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스코우프(Gyroscope)의 응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이로 휠을 이용해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가 개발됐는가 하면, IT 업계에서는 스마트 폰을 이용한 위치 찾기를 넘어 스마트폰에 자이로 센서를 내장해 스릴있는 모바일 게임이 응용 개발되고 있다.
자이로스코우프는 원래 공간 중에서 자유로이 회전할 수 있도록 장치된 팽이의 일종이다. 짐벌(Gimbal)이라 불리는 두 개의 지지대에 의해 직교하는 두 축을 갖고 있는 자이로스코프는 마찰력이 없는 부드러운 베어링에 의해 짐벌 내부에서 자유롭게 회전하며 그 신비로운 능력을 발휘한다.
이때 자이로스코우프는 3가지의 신비한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자이로스코프는 회전 운동을 유지하려고 한다. 또 회전체가 기울어져도 원래의 자세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자이로스코프는 회전할 때, 회전축이 기울어지는 것에 저항하는 성질 즉, 세차운동을 한다.
전문가들은 “회전하는 자이로스코프에 외력이 작용할 때, 그 힘의 작용점으로부터 90도 각도로 새로운 힘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이런 자이로스코프의 성질은 일찍부터 항공기, 미사일, 우주선, 잠수함 등에 탑재되는 항법장치 등과 같은 군사과학기술에 적극 활용됐다. 또 과학이 발전한 21세기에도 카메라, 로봇, 무인자동화기기 등의 자세제어 및 자이로콤파스 등으로 그 응용의 폭을 크게 넓혀왔다.
방위각을 측정할 수 있는 자이로콤파스가 각종 군수, 운송, 산업 분야에서 대거 활용되고 있고, 최근 들어 자이로스코프의 기계적 운동을 전기적 신호로 바꾼 자이로 센서를 멤스에 결합시켜 IT는 물론 스포츠 분야에도 무궁무진한 응용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가속도와 자이로의 만남
18세기 대항해의 시대에 오대양을 항해하는 선원들은 바다 한 가운데서 자신들의 위치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계산 착오가 난다면 그 결과는 매우 비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서 방향의 위치 변화를 나타내는 경도를 아는 기술이 없어 실제로 난파나 조난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선박이나 항공기에 필수적으로 장착된 관성항법장치에 의해 그런 위험은 사라졌다. 이 항법장치에 장착된 가속도 센서는 단위시간당 직선 운동의 변화를 측정, 항법장치 개발에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속도 센서는 회전 운동하는 물체에 대한 측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자이로스코프로 회전 운동의 변화를 읽어 방위각 측정을 가능케 해 운송수단에 큰 발전을 가져왔다.
자이로센서의 경우, 선박이나 항공기 자동차의 속도 및 주행거리 및 방향각 정보를 이용, 원래 위치로부터 다음 순간까지의 이동거리에 대한 정보를 계산해 운송수단의 현재 위치를 계산해낸다. 이를 통해 더욱 정교해진 항법장치는 항공기, 선박은 물론 유도미사일 등과 같은 최신 군사무기 개발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이 가속도센서와 자이로센서가 결합하면서 선박의 롤링(횡동요)을 줄이는 배멀미방지장치(CMG), 안방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 청소로봇을 넘어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현실화하는 등 민간 분야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자이로와 스마트 폰의 결합을 통해 스마트 폰의 자동보정기능을 활용한 사진 찍기, 약도를 통한 위치 찾기 등의 삶의 편리성에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3축 방향의 가·감속을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에 높이와 기울기, 회전량까지 감지할 수 있는 자이로 센서 그리고 초소형 정밀기계기술(MEMS)을 연결하면 매우 정교한 물체의 모션을 창조할 수 있다.
이로써 탄생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세계는 스마트 폰의 기울기에 따라 캐릭터나 방향을 조작해 스릴있는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이 역시 자이로센서의 진화 덕택이다.
경기력 향상에 쓰이는 자이로
깎아지른 산복의 얼음 코스 경사면을 전속력으로 달려 내려오는 봅슬레이(Bobsleigh) 경기는 관중들에게 극한의 짜릿함을 선사하는 다이내믹 스포츠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수많은 봅슬레이 팬들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기록경기인 봅슬레이의 경우, 17개의 U자형 곡선 구간이 있는데 선수들은 이곳에서도 속도를 멈출 수 없다. 이 곡선 코스는 최고의 박진감과 스릴을 주면서 관중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봅슬레이의 곡선 구간의 속도가 승부를 가름하는 결정적 구간이다”고 말한다.
따라서 곡선 구간에서의 속도 변화를 정확히 측정해 자신의 기록향상과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기존의 측정 장비로는 봅슬레이의 출발과 도착 지점의 직선 가속도만을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눈부시게 발전한 3차원 자이로 센서의 경우, 17곳의 커브 구간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총 1.5㎞ 코스의 전 구간에서의 썰매의 속도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17일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봅슬레이 경기에서는 스위스 시계 업체 오메가(Omega)가 만든 3D 회전 센서가 각국 선수들의 봅슬레드 앞부분에 최초로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작이 중시되는 피겨 선수가 입는 스킨 수트(Skin suit)의 경우, 실험복 곳곳에 자이로 센서를 장착해 연습하는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 동작을 일일이 측정한다. 이는 다시 정보로 전환된 다음에 선수와 감독이 볼 수 있는 3D 그래픽으로 변환된다. 이것이 바로 자이로 센서를 활용한 동작 감지 기술이다.
3D 자이로 센서가 장착된 이 실험복은 축구, 야구, 골프 등 자세제어가 중요한 기타 종목에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향후 태권도 등과 같이 돌려차기 등의 각속도가 요구되는 격투기 종목에도 3D 자이로센서의 회전력 측정 장비가 쓰일 전망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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