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과학교육 목표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4일 서울교육대 사향문화관에서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제2회 과학 교육과정 포럼’이 개최되었다.
‘과학교육의 목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과학 분야 및 기술공학 분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통합 과학교육 과정 시안 개발에 반영할 다양한 시사점이 제공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날 개회사를 전한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과학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통합의 자리인 만큼, 여기 모인 다양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히면서 “오늘 행사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나비효과처럼 퍼져,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과학교육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창조경제 시대의 과학은 모두를 위한 과학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과학과 교육과정 목표 설정의 방향 제안’이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조향숙 한국과학창의재단 융합과학기술기획실장은 “과학교육의 두 가지 중요한 목표는 모든 학생들에게 과학을 교육시키는 것과 이공계 진학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목표를 기반으로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는 문·이과 통합 과학교육이 담길 예정라고 밝힌 조 실장은 “기술집약적인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현대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이 과학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과학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내년에 개정되는 교육과정에는 학생들이 인문과 과학에 대한 기초소양을 함양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까지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취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과학교육 과정의 목표설정을 위한 고려사항으로 “과학교육이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과학교육 개선에 대한 요구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 △입시 및 암기 위주의 수업 등을 제시했다.
조 실장은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과학교육으로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금 이 시점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교육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세계 각국의 과학과 교육과정 목표 비교·분석’이란 주제로 발표한 유준희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과학 교육의 정책 입안과 실행에서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국가인 미국 및 영국, 그리고 핀란드, 싱가포르와 같은 선진국들의 과학교육 과정을 비교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차기 과학교육 과정 목표를 설정하는데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고 강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다음은 유 교수가 발표한 국내 및 해외 주요 국가들의 과학교육 과정별 목표다.
▶ 대한민국 = 과학의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과학 탐구 능력과 과학적 태도를 함양하여, 창의적이고도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
▶ 미국 = 12학년의 의무교육 과정을 마치고 모든 학생들은 실험실습 및 통합개념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여, 과학관련 쟁점에 대한 토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과학적 정보에 비판적 소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 영국 = 물리나 화학 같은 학문 체계를 통하여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과학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왔고, 세상을 번영시키는데 필수적 요소인 만큼 모든 학생들은 과학의 지식 및 방법, 그리고 과정들에 대해 핵심적인 측면을 학습해야 한다.
▶ 핀란드 = 척박한 자연 환경, 특히 춥고 어두운 겨울에 얼어붙은 강과 호수가 많은 지역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의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할 수 있는 과학교육이 되어야 한다.
▶ 싱가포르 = 새 과학교육 과정에서 강조하는 ‘21세기 역량(21century competency)’ 캠페인을 통해 과학탐구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과정의 틀을 사용한다.
과학기술공학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 전달돼
2부 세션은 과학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들과 인문계 및 과학기술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순서로 구성되었다. 중학교 현장의 의견을 발표한 차선화 울산 강동중학교 교사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고려해야 할 내용으로 3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고려사항으로 차 교사는 우선 학생들이 인문사회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여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교육으로서 과학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이 과학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고등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임혁 서울 문정고등학교 교사는 창조경제시대에 적합한 과학교육과정 목표의 설정 방향에 대해 “모든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학 지식과 역량이 이공계로 진한하는 학생들이 쌓아야 할 기초지식 및 역량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 교육과정과 이공계로 진학할 학생을 위한 과학 교육과정은 달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임 교사는 “과학의 기본 개념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고, 교육과정도 구체적으로 서술되어야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공학계 현장의 의견을 전한 이준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회가 학생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관점에서 볼 때 과학에 흥미가 없었던 문과성향의 학생들도 과학을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고리타분한 이론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참여할 수 있는 실험위주의 수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임연구원은 “창의융합형 인재는 너무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융합형 인재 양성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스킬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여겨지고, 이외에도 너무 잦은 개정이 오히려 교사나 학생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개정의 시기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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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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