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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2-19

폭발물 테러리즘과 사제폭탄의 세계 제작이 쉽고, 검색대 통과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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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성지순례 한국인들에 대한 현지 이슬람 무장 세력의 자살 폭탄 테러로 충격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비교적 테러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한국과 한국인들에게도 얼마든지 테러가 자행될 수 있음을 이 사건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테러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3명의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사망자와 다수의 부상자를 낸 시나이 반도 타바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애도와 테러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이집트 성지순례 한국인 버스 테러의 현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최근의 테러는 폭발물을 이용한 폭발물 테러리즘이 대부분이며, 규격화된 군용 폭탄이나 상업용 폭발물과 달리 폭약, 기폭제, 전원장치가 달린 기폭관 등을 급조해서 만든 사제폭탄들이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고 말한다.

RDX(Royal Demolition Explosive)를 주 성분으로 하는 C4(Composition-4) 폭탄은 플라스틱 폭탄으로 불리며 원래는 미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고성능 폭탄이지만 군부대나 산업현장에서 유출돼 테러단체로 흘러들고 있는 실정이다. 겉모습이 플라스틱과 유사한 모습을 갖고 있어 여러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고 제작이 쉬워서 그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은 몸에 부착하는 운동화 등으로 모양을 바꿔서 쉽게 일반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작게 만들어 간단한 기폭장치를 장착한 우편 폭탄으로 보내고 있다. 사실, 플라스틱 폭탄의 사용은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틀러 죽일 뻔한 플라스틱 폭탄

1944년 7월 20일 오후 12시 42분 이른바 늑대 굴이라 불리는 동프로이센의 라슈템 부르크 총통지휘소 정문 검문소를 긴장한 표정의 한 남자가 바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가 바로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그 대령. 그는 젊은 시절엔 히틀러의 열렬한 추종자이었으나 유대인 학살을 목격하면서 히틀러를 제거할 생각을 갖고 은밀한 작전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것이 영화로도 알려진 ‘발키리 작전’의 시작이었다. 예비군 참모장으로 히틀러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던 그는 이날 영국제 플라스틱 폭탄을 들고 이곳에 왔다. 늑대 굴은 무기 휴대가 완전히 금지돼 있고 금속탐지기를 동원한 친위대 경호원들의 엄중한 몸수색을 받아야 하므로 플라스틱 폭탄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검문소를 모두 가볍게 통과한 그는 히틀러가 야전군 지휘관들과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기다란 책상 밑에 폭탄 가방을 놓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늑대 굴의 정문 검문소를 거의 빠져나갈 때,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 그는 히틀러가 죽은 것으로 확신하고, 전 육군참모총장 루드비히 베크 장군을 새로운 국가 원수로 취임시킬 준비를 갖추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4명의 장교가 죽고, 1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에서도 히틀러는 살아 있었다.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고, 슈타우펜버그 대령을 비롯한 쿠데타 세력은 모두 제거됐다. 히틀러는 왜 죽지 않았던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플라스틱 폭탄의 구조에 있었다.

그는 신관을 뽑은 플라스틱 폭탄을 히틀러 다리 옆에다 놓아두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폭탄은 정확히 터졌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 폭탄은 폭발에서 발생하는 폭풍과 열이 주된 살상수단으로 히틀러와 폭탄 사이에 매우 굵은 앤티크식 참나무 책상 다리가 방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공약품의 종류만큼 사제폭발물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후에도 플라스틱 폭탄의 진화는 계속됐다. 바로 테러리즘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폭약에서 액체 폭약으로

화약류의 안정상태가 파괴될 때에 일어나는 변화가 바로 폭발이다. 전문가들은 “화공약품의 종류만큼 폭발물도 매우 다양한 종류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에는 이화학과 공학을 전공한 테러리스트들이 많아지면서 더욱 세련되고 다양한 사제폭탄들이 테러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된 RDX는 단단한 백색의 결정성 고체로 물에 녹지 않으며 충격에 민감해 군사용 폭탄의 뇌관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감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종종 다른 물질과 혼합되고 더욱 강력한 폭탄이 된다. C4 폭탄의 주성분인 RDX는 헥소겐(hexogen)으로도 불리며 불에도 잘 타지 않는 난연성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전기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 주로 이 플라스틱 폭탄에는 전기뇌관을 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RDX 성분은 테러의 도구로 쓰였다.

또 최근에 여객기, 열차 폭탄 테러에 자주 사용되는 액체폭탄 ‘TATP(triacetone triperoxide)’의 경우, 아세톤과 과산화수소를 황산이나 염산으로 응고시킨 흰색의 결정체이며, 물을 함유하면 액체 폭탄으로 될 수 있으나 고체에서 더 강력한 폭발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7월 7일 영국 지하철 폭탄 연쇄테러와 2006년 8월 영국 항공기 테러에 사용됐다.

2009년 12월 25일 미국 디트로이트발 노스웨스트 항공 비행기를 폭파시키려고 했던 나이지리아 출신의 테러범 ‘우마르 압둘무탈라브(23)’는 고성능 폭약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와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를 혼합한 사제폭탄을 만들려고 했다. 6인치(15.2㎝) 정도 크기의 PETN에 주사기 속에 든 액체를 주입하면 폭발물이 되는데 폭발신관 없이도 폭발이 가능해 더욱 더 두려움을 주고 있다.

PETN과 RDX는 폭발력이 비슷한데, 특히 PETN은 관리와 제조가 쉽고 매우 가벼우며 플루토늄의 핵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핵무기의 고폭장약으로도 쓰인다. 물론 공항 검색대의 금속탐지기론 식별이 불가능하다.

질산암모늄도 사제폭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22일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는 당시 정보당국에 따르면 용천역에 있던 질산암모늄과 연료용 기름을 실은 열차에 전기 스파크가 발생해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다. 질산비료의 원료인 질산암모늄은 그 자체로는 섭씨 200도에서도 폭발하지 않지만 디젤유를 섞으면 TNT와 맞먹는 강력한 폭약으로 탈바꿈한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2-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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