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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3-10-14

연잎효과 착안한 광메모리 소자 [인터뷰] 용기중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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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지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제약이 있다. 근본적으로 정보전달 매개체가 전기적 자극, 즉 전자의 이동을 통해 유도된다는 점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자소자는 더욱 소형화되고 이에 따라 전송선 간의 물리적 거리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지만 상호작용이 강한 전자는 신호를 손상시키거나 왜곡해 시스템 효율을 저하시키는 간섭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광전기신호를 매개로 하는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식을 탐구하고 있다. 빠른 이동특성과 상호비간섭 특성, 고(高) 집적도의 용이성 등 월등히 우월한 빛을 도입할 경우 정보처리의 새로운 방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빛의 방향변화 매개로 한 정보처리

▲ 용기중 교수(우)와 그의 연구팀은 연잎효과에 착안한 광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용기중

국내 연구진이 연잎효과에 착안해 빛의 방향에 따라 반응하는 메모리 소자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텍 용기중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빛의 방향변화를 매개로 정보처리가 가능한 소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신소재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지(Advanced Materials)’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잎효과(lotus effect)란 연잎에 무수히 돋아있는 나노돌기와 낮은 표면에너지로 인해 잎이 물방울에 젖지 않는 현상으로, 물방울의 접촉각이 150도 이상 되는 초발수특성을 의미한다.

“연잎효과를 모사한 나노선 소자는 물속에서 안정한 공기층을 형성하며 물과 공기의 계면에서 빛이 굴절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임계각 이상의 각도로 진입하는 빛은 전반사를 이루며 거울상을 나타내게 되죠. 우리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빛에 응답하는 나노소자에 접목, 빛의 입사각도에 따라서 특성이 조절되는 소자를 개발했습니다.”

전자보다 빠르고 간섭이 적은 빛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현 과학계에서 광소자 연구는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현재 빛의 방향을 인식하는 전자소자에 대한 성과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용기중 교수팀의 연구는 연잎효과와 나노소자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큰 차별점을 갖는다.

“우리 연구팀은 선행연구를 통해 초발수 처리된 소자가 물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물속에서 형성된 안정된 공기층에 의해 빛이 굴절된다는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두 현상을 접목하면 빛의 입사각에 따라 나노소자에 도달하는 광량이 달라지죠. 이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 결과 산화아연 나노선 소자에 적용해 물속에서도 젖지 않으면서 빛의 입사 각도에 따라 저항메모리(memristor)와 저항체(resistor)의 두 가지 다른 소자 특성을 나타내는 소자를 개발했죠.”

평소 생체모방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용기중 교수는 나노선 구조를 이용해 연잎효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왁스성분으로 코팅된 연잎의 미세돌기로 인해 연잎이 물에 젖지 않는 효과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소자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연구팀은 빛을 조사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 메모리 기능을 갖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치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방향을 달리해 저항특성을 바꿀 경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자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노선을 둘러싼 공기와 물 사이 경계에서 굴절률 차이로 인해 특정각도로 빛이 들어오면 저항이 변하는 메모리가 되고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저항이 변하지 않는 저항체가 되도록 했어요. 소자를 미세하게 기울이는 등의 방식으로 하나의 소자가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이처럼 입사된 빛의 각도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소자의 특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빛과 소자의 상대적인 위치 조절에 따라 소자 작동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 감지 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이를 응용하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생체모방기술 관심으로 얻은 성과

▲ 빛의 입사각도 조절 기반 소자의 디지털 회로 개념 ⓒ한국연구재단

일정각도로 입사할 경우 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전반사 현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굴절률이 큰 물에서 굴절률이 작은 공기층으로 빛이 들어와야 한다. 이는 결국 자연적인 상태와 정 반대의 현상이다. 즉, 나노선을 기준으로 비중이 큰 물이 공기보다 더 위에 놓여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기 위해 연잎을 모방했어요. 빛에 반응하는 산화아연으로 합성한 나노선을 단분자막으로 코팅한 것이죠. 이러한 코팅은 결국 나노선 소자가 물속에서 공기층에 먼저 둘러싸이도록 합니다. 나노선을 감싼 공기층과 물의 굴절률 차이로 빛의 입사각에 따라 소자에 도달하는 광량이 달라지도록 해 소자를 제어하는 것이죠.”

용기중 박사팀의 이번 연구는 그동안 생체모방기술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과학적 발견은 자연현상에 대한 정확한 관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 용기중 교수는 나노선 구조를 연잎효과에 착안해 연구하면 높은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연현상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또 용이합니다. 때문에 이번 연구역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과정 가운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특히 이번 연구는 물속에서 전자소자의 특성을 연구해야 했던 만큼 실험과정 가운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용기중 교수의 이번 연구는 나노소자와 생체모방기술을 접목해 빛의 입사각에 따른 저항변화특성을 조절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해당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반도체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이 가장 크게 주목받는 이유다.

“빛의 입사 각도에 따라 동일 소자에서 멤리스터와 저항체의 두 가지 다른 소자 특성을 나타내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이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노소자의 광 입사각 선택성은 광 입사 방향이 고정된 상황에 적용되더라도 소자가 광 입사 방향에 평행한 축을 중심으로 경사각을 바꾸는 움직임이 있을 때에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치 오뚝이나 시소 처럼요. 이는 굳이 소자의 동적 상태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경사각도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소자 성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죠.”

용기중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추후 광 모션 컨트롤 기반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데 크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메모리소자인 저항메모리를 개발하는 데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른 새로운 개념을 더욱 확장해, 현재는 나노소자 표면의 매질변화에 따른 광소자 특성 변화를 연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관련 기초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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