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의 차기 상륙함(LST-Ⅱ) 천왕봉함의 진수식이 지난 11일 오전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열렸다. 천왕봉함은 4천500톤 급으로 차기상륙함 중 선도함정이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은 진수식에서 “천왕봉함은 입체 상륙작전의 주요 전력으로서 기존 상륙함에 비해 기동성과 탑재능력 등 기본 성능이 월등히 향상돼 우리 군의 단독 상륙작전 능력을 한 층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륙작전이 주 임무인 천왕봉함은 길이 126미터에 최대 속력은 23노트다. 승조원은 120여명이며 완전 무장한 상륙군 300여명, 상륙정(LCM), 전차, 상륙돌격장갑차를 동시에 탑재 가능하고, 상륙헬기 2대를 이착륙시킬 수 있다. 또 국내개발 전투체계와 상륙작전지휘소가 신설됐고, 방탄설계 적용구역과 방화격벽이 강화돼 함정 생존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점은 기존 상륙함에 비해 속력이 5노트 이상 증가했으며, 헬기 착륙장도 2개소로 늘어나 기동능력이 배가돼 초수평선 상륙작전 수행이 가능한 것이다.
초창기 상륙작전은 상륙함(Landing Ship Tank, LST)에서 발진한 상륙주정(LCM)으로 병력과 장비를 직접 해안에 상륙시키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 전술은 상륙주정의 느린 속력과 해안 개활지에 상륙하는 취약성으로 인해 큰 희생이 필수적으로 요구됐다.
반면에 현대전에서는 적 해안으로부터 20~50해리 떨어진 수평선 밖에서 공격용 헬기나 수직이착륙기(VSTOL)를 이용, 교두보를 확보한 후, 병력과 물자를 상륙시키는 초수퍙선 상륙작전 개념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차기상륙함은 이런 전략과 전술에 맞는 함정으로 계속 진화해오고 있다.
LST가 활약한 인천상륙작전
1950년 9월 15일 새벽 0시 구름이 잔뜩 낀 월미도 앞바다에 등대불이 밝혀졌다. LST 제1진이 공격 개시선을 출발, 함안 이동(함정에서 해안으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개시했다. 바야흐로,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을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이 개시된 것.
맥아더 장관이 기함 마운트 맥킨리호에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미 5해병연대와 한국군 해병 3대대는 수송함(APM)으로부터 하선망을 타고 상륙주정으로 옯겨타는 사이, 미 해병 돌격대대를 태운 수륙양용주정(LVP), 수륙양용차(LVT), 수륙양용트럭 등 엄청난 숫자의 수륙양용 장비들이 상륙함(LST)로부터 빠져나와 월미도 해안으로 향했다.
이날 한·미 해병대의 상륙을 지원한 수많은 함정 가운데 상륙함(LST)은 단연 돋보이는 능력을 발휘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유사시 상륙부대는 적 해안수비대가 만반의 전투태세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는 해안에 상륙해야 하며, 은폐·엄폐물이 전혀 없는 개활지에 내리는 상륙부대는 초반에 엄청난 병력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상륙을 엄호하는 육해공 작전을 위해 수많은 무기와 장비가 동원된다. 이 장비들을 바다에서 해안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때 상륙함(LST)은 없어서는 안될 함정이다.
2차세계대전중 수많은 상륙전을 치른 미국과 영국은 필요에 의해 무려 1천 척의 상륙함(LST)을 개발했다. 이 함정은 큰 적재능력과 범용성을 토대로 작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흘수(吃水 : 배가 물에 잠기는 부분)가 얕게 설계된 초기 LST의 경우, 해변에 접안, 전차와 장갑차를 직접 양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함수부에 양닫이 문(Bow door)이 설치됐다.
이런 구조는 함정의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 됐고, 대규모 상륙작전 수행 시, 항모전단의 이동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 해군이 새로이 개발한 것이 바로 도크형 상륙함(Dock Landing Ship, LSD)이다. LSD는 해변에 직접 대지 않고, 작전 해역에서 바닷물을 배 안의 플로팅 도크에 채워 수륙양용주정(LVP), 수륙양용차(LVT) 등을 발진시키는 상륙함이다.
그러나 상륙부대의 희생을 최소화시키는 미래전의 개념에 완전히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차기상륙함은 더 진화할 필요가 있었다.
초수평선 상륙작전 수행 가능
1944년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 북부에 위치한 오마하 해변을 향해 출발한 미군 상륙부대는 매우 운이 없었다. 갑자기 거세진 풍랑, 이로 인한 뱃멀미, 심장을 도려낼 듯 한 독일군의 해안포 소리 등으로 병사들의 사기는 바다에 곤두박질쳤다.
이윽고 상륙정이 해안에 닿고, 램프(Ramp: 앞문)가 열렸지만 그들을 반기는 것은 사방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MG-42 기관총탄 세례. 그러나 해안 어디에도 몸을 피할 은폐물과 엄폐물은 없었다. 연합군 사령부는 높이 설치된 독일군의 대전차지뢰와 인공암초를 피하기 위해 상륙시점을 썰물로 택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병사, 공포로 울부짖는 병사, 쏟아진 창자를 들고 망연자실하게 서있는 병사, 풍랑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병사들 위에 쏟아지는 탄환들로 오마하 해변은 지옥 그 자체이었다.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당시의 오마하 해변의 비극을 그대로 묘사해 보여주었다.
군사전문가들은 “상륙전은 가장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지만 상륙 제1파에서 거의40~60%의 병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구식 상륙작전은 이젠 옛말이다. 이른바 ‘초수평선 공격(Over the horizon assault)’과 같은 새로운 작전 개념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초수평선 공격이란 초기 피해를 크게 감소시키고 원활한 작전을 위해 적 해안부대 레이더 탐지거리를 넘어서 상륙 1파를 출발시키는 데 공기부양정과 헬기를 이용하는 상륙 개념이다.
여기에다 기존 상륙작전부대와 달리 속도가 두 세배 이상 빠른 수륙양용장갑차에 병력을 이동시킨다. 그 전에 수직이착륙기와 공격헬기로 적 해안을 초토화시킨다.
이를 위해 새로운 개념의 차기상륙함이 요구되는데 함정 내부에서 상륙정과 전차를 띄울 수 있는 웰독(Well dock)을 갖추도록 설계된 LSD, 최근에는 생존성 향상을 위해 레이더 반사면적(RCS), 적외선, 수중방사소음 등의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상륙함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 LHD급 상륙함은 헬기 또는 수직이착륙기를 20대 이상 운용하며, 고속 공기부양정(LCAC) 3척을 운용하는 다목적 상륙강습함이다. 다량의 헬기를 탑재하기 때문에 전통비행갑판을 갖고 있다.
기존의 독도함과 이번에 진수된 천왕봉함은 차기상륙함으로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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