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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10-20

탈모 치료제 개발 실마리를 찾다 [인터뷰] 성종혁 연세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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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20~30대 젊은 층의 탈모비율이 전체 탈모인구의 절반가량인 48.5% 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탈모가 젊은 층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에 따라 탈모 해결에 대한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탈모치료제가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일시적 차원에 그치고 있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했다. 대부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즉 퇴행기를 방지하거나 혈류를 촉진해 영양을 공급해 주는 것에 그쳤던 것이다. 새로운 모낭이 생기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는 일시적인 처치에 불과했다.

지방줄기세포로 탈모를?

성종혁 연세대 약학과 교수팀 ⓒ 성종혁
성종혁 연세대 약학과 교수팀 ⓒ 성종혁

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탈모치료제와는 차별화된 연구를 진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성종혁 연세대 약학과 교수팀이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해 탈모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성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특정 성장인자가 들어있는 배양액에서 배양한 지방줄기세포를 생쥐에 주사한 결과 모발 성장이 세 배 이상 촉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줄기세포는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조직 재생과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응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줄기세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방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생소한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해요. 지방조직은 지방세포 외에 미세혈관 내피세포와 내막세포, 섬유모세포, 근육세포, 지방전구세포 등으로 구성됩니다. 최근에는 간엽줄기세포가 적절한 환경에서 연골과 골, 근육, 지방으로 유도된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특히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골수나 제대유래 중간엽줄기세포에 비해 다량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어 피부 및 성형 미용을 목적으로 지방줄기세포의 임상적인 적용이 활발한 상황이에요."

배양하지 않은 지방줄기세포 추출분획이 피부과 등에서 임상 사용되고 있으며 가슴 확대술의 경우에도 지방줄기세포가 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지방줄기세포가 치료용 세포치료제로 허가되면서 크론씨 병 등에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저는 기업 연구소 시절부터 지방줄기세포 산업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지방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 소재 개발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죠. 하지만 치료나 생산에 사용할 만큼 충분한 양의 지방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때문에 경제적인 가격으로 세포치료제 등을 생산할 수 없었죠."

그동안 지방줄기세포를 세포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은 많은 연구진에 의해 시도됐다. 하지만 배양기간이 길고 비용이 높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곤 했다. 이런 가운데 성종혁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그동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저희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지방줄기세포에 D형 혈소판유래성장인자(PDGF-D, platelet-derived growth factor-D)를 처리해주면 성장과 증식이 두 배 이상 왕성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나아가 이렇게 배양된 지방줄기세포를 생쥐의 피하에 주사한 결과 성장기 모발이 유도되고 모발이 증식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D형 혈소판유래성장인자란 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유도하는 성장인자 중 하나로 평활근 세포, 섬유아세포 및 혈관벽 같은 간엽유래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단백질입니다. 성장기 모발이란 모발의 반복되는 성장주기 가운데 90% 정도를 차지하는 모발의 성장 단계를 의미하죠."

D형 혈소판유래성장인자는 적은 양의 지방줄기세포를 사용하면서도 동일한 발모촉진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지방줄기세포 투여량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줄기세포의 증식능 향상 효과는 D형 혈소판유래성장인자가 만들어낸 활성산소가 줄기세포를 자극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D형 혈소판유래인자를 처리한 것은 이번 연구의 가장 핵심사항입니다. D형 혈소판유래성장인자를 처리함으로써 지방줄기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게 되고, 이 때 나오는 활성산소로 인해 지방줄기세포의 증식을 조절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사실이죠. 물론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도 동시에 증가합니다. 지금까지 활성산소가 노화나 세포 사멸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낮은 농도의 활성산소가 발생하면 세포 안 신호전달 물질로 작용해 세포의 성장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저희 연구 또한 이러한 최신 이론들을 뒷받침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성종혁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해당 활성산소가 신호전달물질처럼 작용해 세포의 성장과 분열에 관계하는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고 모발 재생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탈모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탈모를 경험하면서 유전이라는 이유로, 혹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이유 때문에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치료제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사실은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탈모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질병이 유발되고 촉진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탈모의 정확한 발병기전 연구 및 효과적인 치료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저희 팀은 연구를 통해 발모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고, 그 한 가지 방법으로 기존의 합성 약물이 아닌 줄기 세포를 이용한 모낭 재생을 시도한 것입니다.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지방줄기세포를 모낭으로 분화하는 것까지 성공한다면 아마도 탈모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형 탈모 더 적합…모낭분화시 남성형 탈모도 可

PDGF-D로 배양한 지방줄기세포에서 촉진된 발모효과.  생쥐의 등 부분의 털을 제거한 후 시일의 경과에 따라 털이 다시 자라나는 정도를 살펴본 것으로 대조군(왼쪽 패널-Negative Ctrl, 가운데 패널-ASCctrl)과 달리 PDGF-D를 전처리한 지방줄기세포를 투여한 생쥐(오른쪽 패널- ASCPDGF-D)의 경우 14일 경과후 털이 상당 부분 자라나 등 부분을 덮은 것을 볼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PDGF-D로 배양한 지방줄기세포에서 촉진된 발모효과. 생쥐의 등 부분의 털을 제거한 후 시일의 경과에 따라 털이 다시 자라나는 정도를 살펴본 것으로 대조군(왼쪽 패널-Negative Ctrl, 가운데 패널-ASCctrl)과 달리 PDGF-D를 전처리한 지방줄기세포를 투여한 생쥐(오른쪽 패널- ASCPDGF-D)의 경우 14일 경과후 털이 상당 부분 자라나 등 부분을 덮은 것을 볼 수 있다. ⓒ 한국연구재단

해당 연구는 아직 비임상 단계에 그치고 있다.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병원 등과 협력해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연구라고도 할 수 있다. 연구의 최종 목표는 모발이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 중간과정인 지금의 결과를 살펴보자면 성종혁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여성형 탈모에 더욱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낭분화에 성공한다면 남성형 탈모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한 기간부터 생각하자면 총 8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다. 성 교수는 "본격적인 줄기세포 연구는 2007년부터 시작했다"며 "기업 연구소에 있을 당시 지방줄기세포배양액을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했고 대학에서는 지방줄기세포의 증식‧분화의 조절 기전을 주로 연구했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연구는 그 연장선상에서 지방줄기세포의 증식 및 재생력을 증가시키는 최적의 조건을 찾은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번 연구 논문은 처음 시작부터 약 반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아마 가장 큰 어려움을 들자면 다른 연구자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연구비가 점점 줄어들고 집단 연구가 늘어난다는 점일 것입니다. 때문에 저처럼 신진 연구자들은 안정적인 연구비 수주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연구비도 점차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정책 당국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착한 연구비 정책’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종혁 교수는 앞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안티 에이징(anti-aging)' 치료 개발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노화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reprogramming)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며 "탈모도 어떤 면에서는 피부 노화의 과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처럼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피부 노화 과정을 조절할 수 있으면 탈모 치료도 가능할 것 같다. 앞으로 피부 노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이 분야 연구에서 선도 그룹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저희 연구 성과가 널리 알려지고 난 후 탈모로 고생하는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접하게 됐습니다. 임상시험에 자원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가 아니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더군요.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새삼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에 박차를 가해 더욱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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