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사회의 과학은 점점 신의 위치까지 그 세를 확장한 듯하다. 뇌에 대한 탐구가 깊어지는 것과 나노과학에 대한 연구가 심오해지는 것, 더불어 다양한 로봇의 발명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모습 등 과학탐구를 이루는 많은 모양새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 새로운 신(神)이 또 하나 등장했다. 바로 ‘구글(google) 신’이다. 이름만 들어도 피식거리며 웃음이 나올 법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검색엔진 ‘구글’ 에 ‘신(神)’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하웅, 김동섭, 이해웅 카이스트 교수의 강연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구글 신(神)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제목에서부터 대중의 이목을 확실하게 사로잡는다. 과연, 구글 신은 누구란 말인가. 또한 그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지난 27일, 기초과학연구원(IBS) 3층 대강당실에서 정하웅 교수는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주제 하에 대전시민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내용을 간단하게 압축하자면, ‘복잡계 네트워크에 대한 구글 신의 위대함’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먼저, 구글의 ‘전지전능함’을 알기 위해서는 복잡계 네트워크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복잡계(complex systems)란 이름 그대로 자연계를 구성하는 많은 구성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인 현상의 복잡함을 의미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떠올리면 된다. 한 장소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주변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또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 사회는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사회현상뿐 아니라 자연계와 수학계,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복잡계를 연구하는 분야 역시 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복잡계는 결국 네트워크 위에 존재할 수 있다. 한 지점의 현상이 다른 지점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두 지점이 서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연결이 바로 ‘네트워크(network)’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떠한 네트워크가 존재할까. 가장 친근하게는 SNS 상에서의 네트워크를 떠올릴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알 수도 있는 친구’ 라는 이름 하에 아직 나와 친구를 맺지 않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내가 누구와 연결돼 있느냐에 따라 매번 달라지며 나와 연결된 친구가 증가할수록 ‘알 수도 있는 친구’의 수 역시 다수 증가한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계가 네트워크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일찌감치 한 사회학자로부터 증명되기도 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 박사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여섯 사람만 거치면 자신이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6단계 분리 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네트워크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들어와 있는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셈이다.
정하웅 교수는 네트워크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9.11 테러 당시 테러리스트의 네트워크 조직망을 통해 설명했다. 미국의 한 학자로부터 만들어진 이들 테러리스트의 조직망은 테러가 끝난 이후 완성됐는데, 실제로 조직망의 중심에 있는 한 테러리스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정 교수가 진행한 강연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세상에는 네트워크(복잡계)가 많은데, 그것은 항공모함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항공모함처럼 생겼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할까.
잘 생각해 보자. 항공망의 특징 중 하나는 규모가 큰 허브공항과 그렇지 않은 작은 공항이 있다는 점이다. 각 국가의 거점지역에는 인천공항과 시카고, 뉴욕과 같은 허브공항이 있어 수많은 공항들과 연계를 맺고 있으며 소규모의 도시에는 작은 공항이 존재해 단 몇 개의 공항과 연결돼 있을 뿐이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사회에 대입해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치인들이나 인적 네트워크 등이 이러한 항공모형과 유사한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허브가 존재한다는 것은 나름의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반면 굉장히 큰 취약점도 될 수 있다. 허브만 공략하면 모든 네트워크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생태계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정보가 많이 모인 곳일수록 세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이 어느 시기에 여행을 가는지 통계를 내리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항일수록 더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은 검색엔진에서 자타공인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떠한 흐름과 통계가 나오게 될 뿐 아니라 그것이 매우 정확성을 띠게 되므로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정 교수는 구글을 ‘신(神)’이라고 명명한다. 예로 들어보자. 지난 서울시장 대선 때 사람들은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 사이에서 ‘예측할 수 없는’ 대결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이들의 선거 결과는 구글에서의 검색량과 거의 비슷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올 대통령 선거 때도 비슷했으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구글 검색량은 선거결과의 투표율과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구글은 선거뿐 아니라, 독감환자수를 조사하는 데에도 크게 일조했다. 검색엔진의 유추만으로 지난 5년간의 독감환자수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명제가 있기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사람은 감기에 걸리면 자신의 증상을 검색하고, 관심 있는 인물을 인터넷을 통해 살펴본다. 그들의 검색용어는 대부분 일정하기 때문에 잘 취합하기만 한다면 사회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정 교수는 “복잡계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일을 하고, 또 중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에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만약 이에 대한 네트워크 망이 있다면 신약후보물질은 중요한 허브망 연결점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복잡계 네트워크를 알아야 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3-08-28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