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 게임의 열기가 뜨겁다. 선수들은 자국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특히 신기록을 향한 선수들의 땀과 집념은 눈물겨울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기록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과학적으로 분석한 남자 100미터 달리기의 한계치는 8.99초다. 현재 세계기록이 우사인 볼트가 세운 9.58초인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6초 정도를 인간의 힘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빠른 속도로는 달릴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이 치타와 같은 속도로 달린다거나, 캥거루보다 높이 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학의 힘을 빌리면 가능하다. 과거에는 이런 상상이 허무맹랑한 망상으로 치부되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첨단 과학의 힘으로 이제 그런 생각들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제트팩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엔가젯(Engadget)은 미 애리조나대 연구진이 인간의 주행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트팩(Jetpack)을 개발 중에 있다고 보도하면서, 멀지 않아 아이언맨(Iron Man) 같은 슈퍼 군인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제트팩이란 배낭처럼 등에 질 수 있는 소형의 제트엔진이다. 연구진은 사람이 이를 장착한 채 1마일(mile), 즉 1.6킬로미터(km) 정도를 4분 안에 주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제트팩을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당초 제트팩은 배낭처럼 착용한 채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러나 실용화가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이를 개조하여 병사들의 주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용도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개발 방향이 변경됐다. 모든 병사가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면, 철수 속도도 빨라져 그만큼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1마일 거리를 4분 내에 주파하는 것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이나 체력이 뛰어난 보병의 경우에 있어 전혀 불가능한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병사가 총을 포함하여 각종 장비들을 휴대한 채 이런 속도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무거운 장비를 가지고 전쟁터에 투입된 병사가, 교전이나 파괴 등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 불과 몇 분 만에 그곳을 멀리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DARPA에게 있어 대단히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특히 폭발물 세트나 야간투시경 같은 특수 장비를 휴대한 특수병과의 병사들은 아무래도 이동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제약조건을 사전에 없애주자는 것이 DARPA가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였다.
애리조나대의 로봇 공학자인 제이슨 크레스테스(Jason Krestes) 박사가 개발한 제트팩은 소형 제트 엔진까지 포함하여 5킬로그램(㎏)에 불과하기 때문에 착용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제트팩을 구동하기 위한 동력원으로는 리튬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연구진이 시제품을 이용하여 운동선수에게 테스트를 해 본 결과 200미터(m) 달리기에서는 25초를 기록했고, 1마일에서는 5분 2초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제트팩을 장착하여 각각 3초와 18초를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현재 여자선수의 1마일 세계 기록이 4분 12초 56인 점을 고려할 때, 연구진이 희망하는 목표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의 한 관계자는 “목표처럼 4분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시제품을 개량하여 기록을 단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스테스 박사도 “제트팩이 실전에 배치되려면 보완할 것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이 장비가 향후 병사가 임무를 수행한 뒤 그곳을 빨리 탈출하여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효과를 거두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높이 뛰고 가볍게 해주는 동력형 외골격 시스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과학의 힘이 달리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높이 뛸 수 있도록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도록 해주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른바 동력형 외골격 시스템으로서,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외골격 프레임에 부가적인 힘을 지원할 수 있는 동력형 이동식 기계 장치를 의미한다.
우선 사람이 높이 뛰는데 도움을 주는 동력형 외골격 시스템으로 ‘벨로시티 스틸트(velocity stilts)’이 있다. 흔히 점핑 부츠(Jumping Boots)로 불리는 이 장비는 당초 오락거리로 고안되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군사용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벨로시티 스틸트는 스프링에 가한 힘의 양만큼 에너지를 돌려받으면서, 이를 이용하여 전진운동을 할 수 있다. 스프링이 달린 지지대가 중력 에너지를 변환하여 사람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이 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보폭을 대폭 늘려 주고, 높이뛰기 세계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만큼 높이 뛸 수 있기 때문에, 군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벨로시티 스틸트는 병사들이 적의 진지를 한 번에 뛰어 넘거나, 일종의 축지법처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의 동력형 외골격 시스템으로는 착용형 근력 증가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일반인도 힘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장시간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는 장비를 말한다. 현재 국방 기술 개발업체인 록히드마틴은 헐크( 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라는 명칭의 착용형 근력 증가 장치 개발로 전쟁터에 적합한 동력형 외골격 개발을 이끌고 있다.
헐크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티타늄 전동 다리를 통하여 최대 90킬로그램의 무게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사의 발표에 따르면 완전 무장한 군인일지라도 배터리로 전원공급되는 헐크를 착용하고 시간당 약 5킬로미터 정도를 행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최대치로는 시간당 16킬로미터를 역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스템은 병사들 사이에 일반적인 부상 원인인 다리 및 허리 근육의 스트레스를 줄일 목적으로 설계되었다. 또한 병사가 성인 2명 이상의 근력으로 무거운 짐을 안전하게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승강 보조 장치(Lift Assist Device)가 함께 사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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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4-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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