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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10-22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사나이 [인터뷰] 윤세원 KRISS 창업공작소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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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쉽게 흉내내지 못할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피아노를 멋들어지게 잘 치는 사람도 결국 악기의 기술자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악상을 곡으로 섬세하게 만들어나가는 사람도 기술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현실의 언어로 구체화 해 주는 사람도 있다. KRISS 창업공작소 윤세원 기술사는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머릿속에서만 구현되는 기술과 제품을 현실세계로 끄집어내주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들 머릿속에는, 엄청난 게 들어있어요

윤세원 KRISS 창업공작소 기술사 ⓒ 황정은
윤세원 KRISS 창업공작소 기술사 ⓒ 황정은

"저희 KRISS 창업공작소에 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저 사람 머리에 도대체 어떤 물건이 어디까지 들어있나 싶을 만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하죠."

KRISS 창업공작소는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제품을 제작지원 해 주는 곳이다. 모르는 사람은 이곳 창업공작소가 이제 막 개소한 곳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곳은 KRISS의 40년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 이 곳은 '공작실' 이라는 이름으로 KRISS가 설립될 당시 함께 생겼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거죠. 본래는 연구원들이 연구한 결과를 시제품으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했어요. 40년 전만 해도 대전지역은 '산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죠. 정밀 기계를 가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어요. 때문에 연구소 자체에서 이 모든 것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10년, 20년을 운영해 온 공작실은, 우리나라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역할과 필요성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대전 지역에도 가공업체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정밀기계를 가공할 수 있는 곳들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굳이 공작실에 의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다 최근 창조경제가 강조되면서 저희 공작실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 차원에서 사람들을 널리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인들의 창업을 지원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개인은 창업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게 시제품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이 자금도 자금대로 들 뿐 아니라,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그렇다면 구체적인 기계언어는 잘 모르지만 아이디어는 갖고 있는 일반 대중들에게 조언을 제공해주고 시제품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었죠.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할 수 있어야 밑바닥 경제가 살아나거든요. 개인의 성취감을 확대하고,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모두가 윈윈 하는 시스템이 되는 거죠."

다른 연구소들은 이처럼 시제품을 만들어주는 창업공작소를 새롭게 만들었지만, KRISS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랫동안 내부에 공작실을 보유하고 있던 만큼 그 성격과 일의 방향을 살짝 바꾸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곧장 내부정리를 하고 간판을 바꾸며 '손님'들 맞을 준비를 했죠. 저희는 워낙 오래전부터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시면 돼요. 고객만 더 늘린 셈이죠. 내부고객에서 외부고객으로요.(웃음) 상담을 해보니 의외로 창업과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엉뚱한 아이디어라고 할 지라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하지만 그는 딱 잘라 이야기 했다. 상담을 통해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될 것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가능성 없는 아이디어로 시간을 낭비할 사람들에게 환상을 깨주는 것 역시 이곳 창업공작소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제가 여기 오래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어보면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거든요. '될' 아이디어와 '안 될' 아이디어가 나와요. 때문에 아무리 해도 힘들어 보이는 것들은 아주 냉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 해주죠. 단념하라고요. 하지만 될 것 같은 아이디어는 밤을 새서라도 함께 고민합니다."

창업기업 3곳 배출… 앞으로 더 늘어날 것

KRISS 창업공작실 지원을 받아 개발된 나뭇잎 접시 ⓒ 황정은
KRISS 창업공작실 지원을 받아 개발된 나뭇잎 접시 ⓒ 황정은

함께 밤을 새우고 고민한 결과가 나왔다. 약 70건의 상담과 시제품 설계 20건을 진행한 결과 10월 현재 창업기업 3곳을 배출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창업에 성공한 기업은 (주)삼포인프라로, 이곳의 도움을 받아 회전형 하수구 오염물질 제거 스크린을 개발했다.

