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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1-15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북극고래 장수 유전자 포착…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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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밀턴의 '실락원'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살아 있는 창조물 가운데 가장 거대한 짐승이 리바이어던이다. 깊은 물속에 산허리처럼 길게 드러누운 채 잠을 자거나 헤엄을 치는데, 그것은 마치 대지가 움직이는 것 같다." 여기서 '리바이어던'은 바로 고래이다.

고래는 인간이 출현한 제4기 홍적세 중기에 이미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고래는 육지를 보행하였던 시대를 거쳐 물가에서 살다가 다시 바다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며, 육지를 보행하던 시대에는 몸체가 개나 고양이 정도로 크기가 작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고래'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아주 큰 고래를 생각할 것이다. 고래의 외형은 물고기와 비슷하지만 특이하게도 내장기관은 포유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고래는 바닷속에 사는 포유동물로, 고래목에 속한다.

고래는 유전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유사한 포유동물 중 하나이고, 지구상 포유 동물 중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기도 하다. 만약 고래가 가지고 있는 장수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낸다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연합뉴스
고래는 유전학적으로 사람과 가장 유사한 포유동물 중 하나이고, 지구상 포유 동물 중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기도 하다. 만약 고래가 가지고 있는 장수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낸다면,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연합뉴스

많은 고래 중에서도 북극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수명이 긴 포유동물로 알려져있다. 그 수명은 약 200년인데, 최근 영국 연구진은 북극고래의 유전자에서 인간 수명 연장의 단서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과학전문지 '셀 리포트'(Cell report)에 실린 내용이다. (원문링크)

주앙 페드로 데 마갈량이스(João Pedro de Magalhãe) 리버풀대학(The University of Liverpool, UK) 박사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동물인 북극고래의 유전자 배열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장수에 기여하고,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 80종을 선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북극고래가 사람과는 다르게 DNA 손상을 복구하고, 세포 증식을 통제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DNA 손상과 돌연변이는 암 발병의 주된 원인인데, 이를 고려해본다면 DNA 손상에 반응하고 이를 복구하는 유전자가 북극고래의 장수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론상으로 본다면 북극고래는 이렇게 오래 살 수는 없다. 사람보다 체세포의 수는 1000배 많아 이론상으로는 세포가 더 많이 죽게 되고, 이에 따라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평균수명인 100세의 두 배 이상 오래 살고 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의 체세포를 대상으로 북극고래와 유사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DNA 복구 능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북극고래의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점을 찾아 사람의 유전자에도 적용하겠다는 의미이다.

마지막 빙하기 견디고 생존한 북극고래

북극고래는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외에도 특별한 점이 또 있다. 바로 마지막 빙하기를 이기고 살아남은 동물이라는 점이다. 앤드류 푸트(Andrew D. Foote) 코펜하겐 대학교(Københavns Universitet, Denmark)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추위에 적응했던 매머드와 같은 육지 포유동물들이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으로 멸종했을 때, 영국 근해에서는 수염고래 개체군 규모가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육지에서의 대세와는 상반된 현상으로, 고대 DNA를 이용한 이전의 모든 연구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선행된 연구를 보면 추위에 적응한 종들은 약 1만 1000년 전 플라이스토세가 끝나고 현세가 시작되는 마지막 빙하기 말에 멸종하거나 개체수가 급감했다. 하지만 급격한 온난화기에 해양동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밝혀진 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영국과 네덜란드 사이, 덴마크와 스웨덴 주변 해역에서 발견된 고래들의 부분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서식지 예측 모델을 구축, 고래들의 이동 및 생존 확률을 추정했다. 그 결과, 북극고래는 온난화기에 생존에 보다 적합한 북극해 쪽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이 확인되었다.

오늘날 북극해에서 작은 갑각류를 잡아먹으며 사는 북극고래들이 한때 북해 남부 해역에 살았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지기도 했다. 온난화로 해빙이 줄어들면서 갑자기 고래의 생존에 알맞은 광대한 면적이 열리게 되었고, 고래는 이에 따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온난화로 북극고래들의 최적합서식지 규모가 금세기 말까지 절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기후변화가 이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연구진, 1시간 잠수 고래의 비밀 풀어

포유류인 고래는 사람과 가장 유사한 유전자를 지닌 바다생물이다. 국내 연구진은 지난 2013년 고래의 유전자를 세계 최로로 분석, 고래의 바다 적응 원리를 유전자를 통해 이해하고 사람의 저산소증, 심혈관 질환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별되는데, 연구팀은 우리나라 근해에도 많이 서식하는 수염고래인 밍크고래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고래는 호흡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1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는 특이한 포유류인데, 이는 산소 결핍에 적응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고래 역시 물속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오래 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산물인 젖산이 많이 쌓이게 된다. 연구팀은 밍크고래 유전자 2만 605개 가운데 젖산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은 2분 30초, 하마는 4분에 불과한 잠수 시간이 밍크고래의 경우 13분 26초에 달하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유전적 차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고래가 장시간 잠수하는 유전적 원리를 밝혀낸다면, 저산소증에 직접 영향을 받는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등 질병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고래는 한때 포경업의 상대가 되면서 개체수가 상당히 많이 줄었다. 북극고래의 경우, 1966년 포경업에 제재가 가해졌고 현재는 1만 1700마리로 다시 그 개체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포경전 개체수인 5만 마리에는 못미치는 실정이다.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개체군도 존재하고 있다.

1935년 이래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하여 국제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나, 지금도 알래스카인들은 필요에 의해 이 고래 잡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국제포경위원회에서도 강력한 단속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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