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인류 최초의 요리사 등장 시기는? 고고학적 증거가 가리키는 시점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요즘 일고 있는 캠핑 열기를 타고 ‘부시크래프트(bushcraft)’라는 레포츠가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편리한 첨단 캠핑 용품을 사용하는 대신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자연 속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구하는 과정을 즐기는 고전적 개념의 캠핑이 바로 부시크래프트다.

예를 들면 먹을 물을 직접 구하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임시 피난처 개념의 쉘터를 만들고, 낚시와 덫으로 사냥을 해서 먹는 걸 해결하고 밤하늘의 별로써 방향을 정하는 등의 행위가 모두 부시크래프트에 해당한다.

그런데 부시크래프트를 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본 기술이 바로 보우드릴을 이용한 불 피우기다. 보우드릴은 나무의 마찰력을 이용해 불을 피우는 활처럼 생긴 원시 도구인데,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체력 소모가 많아 부시크래프트에서도 불 피우는 건 그다지 권장하지 않는 편이다.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한 시기는 약 35만년 전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 morgueFile free photo
인류가 최초로 불을 사용한 시기는 약 35만년 전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 morgueFile free photo

인류가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삶의 터전이던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살게 되면서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직립 보행을 하게 됐다. 또 맹수들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생활을 하면서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 같은 손과 언어의 사용으로 인해 두뇌가 발달된 것. 그중에서도 인간과 동물을 가장 확연하게 구분 짓는 계기가 된 건 바로 ‘불의 사용’이다.

최근 중국과학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영장류보다 매우 약한 근육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침팬지 및 붉은털원숭이와의 근력 테스트 대결에서 프로 운동선수를 포함한 실험의 모든 참가자들이 영장류에 비해 두 배 이상 약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뇌의 성능을 비교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인간은 다른 유인원들보다 3배나 많은 뉴런의 뇌를 갖고 있다. 즉 인간의 뇌신경은 평균 86억 개인데 반해 고릴라는 약 33억개, 침팬지는 28억 개의 뇌신경을 갖고 있을 뿐이다. 뇌신경의 수가 많을수록 뇌의 크기가 크며 필요한 에너지 또한 많이 들어간다.

불을 이용함으로써 칼로리 섭취 한계 극복

따라서 과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뇌를 위해 체력을 희생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뇌신경 덕분에 인간은 많은 득을 보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가도 만만찮다. 인간의 뇌는 섭취하는 총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반면 다른 척추동물들은 섭취 열량의 약 2%만을 두뇌에서 사용한다. 다른 영장류들의 뇌도 총 에너지의 9%를 소비할 뿐이다.

그 같은 사실은 토대로 2012년 브라질 과학자들은 날음식만으로 뇌를 완전히 가동시키는 데 필요한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영장류별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고릴라는 8.8시간, 오랑우탄은 7.8시간, 침팬지는 7.3시간, 인간은 9.3시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간은 그처럼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커다란 뇌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유명한 이론이 바로 리처드 랭엄 박사의 ‘요리 가설’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고기와 덩이뿌리 채소를 불로 요리함으로써 칼로리 섭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즉, 요리를 하면 음식물이 미리 소화되므로 위장관이 칼로리를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흡수함으로써 칼로리 섭취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럼 과연 인간은 언제부터 불을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일까. 초창기 인류는 화산 폭발이나 번개 등에 의해 산림이 불타는 자연 현상으로부터 얻은 불을 동굴로 가져와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다 자연의 불을 이용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불을 피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이처럼 불을 다루게 되면서 고기를 익혀 먹음으로써 큰 뇌와 몸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인류의 뇌 용량이 커진 단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약 7백만년 전에는 침팬지와 비슷한 335㎖였으며 약 325만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는 450㎖, 약 250만년 전의 호모하빌리스는 650㎖, 약 190만년 전의 호모에렉투스는 1000㎖, 약 60만년 전의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는 1250㎖, 약 20만년 전의 호모사피엔스는 1466㎖였다.

따라서 뇌 용량이 가장 급속하게 확대된 190만년 전의 호모에렉투스 시절부터 인류가 처음으로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요리 가설을 주창한 리처드 랭엄 박사도 이 시기가 인류의 작은 치아와 위장관을 진화시킨 때와 일치한다며 이에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밝혀진 고고학적 증거는 이와 다른 시점을 가리키고 있다. 인류가 불을 사용한 가장 오래 전의 흔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본더벌크 동굴에 남아 있는 약 100만년 전의 재다. 그곳의 식물 재와 불에 탄 동물 뼈 등을 분석한 결과 반복적인 불 사용 흔적이 드러난 것.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동굴의 주인인 호모에렉투스들이 벼락 등의 자연발화에서 얻은 불을 동굴 안에 들여와 한 곳에서 계속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타분 동굴의 불 사용 흔적은 35만년 전

2011년 네덜란드와 미국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초기 인류가 인공적으로 불을 지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늦은 40만~30만년 전으로 밝혀졌다. 유럽의 선사시대 유적지 141곳에서 습관적인 불 사용 흔적을 추적한 결과, 40만년 전 이전의 유적지에서는 인류의 불 사용을 입증하는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연구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또 하나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론 쉬멜미츠 교수팀이 ‘타분 동굴’의 유물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약 35만년 전부터 인간의 조상들이 정기적으로 불을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타분 동굴은 약 50만년에 걸친 인간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어 시간의 경과에 따른 다양한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연구진은 이 동굴의 거주자들이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한 때가 언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동굴에서 퇴적물이 가장 많이 쌓인 곳을 골라 100개의 퇴적층을 채취해 부싯돌의 등장 시기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약 35만년 이전의 퇴적층에서 발견된 부싯돌에는 검게 그을은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밝혀진 인류의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단점을 지닌다. 만약 그때부터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현생 인류의 조상이 추운 유럽에서 불도 없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 또한 그때부터 요리가 시작되었다면 어째서 그 시기의 고인류에게 해부학적으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인류는 현대인들도 힘에 부쳐하는 자연에서의 인공적인 불 피우기를 언제부터 시작한 것일까.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4-12-22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