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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10-23

인간 수명 늘면 생태계 수명 줄어 100개국 조사 결과 ‘사람’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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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생태계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람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생태계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세계 100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날수록 생태계는 오히려 위협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ScienceTimes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와 네브라스카 어류 및 야생 연구소의 공동연구진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15가지의 변수를 선정하고 전 세계 100개국에서 관련 데이터를 모았다.

이를 자연의 건강함을 측정하는 척도인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변화에 대입했다. 그러자 모든 변수 중에서 ‘인간의 기대수명’이 생태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생태학과 사회(Ecology and Society)’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전 세계 침략외래종과 멸종위기종에 대한 사회생태학적 예측변수(Social-Ecological Predictors of Global Invasions and Extinctions)’이다.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시민’일 뿐

미국의 생태학자 앨도 레오폴드(Aldo Leopold, 1887~1948)는 젊었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다녔다.

환경 보호에 관심은 있었지만 자연이나 동식물은 그저 인간의 필요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에 맞은 어미 늑대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죽어가고 그 옆의 새끼들이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생명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사냥의 결과에 따라 목장 전체의 상황이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가축을 해치는 늑대를 없애버리면 목장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포식자가 사라지니 소, 양, 사슴 같은 초식동물의 숫자가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먹이가 부족해졌다. 영양 상태가 안 좋으니 질병도 빨리 퍼지고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생태계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레오폴드는 “인간은 자연을 다스리는 정복자”라는 인간중심적 환경론을 버리고 “인간은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이자 하나의 시민”이라는 전체주의적 환경론을 받아들인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먹이사슬이 원활해야 하며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인간의 오만함을 꺾고 무분별한 개입을 막아야만 생명공동체 전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나 식물뿐만 아니라 토양, 물, 대지까지 모두 포함시키는 ‘대지 윤리(land ethic)’ 개념까지 주장한다.

지금까지 인간은 경제적인 관점에 매달리느라 생물다양성이나 생태계를 그저 ‘재산’으로만 바라보았다. 재산은 소유자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동안 부정한 행위를 저지른 12명의 하녀들을 밧줄에 매달아 처형했다. 당시에는 아내는 ‘윤리’의 대상이었지만 하녀는 재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윤리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었다. 이제는 노예제도가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윤리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레오폴드는 대지를 무대 삼아 살아가는 생명공동체 전체로 윤리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도 생명공동체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이것이 ‘대지 윤리’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생태계 좌우하는 핵심 변수

레오폴드는 대지 윤리의 대상인 생명공동체의 건강 여부를 판단할 때 조류와 포유류 중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변화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런 라츠(Aaron Lotz)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원과 크레이그 앨런(Graig Allen) 네브라스카 어류 및 야생연구소 연구원은 환경 기준을 변화시키는 요소를 조사해 이를 레오폴드의 이론과 접목시켰다.

우선 인간의 활동과 자연의 작용 중 생명공동체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추출해서 경제학적 변수 5가지, 생태적 변수 5가지, 사회적 변수 5가지 등 총 15가지로 압축시켰다.

경제학적 변수는 1인당 GDP, 수출입 비율, 관광, 영양 부족, 에너지 효율 등이다. 생태적 변수는 농업 집중도, 강수량, 물 부족, 총체적 생물다양성 등이다. 사회적 변수는 인간 기대수명, 성인 교육, 살충제 규제, 정치 안정, 여성 참정권 등이다.

관련 데이터는 세계 100개국에서 수집해서 신뢰성을 높였다. 전 세계 인구의 87퍼센트, 1인당 GDP의 43퍼센트, 육지 면적의 74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를 조류와 포유류 중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변화에 대입시켜서 어떠한 변수가 가장 정확한 결과값을 산출하는지 살폈다. 그러자 가장 높은 정확도를 기록한 것은 ‘인간의 기대수명’이었다. 인간의 손길과 발길이 닿은 지역은 생명공동체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수록 생태계의 수명은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다.

라츠 연구원은 캘리포니아대 발표자료를 통해 “모든 변수를 다 대입해봐도 인간의 기대수명이라는 단 하나의 요소가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변화를 결정 짓는다”고 설명했다.

▲ ⓒEcology and Society

인간의 개입에 있어서 최악의 사례를 보여준 국가는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는 미국, 필리핀과 더불어 조류 중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조류 및 포유류 전체 중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인간이 첫 발을 디딘 이후 현재까지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외래종이 대거 침략했고, 그 결과 토종 육상 포유류가 감소하면서 생물다양성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조류 및 포유류 중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대부분 국제무역이 활발하지 못해서 외래종이 침략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는 반대로 1인당 GDP가 증가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멸종위기종과 침략외래종의 비율도 높아졌고 생물종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라츠 연구원은 “인간은 전체 생태계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생태계의 건강을 예측하는 방정식에서 인간이라는 변수를 제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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