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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1-06

허혈뇌지도 완성…뇌 건강 나이 측정 [인터뷰] 채균식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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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사망원인 2위로 꼽히는 뇌졸중. 그동안 뇌졸중은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주로 발병한다고 여겨졌지만 지난 10년 간의 통계를 보면 더이상 그렇지도 않다. 국내 뇌졸중 환자 중 45세 이하의 비율이 3% 수준에서 6% 까지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뇌졸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서구화된 식습관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한 가지로 거론되는 질병이 고혈압인데, 고혈압의 발병 역시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질환인 것이다.

뇌 나이, 정확하게 짚어주다

채균식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장 ⓒ 황정은
채균식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장 ⓒ 황정은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중 뇌출혈은 두개 내에서 출혈이 발생함으로써 영향을 받는 것이며 뇌경색은 혈액순환이 원활히 일어나야 하는 뇌혈관에 폐색(혈관 등이 막히는 경우)이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뇌혈관이 폐색될 경우 뇌 혈액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뇌조직 상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국내 뇌졸중 환자의 대부분은 뇌경색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뇌졸중 환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들 환자의 뇌혈류 순환장애의 심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환자마다 특수성도 있거니와 뇌경색의 정도를 정확하게 참조할 수 있는 참조표준자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공동연구를 통해 만성 뇌혈류 순환장애의 심한 정도를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허혈 뇌지도’를 완성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 국가참조표준센터와 동국대 일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전국 11개 대학병원과 KRISS가 공동으로 ‘한국인 허혈 뇌지도’ 참조표준을 만들었다.

참조표준이란 측정표준과는 다소 다른 개념으로, 과학과 기술, 산업 활동에서 생산되는 모든 측정데이터와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공인하는 자료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경동맥 두께와 지역별 일조량, 원자력 등 첨단 기술데이터 등을 데이터화 한 자료다. 그 중 이번에는 한국인의 ‘허혈 뇌경색지도’를 참조표준을 이용해 자료화 한 것이다.

‘허혈’ 이란 혈류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허혈뇌지도란 만성적인 뇌의 혈류 순환장애로 인한 뇌 허혈 손상의 심한 정도를 등급화한 표준자료다.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MRI영상을 자료화된 MRI 영상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만성 허혈성 뇌손상이 우리나라 뇌경색환자를 기준으로 100명 중 몇 등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김동억 교수님과 저희 팀이 만나게 된 것은 학회를 통해서 입니다. 김동억 교수님이 학회에서 KRISS 뇌지도 팀을 알게 된 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어요. 이 가운데 참조표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됐고, 한국인의 허혈 뇌지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언급됐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아이디어 수준이었죠. 김동억 교수님께서 이러한 뇌지도 참조표준을 만드는 것에 많은 갈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연구원생활을 하면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가 저희 팀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해보자,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의료 전문기관과 표준 전문기관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업화 구상을 하다보니 이에 대한 신뢰성이 쌓이고 내용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측정표준에 대한 체계와 불확도 개념을 바탕으로 데이터 구축을 개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기반구축사업으로 이어졌다.

“기반구축이란 말 그대로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 것인지, 데이터를 모았을 때 어떻게 표준으로 활용할 것이며 이를 평가하는 전문가 구성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1차년도에 진행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한국인의 허혈뇌지도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2011년부터 총10개월간 전국 11개 대학병원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다. ‘처음 생긴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환자 2,699명의 뇌 MRI 영상을 표준 뇌템플릿에 옮기고 환자 개개인의 뇌혈관 위험인자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통틀어 연구시작부터 뇌지도 완성까지 약 5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샘플을 수집한 대상은 뇌경색 증상을 느끼기 시작한, 초기 증상으로 명명할 수 있는 환자들이었습니다. 말이 어눌해진다거나 일정한 증상을 스스로 느껴 병원에 찾아온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됐죠. 이러한 환자들의 영상을 확보한 후 일일이 수작업으로 표준 템플릿에 옮겨 담아야 했어요. 무엇보다 영상데이터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수치화 하는 게 필요했습니다. 템플릿 자료를 보면 뇌 MRI에 빨간색을 입힌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본래는 흰색이에요. 다만 보다 쉽게 볼 수 있도로고 색으로 객관적인 수치화를 시도한 거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다소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의 참여도가 이번 사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데이터를 모아 참조표준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이것이 가능케 되려면 병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했다. 채균식 센터장은 “다행스럽게도 이번 사업화 과정 가운데에는 병원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줬다”며 “아마 김동억 교수님의 네트워크가 큰 힘을 발휘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환자에게는 경각심을, 의사에게는 정확한 치료법을

한국인 허혈 뇌지도(참조표준도판) ⓒ KRISS
한국인 허혈 뇌지도(참조표준도판) ⓒ KRISS

만들어진 허혈 뇌지도는 지금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인 뇌MR영상 데이터센터’ 홈페이지(brainmr.com)를 통해 자료를 받을 수 있으며, 앞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모든 병원과 의원을 대상으로 진료실 비치용(60 X 85 cm 크기) 참조표준 도판을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인 허혈 뇌지도는 1~100 등까지 각각의 표준화 등수에 해당하는 만성 허혈성 뇌손상의 크기와 위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참조 영상 자료를 제시해 줍니다. 특히 연령대별로 제공되는 허혈 뇌지도를 참조하면 만성 허혈성 뇌손상 관련 ‘뇌 건강나이’도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MRI 검사 후 만성 허혈 뇌손상이 발견되면 그 심한 정도를 ‘없다-조금 있다-많다-아주 많다’ 등으로 판독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이러한 진단으로는 병 상태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가 낮고 의사들의 맞춤형 진단 및 치료에 한계가 있었죠. 허혈뇌지도를 이용할 경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기대도 결국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채균식 센터장은 “대규모로 수집된 MRI 영상 데이터를 이용해 한국인의 만성 허혈성 뇌손상을 정확히 반영하는 허혈 뇌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운을 뗀 뒤 “이를 위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 주관 아래 뇌졸중 전공 신경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의료통계학자, 뇌영상 관련 의료 산업전문가, 측정 및 표준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본 기술위원회는 국가참조표준체계에 따라 한국인 허혈 뇌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데이터 평가 기준서를 제정했다. 이는 표준화된 생산 및 평가 절차에 따라 진행됐기에 높은 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유하고 있다.

허혈뇌지도가 완성됨으로써 앞으로 뇌경색의 예방이 더욱 효과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자신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된 만큼 환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모든 것이 예방을 위한 방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겠죠. 환자에게 ‘당신은 60대 중에서도 100명 중 50등에 해당하는 뇌 건강 나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하세요’ 라는 말 한마디가 갖는 힘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직관적 설명이 갖는 힘이죠. 더불어 의사에게는 과잉진단을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도 하게 될 것입니다.”

이어 채균식 센터장은 “앞으로 원천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국가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이번에 만든 뇌지도를 인쇄본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병원 어디서든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의사들도 환자와 함께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최근 중동 등에 디지털 병원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장비도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부가가치를 높여 병원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 했다.

완성된 허혈뇌지도는 해외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최초의 참조표준인 만큼 해외 병원에서도 함께 이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해당 허혈뇌지도가 충분히 활용되기를 원합니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혹은 개인까지 혜택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민이 참조표준에 대해서도 보다 친근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표준데이터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된다면 자료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지고 중요성은 강조 되겠죠."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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