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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6-11

원하는 목표물을 찾아가는 지능 포탄 초소형 시스템 제조기술 MEMS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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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9월 13일 중동부 전선의 894고지, 931고지, 851고지를 놓고 미 보병 2사단 및 프랑스 대대 등의 UN군과 인민군 6사단 및 12사단이 격돌했다. 6·25 전사에 길이 남을 ‘단장의 능선(Battle of Heartbreak Ridge) 전투가 벌어진 것.

한 달간의 치열한 전투 결과, 미 2사단과 UN군은 3개 고지를 모두 점령, 중동부 전선의 전략 요충지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인민군 2개 사단은 큰 피해를 입고 후퇴했다. 고산준령이 병풍처럼 둘러 쌓인 이 천연요새와 같은 능선들을 점령키 위해 미군은 사상 최초로 헬리콥터 작전을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155mm 대장갑 지능포탄.  ⓒ ScienceTimes
현재 연구되고 있는 155mm 대장갑 지능포탄. ⓒ ScienceTimes

무엇보다도 단장의 능선 전투는 양측 간의 엄청난 포격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고지에 미군 측만, 105mm 곡사포 40만 1천발, 155mm 8만4천발, 8인치 곡사포 1만 3천발을 발사했고, 항공폭격도 엄청난 양이었다. 이는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두 전쟁을 통틀어 한 지역에만 최고의 화력밀도를 보인 전투로 기록됐다.

전투가 끝났을 때 험준하고 가팔랐던 산형은 크게 달라져 완만해졌고, 나무와 풀도 거의 뽑혀서 정상 고지들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변해 있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지상 포격과 항공 폭격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인민군 부대의   진지는 무사했고, 미군이 정상을 공격했을 때, 효과적인 반격을 펼쳐 큰 피해를 입혔던 것. 이 전투는 전사에 “산악전에선 화력이 전부는 아니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6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중동부 전선에서의 남북한의 대립은 사라지지 않았고, 아직도 對화력전 승리를 목표로 양측은 엄청난 숫자의 포병부대들을 첨예하게 대기시켜놓고 있다.

하지만 만약 유사시에 화력전이 벌어진다면 과거처럼 무차별한 포탄의 낭비는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표적과 경로에 대한 정보를 획득 분석한 후, 탄도를 수정, 표적을 정확히 찾아가서 타격하는 이른바 지능탄, 즉 ‘스마트탄(Smart munition)’ 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155mm 대장갑 지능포탄

포는 추진제의 화학 에너지를 포탄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열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포의 약실에 장약된 추진제가 뇌관에 의해 점화되면 고온 가스의 압력이 점점 커진다. 이는 약실의 한정된 체적에서 연소 가스가 포탄에 의해 눌리어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포신 안에서 운동에너지를 얻은 포탄은 포구 밖으로 나가는데 포탄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포물선의 탄도를 그리게 된다. 포수는 장약 추진제의 양을 맞추어 사거리를 조절하고, 포신의 방위각 및 고각을 계산해 탄도를 적용, 포탄을 원하는 목표물에 날아가게 한다. 이것이 기존의 탄도 이론이다.

하지만 이제 포탄도 지능화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 탄으로 불리는 지능탄들이 포의 능력을 바꿔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능 탄은 각종 센서 및 GPS 등의 장치를 미세하게 소형화할 수 있어서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 장치를 통해 실시간 위치 파악 및 표적 조종이 가능하며 폭발 시기 및 방법 등을 다양하게 조절해 폭발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155mm 대장갑 지능포탄의 경우, 155mm 곡사포에서 발사, 은폐 또는 엄폐된 적의 전차나 장갑차 등의 중장갑 표적의 상부를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사격후 망각 방식(Fire & Forget)' 개념의 상부 공격 지능포탄이다.

155mm 포를 이용해서 발사된 이 지능포탄에는 지능형 자탄 2발이 들어있고, 이 지능자탄은 표적 상공 1,000m 높이에서 모탄에서 방출된다. 다시 일정한 낙하 속도와 기울기를 유지한 채, 표적 상공 200m 지점부터 밀리미터파 또는 적외선을 방출해 표적을 탐색하고, 위치가 확인되면 탄두기폭에 의해 장갑이 약한 전차나 장갑차의 상부를 파괴한다.

MEMS 기술이 적용된 어뢰.  ⓒ ScienceTimes
MEMS 기술이 적용된 어뢰. ⓒ ScienceTimes

탄의 지능화에 가장 크게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초소형 시스템 제조기술 ‘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s)’다.

지능은 MEMS에서 나온다

차세대 IT 기술의 혁명으로 일컬어진 MEMS 기술이 이제는 눈먼 포탄에 지능을 선사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작고 좁은 면적에 수많은 전기회로를 2차원적으로 반도체 칩에 집적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MEMS 기술이 가능해진 것.

SF 영화에서 인체 내부로 들어가서 환부를 찾아다니며 치료하는 초미세 로봇과 적지에 뿌려져 적의 동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먼지 크기만 한 정찰로봇 등은 아직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MEMS 기술로 인해 그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MEMS 장치에는 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논리회로, 시각 또는 청각을 담당하는 센서, 그리고 팔과 다리처럼 움직일 마이크로 유압 액추에이터 등이 조밀하게 들어있어 일반 로봇처럼 일을 할 수 있다.

포탄을 원하는 목표물로 이동시키려면 탄의 발사체 신관 부위에는 GPS 유도장치 및 각종 제어센서 등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회로 및 장치들이 제한된 공간에 설치되려면 정밀 소형화 제작기술이 요구되고 MEMS 기술은 이를 가능케 한다.

전문가들은 “이 작은 MEMS 장치 안에 가속도계, 디지털 나침반, 기능적 센서, 자이로스코프 및 관성 모듈 등 다양한 장치가 들어있다”고 말한다. MEMS 내부에 들어있는 다양한 센서들은 이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탄의 이동과 같은 동적인 힘, 또는 장치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은 정적인 힘에 대응해 전기 신호를 생성함으로써 물체의 가속도 또는 방향에 관한 신호 정보를 제공, 탄을 목표물로 이동시킨다.

특히, MEMS 기술이 포탄의 제조에 중요한 것은 다른 부속품의 부피를 줄여 화약의 양을 늘릴 수 있어 더욱 강력한 화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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