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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2-26

방탄복에 방탄 판은 필수 아이템 인체에 전달되는 운동에너지 막는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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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방부는 “AK-74 소총탄도 막는 신형 다목적 방탄복이 올해부터 우리 군에 보급된다”고 밝혔다.

방탄복은 탄환 및 포탄 파편을 막기 위해 군인들이 겉에 입는 조끼처럼 생긴 방패다.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일이기 때문에 방탄복은 매우 엄밀한 기준에 의해서 생산되는데 그 기준을 만드는 곳이 바로 미국의 NIJ(National Institute of Justice)다.

통상 미국, 러시아 등의 군사 강대국들은 고유의 방탄규격을 갖고 있고, 미국의 NIJ 규격은 가장 신뢰성 있는 국제 기준으로 인정받는다. NIJ 규격의 경우 III급 방호성능부터 소총탄을 막는 단계이며, 7.62mm 이하의 소총탄을 방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다목적 방탄복에 들어가는 방탄 판은 NIJ III급 방호성능 평가기준을 적용, 북한군의 AK-74 소총탄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K-74 소총은 1977년 10월 구소련의 모스크바 광장에서 펼쳐진 군사퍼레이드에서 소련군 특수부대가 첫 선을 보인 자동소총으로 기존 AK-47의 7.62mm 탄환 대신에 5,45mm 구경을 사용하고 있다.

▲ 신형 다목적 방탄복은 북한군의 AK-74 소총탄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이로써 AK-74 소총은 AK-47보다 훨씬 빠른 발사속도를 갖게 된 반면에 탄환이 훨씬 큰 AK-47의 관통력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제3세계 등에서 아직도 많이 사용되는 AK-47 소총의 장점은 가공할 관통력이며, 서방 국가들의 방탄복 설계자들의 관심은 이 소총탄의 방호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통력의 대명사 AK-47 소총

중졸 학력의 기계공 출신으로 소련군 전차병이 된 미하일 칼라쉬니코프(Kalashnikov, Mikhail)는 독소 전장의 한 가운데서 독일군의 돌격소총 슈투름게베르(Sturmgewehr, STG44)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애국심에 사로잡힌 그는 더 나은 소총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학력은 낮았지만 기계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그는 TT-1980 권총 일명 ‘토카레프’ 권총의 창시자 바질레비치 토카레프에게 발탁돼 소련 무기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가스 압력을 이용한 자동소총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당시 소련군의 자동소총은 연속 발사시, 약실에 화약찌꺼기가 눌어붙어 발사가 안 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에 구소련의 총기 설계자들은 총기 제작에 볼트(노리쇠)와 슬라이드가 왕복하는 기관실을 작게 만들어 이물질이 적게 쌓이는 데 큰 신경을 썼다. 총기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토카레프 역시 기관실의 소형화를 엄중하게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라쉬니코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자동소총의 기관실을 규격보다 여유 있게 만들었고, 볼트를 움직이는 슬라이드를 기존의 것보다 무겁게 제작했다.
그는 “총의 슬라이드는 가스 압력에 의해 뒤로 밀렸다가 스프링에 의해 다시 앞으로 전진한다. 이때 슬라이드가 무거우면 약실에 악간의 이물질이 있어도 더 커진 관성의 힘으로 이를 밀고 들어가 다음 탄환을 약실에 장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용하기도 전에 2차 대전은 종전을 맞았지만 이후 AK-47 소총은 현대 전쟁사에 큰 획을 긋게 된다. 그 첫 데뷔 무대는 바로 베트남전쟁. 일 년의 반은 우기로 뒤덮이는 베트남 정글의 습지에서 전천후 능력을 발휘한 AK-47은 전장의 진정한 승리자가 됐다. 

그러나 AK-47 소총이 사랑 받는 진짜 이유는 무엇보다도 관통력이었다. 미 군사연구소의 한 실험에서 7.62mm 탄환을 쓰는 AK-47 소총은 매우 두꺼운 송판을 뚫었지만 미군의 M16 소총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정글에서 엄폐를 위해 야자수 나무 뒤에 숨은 미군은 AK-47의 강력한 탄환에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에 서방의 방탄복 설계자들의 고민도 커져만 갔다.

방호력 늘리고 중량 줄이는 방탄판

방탄복 설계자들이 갖는 가장 큰 관심은 전투시에 안정적으로 인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아울러 착용한 상태로 이동에 불편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착용감도 방탄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요건이 된다. 중량이 너무 무겁거나 유연하지 못할 경우, 착용감이 떨어져 방탄성능이 우수해도 오히려 전투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방탄복에는 기본적으로 질긴 소재의 두 가지 유리섬유를 사용하는데 나일론계와 아라미드계다. 기존 방탄복의 경우, 나일론 직물을 수십 겹씩 적층시키거나, 나일론계와 아라미드계를 교차시켜서 수십 겹씩 적층해 제조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방탄복을 두껍게 하면 방탄성능은 높아지지만 중량이 무거워져 착용감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가볍고, 유연하고, 강력한 방탄복을 위한 대책이 요구됐다.

현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군은 NIJ IV급의 방탄복을 입고 있다. 미 육군의 신형 IOTV 방탄복의 경우, 내부에는 케블러(Kevlar)로 짠 방탄 직물을 여러 겹 겹쳐서 만든 소프트 방탄판(Soft Armor)과 함께 하드 방탄판(Hard Armor) 등이 삽입돼 있다.

그러나 과거 한국전이나 월남전 등에서 병사들이 착용한 M-55, M-69 등의 나일론 방탄복은 소프트 방탄 판 하나만을 삽입, 9mm 권총탄이나 수류탄 파편 정도를 방어할 수 있는 NIJ ⅢA급 이하이었다. 만약에 이 방탄복을 입은 병사가 총격을 당한다면 방탄패널 후면에 심한 변형이 생기며 이 에너지가 병사의 신체에 전해져 ‘불런트 포스 트라우마(Blunt Force Trauma)’라 불리는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은 야구 방망이로 심한 가격 당했을 때 생기는 정도의 신체적 피해로 심하면 충격으로 내부 장기들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위해 가볍지만 강력한 방호 능력을 갖고 있는 방탄 판이 이제는 방탄복의 대세가 되고 있다.

신형 IOTV 방탄복은 큰 사이즈의 경우 약 16kg으로 무거운 편이지만 두 개의 방탄 판으로 AK-47 소총의 7.62mm 탄환의 직격으로부터 병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2-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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