터 박사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1 킬로그램(kg), 1 미터(m), 1 암페어(A), 1 볼트(V). 단위는 우리 일상에서 매우 많이 언급되고 사용된다. 이러한 기본 단위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성을 갖기 위해 각각의 정의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단위들의 정의는 어떻게 내려진 것일까.

질량과 길이, 시간과 전류 등 많은 단위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정의된 방법 역시 각각이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들 단위에 대한 정의 방법은 더욱 정확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사용하는 전기 단위 중 아직 측정기술력이 더딘 분야가 있다. 바로 전류 표준인 암페어(A)다.

배명호 KRISS 양자측정센터 박사팀 ⓒ KRISS
배명호 KRISS 양자측정센터 박사팀 ⓒ KRISS

단전자 펌프 소자 개발

전류의 정의는 1948년 처음 정해졌다. 하지만 당시의 정의는 현재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때문에 전류 값을 전압과 저항의 관계식으로 산출하는 방법이 고안됐지만 이 또한 다른 단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점을 보였다.

전류 단위의 재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암페어(A) 국제단위 재정의에 기초가 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단전자 펌프소자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양자측정센터 배명호 박사와 김남 박사, 정윤철 부산대학교 교수 등의 연구진이 해당 연구를 진행, 그 결과는 측정분야의 국제적 권위지인 '메트롤로지아(Metrologia)'에 게재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전류는 단위 시간 동안 흐른 전하량의 비율로 정의됩니다. 이러한 전류의 국제단위계(SI) 단위는 암페어(A)죠. 전류의 정의는 1948년에 열린 제 9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결정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 미터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매 미터당 2×10-7 뉴턴의 힘을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입니다."

하지만 위의 정의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면적을 무시할 수 있는 무한히 긴 직선 도체'라는 요구 사항은 실현하기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직선이 아닌 코일 형식으로 제작된 ‘전류 균형’이라는 실험 장치를 통해 1960년대에 암페어를 정의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배명호 박사에 따르면 현재 암페어는 옴의 법칙에 따라 정의하고 있다. 즉, 양자 현상인 조셉슨 효과와 양자홀 효과를 통해 잘 실현된 전압과 저항을 통해 전류(=전압/저항)를 정의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암페어를 정의하는 이차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 2007년과 2011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기존에 정의된 국제단위 (SI) 중, 킬로그램(질량), 암페어(전류), 켈빈(온도) 그리고 몰(물질량)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자는 협의가 있었다. SI 단위 신(新) 정의는 현재 세계적으로 큰 관심사안인 것이다.

"저희 연구팀은 암페어(A) 국제단위 재정의에 기초가 되는 높은 수준의 단전자 펌프소자를 개발했습니다. 펌프가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할 수 있는 물을 만들듯 단전자 펌프 역시 이름 그대로 전자가 가득 찬 곳에서 전자를 하나씩 주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전자를 퍼 나를 수 있는 그릇으로는 반도체 이차원 전자층에 인공적으로 형성한 나노 스케일의 양자점을 활용했습니다. 양자점에는 출구와 입구 두 개의 문이 있습니다. 마치 한 사람씩 밖에 지나가지 못하는 지하철의 개찰구처럼 전자가 이 두 개의 문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죠."

 KRISS 양자측정센터 연구팀이 고자장 극저온 장치를 이용해 개발한 단전자 펌프 소자의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 KRISS
KRISS 양자측정센터 연구팀이 고자장 극저온 장치를 이용해 개발한 단전자 펌프 소자의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 KRISS

더욱 정확해지고 엄밀해지다

연구팀은 다른 단위를 활용해 전류 값을 산출하는 것이 아닌 전자의 흐름, 그 자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류를 정의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단전자 펌프 소자는 이를 위해 개발한 것으로 전하를 띈 기본 입자인 전자를 외부 마이크로웨이브에 의해 주기적으로 발생시킨다. 전류의 양은 전자의 전하량과 발생빈도의 곱으로 구할 수 있으므로 전자를 발생시키는 단전자 펌프가 있으면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에 대한 새로운 표준 정립이 가능하다는 게 배명호 박사의 설명이다.

"1 암페어는 1 초당 1 C 전하량의 흐름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전자 하나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자면, 전자를 발생시키는 단전자 펌프가 있으면 전류의 단위인 암페어에 대한 새로운 표준 정립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양자점을 통해 전자가 하나씩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펌프가 있을 경우 전류의 양은 전자의 전하량과 발생빈도의 곱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자의 출입 주기는 외부에서 양자점에 걸어주는 마이크로웨이브의 주파수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적인 값과는 별도로, 실제 실험에서는 항상 측정 불확도가 존재합니다. 측정치가 이 이론값과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불확도는 어떤지가 중요하죠."

배명호 박사는 단전자 펌프의 새로운 개발이 전기 단위 전체의 정밀도에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단전자 펌프를 통해 정확도 10-8 ppm 수준에서 1 nA의 전류가 출력되면 이를 활용해 전류 암페어 단위 (A) 재정의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국제 표준 단위계 (SI) 재정의에 기여함으로써 전기 단위 전체의 정밀도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기초 학문 관점에서 보면 물리상수인 전자의 전하량 e, 플랑크 상수 h 등의 측정 정확도를 향상시킴으로써 보다 정밀한 측정의 기초를 기초학문 분야에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가 있습니다. 산업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단일 전자 수준의 극한 정밀 측정 기술은 양자 정보․통신 등 차세대 전략기술 개발의 원천이 되죠."

연구를 성공으로 이끈 가장 핵심사항은 결국 양자점 포텐셜 에너지의 깊이를 연구팀이 일정 한도 내에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포텐셜 에너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단일 전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져서 극미세 수준의 전류를 보다 정확하게 발생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방법보다 수백 배 더 정확한 전류를 출력할 수 있게 됐다.

"KRISS 양자측정센터에서는 전류 표준 재정의에 대한 요구에 대응해 책임연구원 김남 박사님을 중심으로 지난 10 년간 차세대 전류 표준 소자를 개발해 왔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표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전류를 생산할 수 있는 소자들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발해 왔습니다. 이번 반도체 이차원 전자층의 양자점을 기반으로 한 소자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번 소자 뿐 아니라 또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더 나은 전류원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약 10년의 연구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실입니다. 과정 중 많은 어려움들을 센터 내의 동료들의 많은 배려를 통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앞으로 전류 표준 정립 연구에 더욱 정진하는 연구자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3-09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