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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4-09-25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 성능 높여 [인터뷰] 이진우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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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보급되면서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한 관심이 학계 뿐 아니라 대중 사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다.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배터리’ 인 에너지 저장장치는 한 번의 충전으로 긴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충전속도도 빨라야 경쟁력이 있는 만큼 이러한 물질을 개발하는 데 연구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의 진화

이진우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 이진우
이진우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 이진우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에너지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물질을 발굴해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장 용량과 충전속도, 수명 등 모든 면에서  기존에 비해 상당 부분 향상시켰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에너지 저장장치라고 하면 ‘배터리(리튬이온 이차전지)’를 생각합니다. 특히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 되면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커졌어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 폰의 에너지 저장 장치도 ‘배터리(리튬이온 이차전지)’ 죠. 이러한 배터리는 충전시간이 약 5시간 정도로 길게 소요되고 그것도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면서 배터리의 수명은 점점 단축되죠.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다시피, 일 년 정도 스마트 폰을 사용하다 보면 처음보다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이것은 배터리 안에 있는 여러 구성품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 때문일 수도 있고,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배터리 자체에서 전기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에너지 저장장치로는 리튬이온 이차전지 외에도 대중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축전지’가 있다. 이진우 교수팀이 연구한 하이브리드 커패시터가 바로 이 축전지로, 리튬이온 이차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한다.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우리가 알고 있는 (-)와 (+) 전극물질 안으로 삽입·탈리되면서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반면에 축전지(커패시터)는 이온이 전극물질 표면에서만 쉽게 탈·부착되면서 에너지를 저장하죠. 따라서 배터리에 비해 전기화학적으로 부담이 덜 가는 에너지 저장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전 속도도 초 단위로 굉장히 빠릅니다. 하지만 전극물질 안까지 깊숙이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매우 작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배터리와 축전지는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진우 교수팀이 연구한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는 ‘배터리(리튬이온 이차전지)’와 ‘축전지(커패시터)’의 장점을 결합한 에너지 저장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극에는 배터리에 사용되던 전극물질을 사용하고, (+)극에는 축전지에서 사용되던 전극물질을 사용한 것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대한 연구는 특히 (-)극에 사용되는 전극 물질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극에는 축전지에 사용되는 전극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빠르게 충전이 가능하지만 (-)극에는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극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극의 충전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문제가 됐던 거죠. 따라서 기존에는 산화타이타늄(TiO2)과LTO(Li4Ti5O12)라는 물질들이 주로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의 (-)극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이 물질들이 대체적으로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전극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이진우 교수팀은 기존에 사용되던 산화타이타늄(TiO2)과LTO(Li4Ti5O12) 물질 대신 니오비윰계 산화물(Nb2O5)을 사용했다. 기존에 사용되던 산화타이타늄(TiO2)과LTO(Li4Ti5O12) 물질은 용량이 작고 수명도 크게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진우 교수는 “니오비윰계 산화물(Nb2O5)은 기존 전극물질에 비해 용량과 수명이 우수하다”며 “뿐만 아니라 우리팀이 갖고 있는 나노구조화 기술을 통해 니오비윰계 산화물(Nb2O5)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켰다”고 언급했다. 니오비윰계 산화물은 우수한 출력 특성을 지니고 있어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음극물질로 활용이 기대되는 무기물질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약 1분 만에 최대 용량의 60% 를 충전할 수 있는 고속충전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 티타늄을 음극소재로 활용한 경우에 비하면 에너지용량이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 자체가 빠른 충전 속도와 장수명의 특징을 가집니다. 배터리 그리고 축전지와 차별화된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의 특징이죠. 저희 연구팀의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는 기존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비해서도 더 우수한 충전속도를 보입니다. 3초면 최대용량의 20%가 충전이 가능하고 약 1분 정도면 최대용량의 60%가 충전이 가능합니다. 이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비해 약 1.5배 향상된 성능입니다. 또한 1000번을 충전하고 사용해도 초기용량의 90%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를 스마트 폰 배터리로 사용한다고 할 때, 하루에 1번을 충전하며 3년을 쓰더라도 초기 수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이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비해 약 10% 가량 증가된 성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던 산화타이타늄(TiO2)과 LTO(Li4Ti5O12) 물질은 용량이 작다는 문제점도 있었지만 전기전도성이 낮다는 한계도 있었다. 에너지가 저장되기 위해서는 리튬이온이 전극물질 안으로 삽입·탈리되고 이 과정 중에는 전자도 같이 따라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전자가 잘 이동하기 위해서는 전자를 위한 이동통로가 필요한데  산화타이타늄(TiO2)과 LTO(Li4Ti5O12) 물질들은 전자 이동통로가 거의 없다.

