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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3-03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메타물질 국내외 연구성과 잇따라 발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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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해리포터의 마법사에 나왔던 투명망토가 현실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외 연구진이 메타물질에 관한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메타물질(metamaterial)’이란 빛이나 전자기파의 파장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금속이나 유전물질을 메타 원자의 주기적인 배열로 설계해 만든 것으로 가시광선이나 마이크로파를 굴절시켜서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성질을 갖는 물질이다.

1967년 러시아 물리학자 빅토르 베스라고(Victor Veslago)가 “빛을 반사시키지 않고, 돌아가게 만드는 물질이 존재한다”는 이론을 학회에 처음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미국 듀크 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교수가 지난 2005년 10월 구리로 만든 작은 원통에 메타물질을 덮은 물체를 설치하고 실험 레이더로 찾아본 결과, 레이더는 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SF영화에나 나올법한 이론이 현실성을 갖게 됐다.

그러나 숨기려는 물체에 변형을 주면 투명화 작용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진짜 투명망토를 만들기 위해선 메타물질의 변형성이 요구되어 왔다. 최근 국내와 해외를 연계한 공동연구진이 신축성 좋은 투명망토를 구현함으로써 진짜 투명망토의 제작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 영화 속의 투명망토는 메타물질에 의해 구현될 것이다. ⓒ연합뉴스

투명인간에 이어 투명망토의 상상력 등장

1897년 조지 웰스가 소설 ‘투명인간’을 발표한 이래, 투명인간은 공상과학 영화의 아주 매력적인 소재로 군림해왔다.

지난 2000년 8월에 개봉한 ‘할로우맨(Hollow Man)’도 투명인간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카인 박사는 미 국방부에서 일급비밀로 하는 투명인간 할로우맨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어려운 연구 끝에 카인 박사는 실험용 고릴라를 안보이게 하는 데 성공하지만 욕심이 지나쳐서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려다가 멸망하고 만다. 

21세기에 제작된 영화 할로우맨에선 막연한 상상력이상의 이론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주인공 카인은 투명인간이 된 후에 동료들의 회의실에 몰래 들어가 내용을 엿듣는데 적외선 안경을 쓴 동료에게 들키고 만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카인의 존재를 몰랐는데 적외선 안경을 쓴 사람에겐 보이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사물을 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빛(Light) 때문이다. 이 빛은 일반적으로 가시광선을 말하는데 이 빛은 사물을 만나지 않으면 계속 똑바로 나아가는 직진성(直進性)을 갖는데 물체에 닿으면 흡수, 반사, 간섭, 산란, 굴절 등의 현상을 일으켜서 사물을 볼 수 있게 해준다.

할로우맨에서 카인 박사는 특별한 시약을 체내에 주입, 피부 및 장기 등 신체가 서서히 투명해지도록 만든다. 이 시약은 가시광선을 이용, 투명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체온 감지를 이용하는 적외선 투시안경에는 소용이 없었던 것.

그렇다면 투명인간이 되려면 가시광선뿐 아니라 적외선마저 가려야 힌디. 해리 포터가 입었던 투명망토의 경우, 외부의 가시광선 및 체내의 적외선 모두를 가릴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메타물질은 의류처럼 신축성이 있어야 하고 매우 복잡한 기술이 요구된다. 

극미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론적으로 존재했던 메타물질의 베일도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 핀셋으로 들어 보인 메타물질. ⓒ한국연구재단 제공

나노기술이 구현하는 메타물질

빛은 물체에 닿으면 흡수되거나 반사되는데, 투과 시엔 굴절을 하고 이 굴절률을 인위적으로 조정,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굴절 방향과 정반대의 음(-)의 굴절을 만들면 메타물질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나노 기술의 발달이다. 전문가들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노기술에 의해 빛의 파장보다 작은 규모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인 400~700나노미터보다 작은 규모로 이루어진 물질 구조에서는 마치 바람이나 흐르는 물이 물체를 감싸고 지나가듯, 빛이 물체를 비껴서 지나간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메타물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지난 201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민범기 교수가 주도하는 국내 공동연구팀은 높은 굴절률을 갖는 스마트 메타물질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실험적으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굴절률(index of refraction)이란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면을 통과하는 파동이 굴절되는 정도로 투명한 매질로 빛이 진행할 때, 빛의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을 말한다.

민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서 높은 해상도를 지닌 이미징 시스템이나, 전자기파 혹은 광파의 경로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는 전자기파나 광학소자 및 파장이하 규모의 초소형 광학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에 김경식 교수 연구팀은 마음대로 변형시켜도 성질을 계속 유지하는 신축성 있는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굴절률뿐만 아니라 특정한 탄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투명망토를 압축해도 굴절률의 분포가 투명망토의 광학적 성질을 자동으로 만족시킬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즉, 압축변형이 일어나도 실리콘 고무의 밀도 분포가 투명망토의 굴절률 분포를 자동으로 만족시키는 탄성계수와 굴절률을 동시에 갖도록 인위적으로 광-탄성 결정구조를 최초로 개발한 것.

이 메타물질의 탄력성이 더욱 진화하면 진짜 거리에 입고 다닐 수 있는 투명망토의 출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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