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속의 무기들이 속속 현실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일 미 언론들은 “미 해군이 총알보다 빠른 신무기 레일 건(Rail Gun) 개발에 성공, 오는 2016년부터 함정에 장착해 운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일 건은 화약이 아닌 전자력을 이용해 발사체를 음속보다 7배 빠르게 발사할 수 있어 기존 화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신무기로 알려져 있다. 미 해군은 지난 2004년부터 이 레일 건을 개발해왔다.
이 레일 건은 기존 화포의 성능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화포는 구경이 클수록 더 강력한 것이 사실. 그런데 구경이 커지면 탄환의 지름 역시 커지고, 지름 대비 탄환의 길이가 짧으면 탄도가 불안정해져서 명중률과 사거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결국, 탄환의 길이도 같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탄환이 무거워져 위력은 크지만 사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기현상을 빚게 된다. 따라서 장약추진식 화포의 기술 개발은 이제 그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반면에 전자기포(Electromagnetic pulse accelerator Gun) 일명 ‘레일건(Rail Gun)’의 경우, 두 레일에 흐르는 전류가 만들어내는 자기장에 의해 탄환이 힘을 받아 날아가는데 이 추진력이 바로 로렌츠 힘(Lorentz Force)이다.
이 단순한 원리는 오래전에 나왔지만 개발이 늦어진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강력함 뒤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초고압의 전류를 순간적으로 흐르게 하는 일이었다.
레일 건이 최초로 개발된 당시에는 이런 큰 전튜를 순간적으로 흐르게 하는 기술이 없었다. 이후 레일건에 대한 관심은 사랴져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는데 이를 주도한 것이 바로 ‘호모폴라(Homopolar)’ 전동기 기술이다.
한계점에 이른 화포의 포구속도
일반적으로 화포의 모습은 탄두가 지나가는 원통 모양의 포신과 추진제가 연소해 열과 고온의 추진가스를 발생하는 약실로 구성된다. 추진제가 점화되면 장약의 표면에서 가스가 발생해 약실내의 압력은 급격히 증가하고, 탄두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포신 내의 압력이 최고점에 도달하면 연소율이 줄어 압력은 떨어지지만 탄두에 작용하는 가스힘은 계속 영향을 미치는데 이로 인해 탄두는 지속적으로 가속된다. 이때의 속도는 포신의 길이, 포의 구경에 좌우된다.
전문가들은 “대포의 구경이 증가하는 이유는 포구속도 때문이다”며 “포구속도가 빨라지면 탄의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다시 이는 사거리, 관통력 등을 크게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포신의 구경과 길이가 늘어나면 탄두는 큰 추진가스의 압력을 오랫동안 받게 되어 포구 속도는 증가한다.
포신의 구경이 커지면 탄두의 직경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탄두가 포구를 떠나서 목표로 비행하는 동안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게 된다. 포신이 길어지면 탄두가 포신 내벽과 오랫동안 마찰하게 되어 이 역시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추진 장약 대신에 전자기력을 사용하는 레일 건은 포의 구경 및 길이와는 무관하다. 이를 통해 레일 건은 더 무거운 탄환을 더 빠르게, 더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전자기포 레일 건의 위력
레일 건은 기존의 화포에 비해 약 3배 정도의 포구속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두는 레일 위의 전기자(Amature)에 장착되고,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레일 위에는 플레밍의 왼속 법칙이 작용하는데 이때 탄두는 레일을 따라 포구 방향으로 가속, 발사된다.
이 가속도를 발생시키는 힘이 바로 플레밍의 왼손법칙에 의한 로렌츠력(Lorentz force)이다. 이 힘은 전류(I)와 인덕턴스(전류의 변화율에 의해서 코일 내부에 유도되는 기전력)에 비례하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레일 건이 강력한 화포가 되려면 발사시,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한 엄청난 반동, 초음속에 의한 강한 충격파, 포신에 가해지는 자기장의 물리적 충격력, 대규모의 전력사용에 따른 비용 등의 단점을 극복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순간적으로 큰 전류를 흘려보내 엄청난 포구속도를 낼 기술이 요구됐다.
이는 호모폴라 전동기로 해결됐다. 예를 들면 자석의 자기장 속에 직선전류를 넣어 흘리면 자기력과 전류의 작용으로 자기장이 합쳐지는데 합성된 자기장의 지역적 분포가 균등하지 않아서 전압차가 발생한다. 즉 한 쪽에선 자기장이 합성돼 전압이 커지고, 반대편에선 자기장이 약해져 전압이 낮아진다. 이때 압력 차이로 한 방향으로 힘이 생기게 된다.
호주 국립대학의 리처드 마셜 팀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 도체로 된 원판에 자기장을 수직으로 걸어서 원판을 회전시키면 원판의 주축과 가장자리 측에 전압차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어 도선과 가장자리측 그리고 원판의 축을 연결하면 방사상으로 매우 빠른 직류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연구팀은 세계 최대인 550메가쥴(MJ)의 호모폴라를 사용한 길이 5m의 레일 건으로 3g의 탄환을 초속 5.9km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레일 건은 기술 발전에 의해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1년 미 해군은 약 33메가쥴(MJ) 위력의 레일건 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미 해군 관계자는 “레일 건이 약 33MJ(메가줄)의 운동에너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1MJ은 1톤짜리 물체를 시속 160km의 속도로 날릴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지난 7일 미 해군연구소는 한 실험에서 레일 건이 약 2cm 두께의 철판 6개에 큰 구멍을 낸 난 사진을 공개했다. 향후 미 해군은 레일 건을 최첨단 함정에 탑재, 항공방어는 물론 크루즈 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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