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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10-16

고층건물 외벽 작업 안전성 높였다 [인터뷰] 함영복 기계연 극한기계연구본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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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다 보면 높은 건물 외벽을 타고 페인트칠이나 청소를 하는 작업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지상으로부터 수백미터 높이로 올라간 건물 외벽에서 단 두 개의 줄만 의지한 채 건물 외벽을 보수하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조차 아찔하다.

실제로 건물 외벽을 청소하거나 페인트칠을 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사고는 생각보다 종종 일어난다. 작업자들이 의자로 사용하는 나무판자와 로프의 이음새가 끊어진다거나, 옥상 위쪽의 줄이 마모되면서 끊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작업자가 공중에서 추락하거나 건물이 손상되는 등의 위험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사람을 대신해 고층 건물의 외벽을 청소하거나 페인트칠을 할 수 있는 기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사람이 고층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안정성에 크게 기여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원격조정 곤돌라 시스템, 월봇(Wallbot)

함영복 기계연 박사 ⓒ 황정은
함영복 기계연 박사 ⓒ 황정은

국내 연구진이 고층 건물 외벽의 도색과 청소 등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자동 곤돌라 시스템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함영복 한국기계연구원 극한기계연구본부 극한에너지기계연구실 박사팀이 원격조정 곤돌라 시스템인 ‘월봇(Wallbot)’을 개발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건물유지보수로봇(BMR)연구단의 제2세부과제로 진행된 해당 연구는 한창수 한양대 교수와 함영복 박사팀, 박창우 전자부품연구원 박사팀, 김영석 인하대 교수팀, (주)대화산기가 공동으로 개발한 결과다.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기기는 고층 건물 혹은 아파트 외벽의 페인트칠을 할 수 있는 로봇입니다. 로봇의 이름은 월봇(Wallbot)입니다. 고층구조물 외벽유지관리용 로봇시스템 개발 연구단에서 진행한 연구 중 제2세부과제죠. 제1세부과제가 ‘빌트 인 가이드(Built-in Guide)’ 형 외벽유지관리 로봇시스템이고, 제3세부과제가 ‘고층 외벽 작업용 툴(tool)을 개발하고 통합유지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면 저희는 외벽유지 자체에 대한 로봇시스템인 셈입니다. 이름 그대로 곤돌라형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이동과 작업 메커니즘이 보다 편리하게 이뤄집니다. 외부 통합제어 시스템으로 제어함으로써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죠.”

그렇다면 함영복 박사팀은 어떤 계기로 해당 기술을 개발한 것일까. 기존의 재래식 외벽유지보수 방식은 작업자가 옥상과 연결된 밧줄에 의존해 시계추 운동처럼 좌우로 이동하며 도장작업을 수행한다. 옥상에는 밧줄이 고정돼 있고 마치 시계추 운동처럼 밑에서는 건물 좌우로 이동하기 때문에 옥상에 걸쳐져 있는 밧줄이 마모되기도 했으며 사고가 심각할 경우 줄이 끊어져 도장 작업자가 추락하거나 도장기구가 낙하해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존 작업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안전성이었습니다. 저희도 연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실제로 고층건물 도장 작업자의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줄이 끊어지는 경우도 있고, 작업자가 작업을 완료한 후 자신의 줄인줄 알고 와이어를 해체하다가 다른 사람의 와이어를 풀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굉장히 위험한 현장이죠. 곤돌라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사람이 탑승하는 곤돌라인데, 이 경우 줄이 끊어지거나 바람이 불면 크게 흔들하면서 옆 건물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저희팀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함영복 박사팀이 개발한 원격조정 곤돌라 시스템은 제어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업자가 지상에서 작업내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제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기존과 달리 작업자가 곤돌라에 탑승하지 않고 지상에서 원격으로 조정해 안전사고 우려를 최소화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탈부착이 용이하고 해체없이 수평으로 이동가능한 곤돌라 걸이(이하 행거)를 개발해 작업의 생산성을 확보했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원격조정 곤돌라 시스템은 돌풍에 의한 흔들림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과 분사도료 비산방지 기술, 수평이동 행거 설계 기술 및 특허등록, 수직벽면 요철극복 및 주행기술 등을 핵심기술로 갖고 있다.

앤드리스 와인더에 의해 승하강되는 월봇은 조임나사식 행거를 적용해 수평이동을 용이하게 했다. 또한 기기가 건물외벽을 승하강 할 때 양각 부분이나 요철이 두드러진 부위를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스프링이 달린 레버형 가이드 휠을 적용, 건물의 손상을 최소화 시켰다.

