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룡은 프로테로사우로스에서 온 말로 '날개달린 도마뱀'이라는 의미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것이다. 척추동물 중 가장 먼저 동력비행(powered flight)를 진화시켰는데, 초기 익룡들은 턱이 길고 많은 수의 이빨과 긴 꼬리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꼬리가 매우 짧아졌으며, 이빨이 없는 종류도 생겨났다.
흔히 사람들은 익룡을 '하늘을 나는 공룡'으로 지칭하곤 하지만 사실 이는 틀린말이다. 공룡은 새를 포함하여 조반류와 용반류의 마지막 공통조상의 후손인 파충류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학자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현재 과학계에서 멸종한 해양 파충류를 비롯, 익룡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룡을 익룡이라 생각하며, 영화 속에서 보는 생물 역시 익룡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아바타'에는 '이크란'이란 이름의 비행 생물이 등장하는데, 이 생물은 익룡과 매우 닮았다.
실제로 이 비행생물의 이름을 따서 학명이 붙여진 경우도 있다. '이크란드라코 아바타르'(Ikrandraco avatar)라는 이름의 익룡이다. 아바타 속 생물의 이름인 '이크란'과 라틴어로 용을 뜻하는 '드라코'라는 이름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 익룡은 잡은 물고기를 모아두는 펠리컨의 턱 주머니 같은 구조를 지녔다. 알렉산더 켈르너(Alexander W. A. Kellner) 브라질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Brazil) 박사와 왕 샤오링(Xiaolin Wang)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 박사의 공동 연구팀은 이 익룡의 화석을 발견하였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중국 동북부 지우포탕 지층에서 아래 턱 끝 부위에 특징적인 판 모양의 돌출부가 달린 익룡의 화석을 보았다. 이 지층은 약 1억 2000만 년 전 백악기 초기에 서식하던 다양한 생물의 화석이 묻혀있는데, 서로 가까운 위치에서 이런 특징을 지닌 표본 2체가 발견되었다.
이크란드라코의 턱에는 후크 모양의 돌출부에 신축성이 좋은 턱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왜냐하면 익룡이 이런 특징을 갖는 가설은 지금까지 일부 화석 표본에서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피부 주름의 흔적에 따라 제기된 내용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 확증은 없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오늘날의 펠리컨이 목 밑에 처진 살을 가진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익룡은 인근 호수의 수면 위를 저공 비행하면서 수중에 아래 턱을 내리는 것으로 물고기를 잡아 생활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목 밑에 처진 부위는 먹이를 넣어두면서 그대로 사냥을 계속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먹이와 함께 들어온 물을 뱉는데도 이 부위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완벽하게 보존된 신종 익룡 화석도 발견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익룡의 것으로 추정되는 알 화석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거의 완벽하게 보조된 이 화석은 '해밉테리우스 티안샤넨시스'(Hamipterus Tianshanensis)라는 이름의 익룡이었다. (원문링크)
이 익룡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상에 서식하던 척추동물 중 육지에서 하늘로 서식지를 옮긴 최초의 파충류이기 때문이다. 날개와 비행능력을 가졌으나 현생 조류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않기 때문이다. 이번 화석은 날개 길이가 1.5~3.3미터(m)가량으로, 비교적 큰 몸집을 가졌다.
주로 지금의 조류처럼 거대한 둥지에서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 5개가 발견됐는데, 대체로 껍질이 얇은 편이었지만 모두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할 만큼 양호하다. 과거에도 익룡의 알로 추정되는 화석이 발견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보존상태가 매우 좋지 않거나 둥근 형태가 아닌 납작한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화석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알 화석은 현생 파충류의 일종인 쥐잡이뱀(Rat snake)와 비슷한 종일 것으로 보인다. 공룡에 비해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던 익룡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화석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발견된 장소 때문이다. 화석이 발견된 지점 근처에는 둥지로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있는데, 이는 이 익룡들이 떼를 지어 사는 군서 습성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종합적으로 추정해보자면 이 익룡은 주변 강이나 호수 근처에 둥지를 만든 뒤 알을 낳았을 것이며,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모래에 묻어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라진 이유는 아마도 1억 2000만년 전 지구에 불어닥친 거대한 폭풍으로 추정된다.
이빨 없는 '익룡'도 하늘을 지배한 적 있다
익룡은 바로 하늘을 지배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굉장히 사나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큰 날개와 긴 꼬리, 날카로운 이빨이 흔히 생각하는 익룡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한때는 이빨이 없는 익룡도 하늘을 지배하며 살았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알렉산더 아베리아노브(A.O. Averianov)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Росси́йская акаде́мия нау́к) 박사팀은 약 6000만년 전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인 아즈다키드(azhdarchid)종은 이빨이 없었다는 내용의 연구를 학술지 '고생물학 저널'(Paleontological Journal)을 통해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페르시아어로 용(dragon)을 뜻하는 아즈다키드는 무려 10~12미터(m) 크기의 거대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며, 지구 전지역에 걸쳐 분포한 성공적인 종이다. 초기 익룡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던 것과는 다르게, 아즈다키드는 이빨이 없었다.
즉, 이가 빠진 아즈다키드가 기존에 이빨을 가지고 있던 익룡을 대체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익룡 사이에도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늘의 지배 세력이 이빨있는 익룡에서 없는 익룡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백악기 생태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관련 정보를 연구할 수 있는 화석 등의 자료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아즈다키드는 일부 고생물학자들에게 '악몽같은 존재'로 불리기도 한다. 발굴된 화석이 조각 조각으로 있으며, 보존상태도 좋지 않아 연구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역시 지난 40년 동안 발굴된 화석의 일부만 가지고 분석된 것이기 때문에 아즈다키드를 넘어 익룡 전체를 연구했다고 해석하는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즈다키드와 관련된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표가 되고 있다.
사실 18세기만 해도 사람들은 공룡을 전설상의 괴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1784년 베를린 부근에서 익룡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파문이 일어났다. 파충류와 포유류의 중간 형태 모습을 띤 이 생명체의 화석에 '익룡'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프랑스의 '조르주 퀴비에'(Cuvier, Georges Léopold)였다.
'날개 손가락'이라는 말에서 학명을 따와 그 화석을 파충류의 화석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이때부터 익룡은 공룡이 아니라 파충류의 조상이었으며, 공룡과 같은 멸종된 생물이 지구상에 살았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1784년 이후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학자들은 익룡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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