(주)삼보인프라의 대표인 황동언 씨의 해당 창업 아이템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운영하는 창조경제타운의 우수아이디어로 채택, KRISS 창업공작소로부터 관련 전문가를 매칭 받아 설계도면 보완과 시제품 제작, 성능 검사 등을 지원받았다. 현재는 공동특허 출원을 진행 중에 있다.

"삼보인프라에서 개발한 '하수구 오염물질 제거 스크린'은 물의 흐름으로 낙엽이나 쓰레기 등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수구 입구에서 갈퀴로 걸러 주는 장치입니다. 기존에는 이 갈퀴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비가 많이 올 경우 오히려 물의 역류현상을 유발했어요. 하지만 저희와 함께 연구한 결과는 갈퀴가 회전이 되도록 만들어 역류현상을 예방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던 비결은 결국 스프링에 있습니다. 갈퀴가 자동으로 회전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스프링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KRISS가 보유한 토크 측정기술로 특수 스프링을 만들었죠."

뿐만이 아니다. ㈜이에스지케이의 김귀영 씨는 휴대용 정전기 측정장치를 만들었으며, 이투아이디어의 김은규 씨는 여성들의 화장품 정리함을 만들었다. 앞으로 창업 예정 중인 곳도 세 곳이 있다. 대학생인 이인구 씨는 친환경 일회용 나뭇잎 접시를 선보일 예정이며 박경호 씨는 LED 형광등 고정구의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윤상천 씨는 특수침을 개발, 미용 등에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를 완료하고 시제품 제작 중에 있다.

"창업기업이 겪는 갖는 큰 어려움은 제 생각에 '언어'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요. 이 분야에서는 기계언어, 즉 도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한들 도면으로 만들지 못하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때문에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면으로 만드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해요."

묻고 또 묻고, 재차 확인을 거듭한 끝에 본격적으로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다. 한 두 번의 만남으로는 결코 공통의 언어를 찾아갈 수 없다. 만나고 또 만나고, 밤낮없이 만나야 이룰 수 있는 결과인 셈이다.

헌데, 그렇게 만나다보니 사람들이 별별 이야기를 윤세원 기술사에게 건네곤 한다. 기술에 대한 멘토링을 위해 설립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 까지도 듣게 된다. 그러다보면 의도치 않게 인생 상담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저는 상대하는 사람이 매우 다양하잖아요.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 주부, 직장인 등 연령과 성별 모두 다양하죠. 그런 만큼 매우 단순한 아이디어부터 고급기술까지, 사람들이 갖고 오는 생각도 모두 달라요. 이토록 다양한 분들의 삶은 얼마나 또 다양하겠습니까. 어쩔 때는 기술멘토가 아니라 인생 상담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렇게 인생과 기술을 모두 이야기하는 도중, 시제품은 어느새 제작이 됩니다. 그러고 보면 KRISS가 이러한 지원사업 기반이 매우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소기업센터도 있고, 홈닥터 제도도 있어서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거든요. 즉 이곳 창업 공작실에서 지원을 받고 난 후 창업을 하면 이후 중소기업 단계의 지원을 해줄 수 있어요. 그 때 그 때, 기업의 성장과정에 맞춰 다른 옷을 입혀줄 수 있는 거죠."

윤세원 기술사는 사람들을 돕다보면 주말도 밤낮도 없이 고민 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그 분들이 얼마나 열심인지, 저도 조금만 여유를 부리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라며 "보다 심도 있는 지원이 가능해지도록 저 같은 사람이 곳곳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이야기 했다.

"제가 접촉할 수 있는 분야도 결국은 한계가 있잖아요. 기술적으로든 인력으로든 말이죠.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마치 사금을 모아 금을 만들 듯, 지금은 이곳저곳에 흩어진 아이디어가 미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들을 모아놓으면 굉장할 거예요.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세원 기술사는 "이러한 상담 지원센터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느낀다"며 "굉장히 보람된다. 처음에는 어떻게 상담을 해줘야 할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많이 훈련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상담하는데 요령도 생기고 상대방의 마음을 끌어내는 테크닉도 생겼어요. 내년에는 좀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어요. 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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