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스마트폰의 대부분은 4세대(4G) 통신 방식이다. 4G로 8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 파일을 내려 받으려면 약 40초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차세대 통신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5세대(5G) 통신를 사용하면 1초 이내로 가능하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통신의 품질도 월등해서, 시속 500~600킬로미터로 달리는 초고속 열차 안에서도 끊김 없는 통신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5G를 10대 ICT 기술로 선정하고,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5G 모바일 강국이 된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처럼 5G 통신이 미래 통신기술의 총아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2014 전파 신기술 워크숍’이 개최됐다.
‘5G 전파 통신 정책 및 구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후원과 국립전파연구원 주최로 열렸다. 또한 전파 신기술의 정보 공유를 통해 미래 통신 시장을 선점하고, 창조경제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5G, 상황인지 기반의 지식융합 서비스
‘5G 통신 동향 및 주파수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허원석 미래부 주파수정책과 과장은 “내가 따라다니는 통신 네트워크가 4G라면, 5G는 나를 따라다니는 통신”이라고 비교했다. 4G의 특징이 콘텐츠 기반의 데이터 통신 서비스라면, 5G는 상황인지 기반의 지식융합 서비스라는 점을 비유한 것이다.
허 과장은 “2020년경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5G의 등장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하며 “ 무선기기의 양적 증가와 다양한 통신 방식의 도입으로 인해 나타난 트래픽의 급증은 빅데이터를 출현시켰지만, 기존의 3G나 4G 통신 방식으로는 이를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G의 상용화 시기가 6년 남짓으로 다가온 만큼, 미래 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해외 주요국들의 움직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5G는 아직 국제적으로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주요 국가들은 통신 분야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표준 기술 제정을 위한 포럼이나, 민관협력체들을 결성하여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에 맞춰 5G 개발과 국제 표준화를 위해 EU와 공동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 사례의 하나로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EU의 정보통신담당 집행위원과 5G 이동통신을 비롯한 ICT 분야의 협력을 위해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향후 5G 주파수 정책 방향에 대해 “오는 2020년 까지 모바일 트래픽이 1,000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수용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고 허 과장은 전했다.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는 10배나 많은 주파수 공급과 10배 빠른 주파수 효율, 그리고 10배 확장된 네트워크망 등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발표를 마치며 허 과장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 따라 오는 2023년 까지 최대 1기가해르츠(GHz) 폭 이상의 신규 주파수를 확보하여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개토 플랜 2.0은 2023년까지 이동통신용으로 기 할당된 390메가헤르츠(㎒)폭 외에 추가로 1,190메가헤르츠폭을 확보하는 계획을 말한다.
미래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데이터의 월평균 트래픽은 2020년 까지 최소 20배 이상 증가한 355~444페타바이트(PB) 정도일 것으로 예측됐다. 그리고 이에 따른 주파수 소요량은 1,193~1,522메가헤르츠로 분석됐다. 따라서 오는 2023년까지는 기존에 공급된 주파수 외에 추가로 1기가헤르츠 이상의 추가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는 오는 2023년까지 1기가헤르츠폭 이상의 주파수를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그리고 LTE용 주파수 공급 및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 등에 대한 재활용 방안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가코리아, 모바일 생태계 구축
5G의 최신 기술개발 동향을 중심으로 진행된 2부 세션에서 박윤옥 전자통신연구원 무선전송연구부 실장은 ‘기가코리아 5G 이동통신 개발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기가코리아(GIGA Korea) 프로젝트’는 네트워크, 단말, 플랫폼, 콘텐츠 등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현재의 LTE보다 빠른 5G 통신의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기가코리아 프로젝트에는 오는 2020년까지 8년간 약 5,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박 실장은 “기가비트급 이동 서비스를 위한 10~40기가헤르츠의 밀리미터파 기반 광대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기가코리아 5G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전하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평균 데이터 전송률이 단말기 당 1기가비피에스(Gbps)에 이르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2018년에 개최될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적으로 서비스 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시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기가코리아 컨소시엄은 초광대역·초고속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여 현장에서 생산되는 생생한 스포츠 콘텐츠들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박 실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기가코리아 서비스가 제공하는 ‘초다시점 실감 서비스’와 ‘오감기반 정보 서비스’를 통해, 증강현실 기술이 제공하는 최첨단 올림픽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서 이원철 숭실대 교수는 ‘5G 전파통신을 위한 주파수 공동사용 기술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공동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이 교수는 “모바일 트래픽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주파수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공동사용의 개념은 자동차가 다니는 사거리 구조와 흡사하다. 주파수의 단독사용이 신호등 체계를 갖춘 기존 교차로라면, 공동사용은 순환 로터리 구조라 할 수 있다. 순환 로터리에서는 진입하는 차량들이 에티켓으로 무장한 채 충돌 없이 지나가는 것처럼, 주파수 공동사용도 기존의 주파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이용하는 신개념의 관리 정책인 것이다.
주파수 공동사용은 특히 경제적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숭실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20년 까지 400메가헤르츠의 주파수를 공동으로 사용할 시 약 1,200조원의 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접속률이 높아지는 관계로 초연결 사회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파수 공동사용에 따른 기술적 고려사항에 대해 이 교수는 “단시간 내에 시장진입이 가능하도록 설계 및 처리과정이 간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외에 어떠한 이동통신망이라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기술 중립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4-06-2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