때문에 빠른 속도로 충전하게 될 때 전자들의 이동이 불편해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방법은 주로 탄소를 코팅하는 것이었다. 탄소는 전자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수명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극 물질을 다 만들고 나서 다시 한 번 탄소를 코팅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결국 이진우 교수팀은  이러한 기존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나노구조화 기술을 접목시켰다.

“전극 물질을 나노구조화 시키면 빠른 충전이 가능해지고 용량도 향상됩니다. 전극물질들이 나노 단위로 작아지기 때문에 리튬이온들이 쉽게 잘 움직일 수 있거든요. 또한 저희 연구실에는 전극물질을 만드는 동안 탄소가 동시에 코팅되는 기술이 있습니다. 보통의 연구진은 전극 물질을 다 만들고 난 후 후처리로 탄소를 코팅하지만 저희는 이런 번거로움 없이 전극물질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탄소가 코팅되는 기술을 갖고 있는 거죠. 따라서 탄소를 통해 전자의 이동이 원활해지고 충전 속도를 향상 시킬 수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의 수명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이고요.”

기존 저장장치와 다른 시도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 모식도 및 합성법 ⓒ 한국연구재단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 모식도 및 합성법 ⓒ 한국연구재단

이진우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기존과 다른 에너지 저장장치에 도전하고자 한 그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현재 국·내외로 배터리와 축전지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따라서 기존의 배터리 및 축전지와는 다른 새로운 에너지 저장 장치에 도전 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다.

“다른 연구진과는 차별화된 에너지 저장 장치에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나노구조화된 물질을 사용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아직은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은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저희가 만든 전극 물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는 평소 나노구조 재료를 합성하는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노구조의 재료를 합성하고 이를 에너지 저장 및 전환 장치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와 축전지, 연료전지 등이 그것으로 이번 연구도 배터리와 축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에 기존 연구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새로운 에너지 저장 장치에 대한 도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약 1년이 소요된 연구. 연구 성과에 비해 기간이 다소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히 이는 이진우 교수팀이 갖고 있던 노하우가 벌어준 시간이었다. 나노 구조화 기술에 대한 많은 노하우가 있던 만큼 이후의 기술개발이 수월하게 진행됐다.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저희 연구실이 전극물질 개발 연구에 초점을 두다 보니 전기화학(배터리 및 축전지 구동에 관한 지식들)에 대한 노하우에 대해서 몇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를 만드는 만큼 기술력의 한계도 있었어요. 하지만 함께 연구하는 연구진들이 각각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강기석 서울대 교수님은 배터리 및 축전지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해오셨고 윤성훈 중앙대 교수님은 전기화학에 대해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계세요.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성능이 우수한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 제작을 빠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나노구조화를 이용한 전극물질의 연구와 개발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기초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보다 가시적인 파급효과를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

이진우 교수는 “이번 연구가 당장 스마트 기기 및 전기자동차 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물질이 아닌 새로운 물질(Nb2O5)을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에 적용했다는 것은 학계에 중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와 ACS 출판사가 발행하는 나노분야 국제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는 많은 지구 온난화 가스를 방출하기 때문에 어떻게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만드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실제로 전기자동차는 조금씩 상용화 되고 있죠.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공급원은 배터리 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배터리는 충전시간도 길고, 충전을 하면 할수록 수명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어 반드시 성능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는 충전 속도가 ‘몇 초’ 또는 ‘몇 분’ 으로 굉장히 짧습니다. ‘몇 시간’의 개념으로 충전하는 배터리에 비해 확연히 빠른 충전 속도라고 할 수 있죠. 단 시간에 충전해 스마트 기기 및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에 비해 수명이 길기 때문에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앞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진우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하이브리드 슈퍼커패시터의 용량은 배터리와 축전지 사이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배터리에 비해서 빠른 충전 속도와 긴 수명 특성을 갖고 있지만 용량은 다소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나노구조화 기술을 통해 니오비윰계(Nb2O5)의 성능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전극 물질을 개발해 빠른 충전속도와 긴수명, 그리고 고용량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를 개발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9-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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