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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04-25

어둠도 밝히고 생명도 밝힌다 태양에너지 활용 적정기술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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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 명에 달하는 세계 인구 중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일상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다준 태양에너지 정수기에 대한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져 화제가 되고 있다.

스웨덴의 과학자가 개발한 오염된 물을 짧은 시간에 음용수로 변환시킬 수 있는 태양에너지 정수 시스템이 가난하고 물이 필요한 지역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뛰어난 사례가 또 하나 등장한 것이다.

태양광을 활용한 정수기가 제3세계의 음용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Solvatten
태양광을 활용한 정수기가 제3세계의 음용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Solvatten

병원균을 죽일 수 있는 태양에너지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태양의 직사광선에 노출시켜 수질을 개선해 왔다. 오늘날로 말하면 저온 장시간 살균법을 이용한 것인데, 태양 광선이 수온을 섭씨 45도 이상으로 끌어 올리면  미생물과 세균 중 일부를 사멸시킬 수 있고, 특히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유아 사망의 두 번째 큰 원인인 설사를 야기하는 병원균도 죽일 수 있다.

이 같은 태양 광선의 효능에 착안한 스웨덴의 생물화학자 페트라 바드스트롬(Petra Wadström) 박사는,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수 시간 이내에 더러운 물을 음용수로 변환시킬 수 있는 정수기 개발에 착수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바드스트롬 박사는 마침내 만족할 만한 기능을 가진 태양에너지 정수기를 개발했는데, 이 정수기의 이름은 솔바텐(Solvatten)으로서 스웨덴어로는 태양의 물(solar water)이라는 의미다.

태양에너지 정수기인 Solvatten의 모습
태양에너지 정수기인 Solvatten의 모습 ⓒ Solvatten

솔바텐은 검은색의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달려있는 정수통을 양쪽으로 펼치면 태양열을 받아들이는 패널이 부착된 면이 나타난다. 그리고 정수통 안에는 미세다공성(microporous) 필터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 필터를 통과시켜 오염된 물에 들어있는 부유물질들을 거르고 나면 자외선을 통해 살균을 위한 가열이 시작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드스트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과정을 통해 솔바텐은 수인성 질환을 야기하는 미생물로 오염된 물을 고온으로 정화하여 깨끗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음용수를 공급하고, 또한 탁월한 온수기의 기능까지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솔바텐은 장작이나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흡수한 태양열 에너지만을 이용하여 물을 정화하기 때문에, 기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매우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따라서 대다수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사용하기 매우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솔바텐은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없는 개발도상국 및 제 3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라도 사용하기가 쉽다. 그저 물통에 물을 채운 다음 덮개를 닫고 나서 계기판에 나타나는 완료 신호만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다는 것이 바드스트롬 박사의 설명이다..

바드스트롬 박사는 “솔바텐을 처음 적용해 본 케냐의 경우 현지인들은 과거 물을 정화하는데 사용할 땔감을 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이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특히,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질병의 감소로 의료비 또한 절감된 것도 내세울만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드스트롬 박사는 “잘사는 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물 공급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하면서 “솔바텐은 그들에게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물을 공급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환경 보호는 물론 지구촌 모두의 공존에 가치를 둔 혁신 제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으로 어둠을 밝히는 전구

일부 개발도상국 및 제 3세계의 사람들에게 있어 마실 수 있는 물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계 인구 중 13억 명 정도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백열등에 비해 매우 비싼 등유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유는 전기보다 훨씬 비쌀 뿐 만 아니라 공기를 오염시키고 때로는 끔찍한 화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등유는 전기처럼 환한 빛을 만들어내지도 못한다. 따라서 최근 들어 이런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적정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노케로(Nokero) 사는 전기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전구를 개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인데, 노케로라는 이름도 ‘등유를 사용하지 말자!(No! Kerosene)’라는 용어에서 따왔을 만큼 기업의 설립 목적에 투철한 회사다.

노케로사가 개발한 태양광 전구는 랜턴같이 생긴 LED 램프로서, 태양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최장 4시간까지 빛을 밝힐 수 있다.

태양광 전구로 4시간 정도의 어둠을 밝힐 수 있다
태양광 전구로 4시간 정도의 어둠을 밝힐 수 있다 ⓒ Nokero

그리고 배터리의 에너지는 500개의 일반 배터리만큼 지속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고, 전구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이용되는 물질을 이용해 만들어지는데, 전구의 절반을 뒤덮은 플라스틱 방수덮개 위에는 4개의 소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노케로사의 관계자는 “LED를 5만~10만 시간  사용할 수 있고, 태양에너지 패널도 10년 정도 버틸 수 있기 때문에, 태양광 전구는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고, 전력 사용량이 200분의 1에 불과해 경제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태양광 전구는 영하 5도의 낮은 기온과 흐린 날에도 충전이 가능하고, 자동 셧오프(shut-off) 기능이 있어 주변 조명이 약 2백 룩스(lux) 아래로 떨어질 때만 빛을 내도록 하여 절전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노케로 태양광 전구는 한 개당 15달러이며, 기부 프로그램인 'Buy one Give one'을 통해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추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노케로사의 대변인인 톰 보이드(Tom Boyd) 이사는 "문명의 이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제약 없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태양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진 이들을 위해 우리의 적정기술이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케로 태양광 전구는 선진국에서도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연재해 지역이나 캠핑장 등 전기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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