월봇을 통한 도장 및 청소작업도 보다 세밀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좁은 벽면이나 모서리에 대해 도장작업이 가능하도록 특수작업용 로봇팔을 부착했으며 지상작업자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작업현황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세심한 작업이 가능해진 이유는 곤돌라용 센서를 부착했기 때문이다. 2차원 레이저스캐너와 ARS(Attitude Reference System) 및 수직위치센서 융합을 통해 입체적인 건물의 외벽형태를 인식하며 네 개의 카메라를 통해 탑뷰(Top-view)를 제공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round Veiw Monitoring)’ 시스템을 적용시켰다.

“기기에 큰 팬 두 개가 달려 있습니다. 이는 바람에 의해 기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비행기가 팬의 추진력으로 바람의 저항을 뚫고 나가듯,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거죠. 이외에도 기기 상단에는 페인트를 분사시키는 노즐이 있으며 롤러를 부착시켜 먼지에 더럽혀진 건물 외벽을 청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조 와이어도 마련해 혹시 모를 사고로 메인 와이어가 파손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사람 손 대체하는 기기 만드는 일, 만만치 않았죠”

건물 외벽 유지보수를 위한 원격조정 곤돌라 시연모습 ⓒ KIMM
건물외벽 유지 보수를 위한 원격조정 곤돌라 시연모습 ⓒ KIMM

함영복 박사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청소 뿐 아니라 건물 외벽의 페인트칠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존 기기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해외에서도 건물 외벽을 청소하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도장이 가능한 기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도장을 위해서는 페인트 공급장치와 분사된 페인트가 공중에 흩어지지 않도록 막는 시스템 등이 필요했는데 이러한 장치의 개발이 까다로웠던 것이다.

“사람이 하던 것을 기계로 대체하는 작업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하는 작업 만큼 섬세한 건 없죠. 저희가 개발한 기기가 만능은 아니라는 겁니다. 섬세함도 사람의 손에 비해서는 떨어질 수 있어요. 또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며 완성한 도장을 기기로 대체하려다보니 다양한 기능들이 필요합니다. 사실 월봇에 조합된 모든 기술은 다른 많은 연구진들도 생각한 부분일 수 있어요. 다만 저희는 그 모든 기술을 한 곳에 조화시켰다는 것, 그리고 기계의 힘으로 도장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함영복 박사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결국 기존 재래식 외벽 유지보수 방식에서 가장 부족했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함영복 박사는 “건물이 점점 고층화되는 추세 속에서 작업자들의 위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고층 건물일수록 더 많은 보수와 관리가 필요하다. 외벽에 대한 모니터링, 어디에 크랙이 갔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페인트가 분사되는 노즐 부분이 굳어져서 막히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어려웠죠. 또한 보수하는 대상이 기계 부품이 아니라 건축물이기 때문에 월봇을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외관형성을 정확하게 스캔해서 창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제어해야 하거든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기술이 결코 만능은 아닙니다. 분명 섬세한 부분을 작업자의 손으로 마무리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다만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 월봇이 단순 면적에 대한 작업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섬세한 손길을 요구하는 곳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면 되는 거죠.”

함영복 박사팀의 이번는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함 박사는 “장기적으로는 기기를 더욱 소형화 시켜서 자율 주행 하는 곤돌라를 만들고 싶다”며 “자율 주행하면서 도장도 하고 청소도 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기의 형태가 달라지긴 하지만 현지에서의 문제점은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바닥을 청소하는 청소로봇처럼 벽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겠죠. 앞으로 연구의 방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번 연구는 그 출발의 단초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발된 월봇을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재래방식에 대비했을 때 약 50%의 작업 인원을 절감할 수 있으며 자동 곤돌라 두 대를 투입할 경우 재래 방식에 비해 연간 외벽 유지보수비용을 16.9%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약 1년 반이 지나면 수익률 109.7%로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는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건물 외벽 작업의 안전을 위해 시작된 연구. 결국 월봇 개발의 의의 역시 안전에 있는 셈이다. 함영복 박사는 “작업을 하며 많은 사고들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자동화해 첨단화함으로써 작업장의 사고율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안전상의 이유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3D작업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한 건물외벽 유지관리 원격조정 곤돌라 시스템이 실용화 될 경우 안전사고 및 재산피해 등 재래식 외벽도장 작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곤돌라형 외벽 유지관리 로봇은 건물 외벽에서 시험 적용해 시스템 성능평가와 유효성 검증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7일에는 최종 버전의 시작품을 제작해 ‘월봇(WallBot)’이라 명명한 후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 신축 아파트 고층건물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시연을 한 바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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