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제 기간 중 학교시험과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고 각자 원하는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현재 전체 중학교 중 약 25%가 연구 희망학교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0개교로 확대된다. 또한 2016년에는 전국 3173개 중학교 전체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학교 밖에서의 진로탐색을 위한 프로그램 및 제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직업체험기관을 5개 이상 확보하지 못한 학교가 절반 이상으로서 진로탐색 지원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공공기관들이 앞장서서 자유학기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동부지법에서는 서울 성동·광진교육지원청과의 협의 하에 중학생들의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서울동부지검과 연계해 검찰청 견학 프로그램이 실시됐으며, 전자법정에서의 법원지원 업무체험이 이어진 것.
서울서부지법에서도 서부교육지원청과 함께 관내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9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관내 희망 중학교 7곳으로부터 재학생 10명씩을 추천받아 모의재판 및 판사와의 대화, 재판 방청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들 체험교실은 지난 9월 19일 법원행정처와 교육부 간에 체결한 ‘사법부 학생 법교육 지원과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에 의해 시행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라 대법원과 각급 법원은 학생들에게 재판 참관 프로그램, 법원 견학 프로그램, 법관 학교 출강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인프라 구축에 협조하기로 했다.
삼림청에서도 교육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유학기제 활성화를 위해 2학기 들어 130개 학교를 대상으로 300여 회의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숲오감체험 및 숲속 트레킹, 전통놀이 및 목공예 체험, 식물학자 되어보기, 우수 산림경영지 방문 및 수목원 체험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숲을 직접 찾아갈 수 없는 학교에는 산림교육 전문가인 숲해설가를 지원해 인근의 도시숲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에 따라 삼림청 소속기관인 정읍국유림관리소에서는 9월 12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자유학기제를 시행 중인 관내 총 5개 학교 5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숲해설가와 함께 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별한 직업체험 프로그램 진행
NH농협은행 제주영업본부에서는 2학기부터 제주도내 44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위한 금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금융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내 강사에 의해 진행된다. 1교시는 금융의 역할 및 금융직업의 이해 등 이론교육이 실시되며 2교시에는 농협은행 영업점으로 옮겨 통장 개설, 위폐 감별, 지폐 계수 등 금융업무를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방의원이나 소방관 등의 특별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의정부시의회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시행 중인 중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직접 지방의회 운영에 참여하는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최근 운영했다. 학생들이 직접 본회의장에 시의원으로 출석해 조례안을 상정해보고 상정된 안건을 표결에 부치는 등의 체험을 한 것. 또한 시의회 부의장 등의 시의원들이 1일 멘토로 나서 체험한 참여한 학생을 지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군포소방서에서 관내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위한 소방관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날 학생들은 소방관이 하는 일 및 임용방법, 소방관의 비전과 체력 검정기구 실습, 심폐소생술 등을 직접 해보며 소방관이란 직업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한편, 장기간 폐허로 방치돼 온 공공시설물을 리모델링해 자유학기제 등을 위한 예술교육센터로 재탄생시키는 곳도 있다. 서울시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 입구에 위치한 김포가압장이 바로 그곳.
1979년부터 운영한 김포가압장은 신월정수장과 함께 하루에 평균 12만 톤의 수돗물을 강서구 및 양천구 일대에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2003년 10월 영등포정수장으로 그 기능을 넘겨주면서 운영이 중지됐다. 이후 깊이 4미터의 수조가 그대로 있고 거기에 고인 물이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로 인한 안전과 위생문제 등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했지만 그동안 별다른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
수도 시설이 예술교육센터로 재탄생
지난 7월 서울시는 부지면적 1만1027㎡의 김포가압장을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센터로 재탄생시켜 내년 8월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압장이라는 기존의 장소적 특성을 살려 건물과 수조 등 원형은 보존하면서도 자연과 사람, 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한 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것.
2개의 큰 수조는 각각 가변형 공연장과 체험·놀이 등 테마별 활용이 가능한 시설로 조성되며, 배관실 및 크레인실 등으로 쓰였던 건물은 예술스튜디오와 인터랙티브미디어공간 등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가변형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밖에도 야외공간은 휴게쉼터, 놀이마당, 텃밭 등으로 꾸며져 주변 학교의 자유학기제, 방과후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등의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예술교육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서울시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권역별로 보편적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이와 같은 사업을 2018년까지 10개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커리어 스타트 주간’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그 결과 캠페인 이전에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의 약 40%가 하루 일정으로 직업 현장 방문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캠페인 전개 후에는 직업체험 프로그램 중 3일 이상 일정이 약 60%, 5일 이상 일정이 약 15%에 달했다. 중학교 교장들에 대한 조사 결과 직업체험 기간이 길수록 학생들의 동기부여가 강화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등 이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딛은 자유학기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 밖에서의 진로탐색을 위한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지난 23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중앙부처와 공공 민간기관 등 중앙단위 지원체제를 구축해 ‘교육기부 업무협약’ 등으로 자유학기제를 지원한다는 ‘자유학기제 확산방안’을 확정했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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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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