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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8-27

독가스는 그 나름의 특징이 있다 신경가스 등은 어린이에 더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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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부군이 다마스쿠스 외곽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 1천300여 명 이상의 민간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CNN 등 주요 외신들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 세계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 측에선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반군 측에선 “정부군이 로켓탄으로 독가스를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시리아 내전에서 독가스로 보이는 공격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누워있다. ⓒ연합뉴스

양측의 엇갈린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보이는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계속 발생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에는 병원에 실려 온 환자들 중 다수의 민간인을 비롯한 어린이 환자들이 화학무기로 보이는 공격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이 담겨 있어 반군 측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상과 출혈 등이 없는 상황에서 홍채(눈조리개)가 확장되고, 심한 구토와 더불어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은 화학가스에 의한 전형적 피해 증상”이라고 말한다.

이에 시리아에는 지난 19일부터 유엔의 화학무기 검증 사찰단 20명이 파견됐고, 미국은 군사개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입장이다.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화학무기는 몇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부분의 독가스들은 접촉시 동공 축소와 극심한 구토를 유발하고,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고, 어린이들이 성인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

공기 확산이 빠른 시간에 주로 살포 

1917년 안개가 뿌옇게 낀 새벽의 프랑스 서부전선. 불그스름한 빛이 지평선 가의 한쪽 끝에서 타오르자, 바람이 부는 영국군 진영 쪽으로 여기저기에 흰 연기가 날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화생방 공격이 시작된 줄 알고 모두 신속하게 방독면을 착용하고, “가스, 가스”라고 외치며 독가스 경보를 손짓 발짓으로 전파했다. 독일군이 사용한 독가스는 바로 겨자 가스(mustard gas). 갈색기가 도는 노란색 가스로 약한 마늘 또는 겨자 냄새와 같은 자극적인 냄새가 난다. 호흡기와 눈 등에 접촉되면 엄청난 고통과 함께 죽음을 맞게 된다.

새벽이나 저녁 시간 등에 주로 독가스 공격이 이뤄지는데 이 시간대는 공기가 가장 안정돼 확산이 빠르기 때문이다. 또 적이 저지대, 무풍지대 등과 같은 특징적인 위치에 있을 경우, 공격이 이뤄진다.

그 이유는 신경작용제와 같은 독가스들이 공기보다 비중이 높아 저지대에 잘 깔리고, 바람이 안 부는 무풍지대에서 독가스는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 경우 확산은 빠르지만 금방 단위당 농도가 낮아져 위력이 약화될 수 있다.

공기보다 무거운 화학작용제

1차 대전의 독가스 공격에선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 신병들은 독가스가 살포되면 일반 파편 작렬탄과 같은 요령으로 참호 밑의 깊은 구덩이에 숨었다. 반면에 고참병들은 깊이 패인 구덩이 속에 독가스가 가장 오래 머무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연계에서 화학가스는 공기보다 2.5배 무거워 누설되면 바닥에 깔린다”고 설명한다.

이를 모르는 신병들은 참호 구덩이에서 방독면을 벗음으로써 독가스를 들이마시고 숨져갔다. 겨자 가스를 들이킨 병사들은 동공(홍채)이 축소되고, 창백해진 얼굴과 검게 탄 입술을 한 채 피를 토하며 죽는다. 

▲ 화생방 공격시 방독면이 없는 경우를 대비한 대처법을 알아놓아야 한다. ⓒ연합뉴스

경험 많은 고참들의 경우 이상한 냄새가 감지된 후, 동물이나 벌레의 집단 이동 그리고 새들이 다급하게 날아다닐 때 신속히 피해 목숨을 부지했다. 후각이 발달한 동물이나 벌레들은 독가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화학무기 공격이 의심될 경우, 낮은 곳을 절대로 피하고, 주변의 동물이나 곤충들의 움직임을 보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호흡기와 신경 계통을 노린다

대부분의 화학무기들은 호흡기와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 지하철 테러에 쓰인 사린(Sarin) 등 신경작용제의 경우 코흘림, 가슴 압박감, 호흡 곤란, 구토, 동공 확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호흡기, 눈, 피부, 소화기 등에 작용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이로써 환자는 단시간에 사망케 된다.

복숭아씨 냄새가 나는 시안화수소(HC) 등의 혈액작용제는 호흡기로 침투해 혈액으로 스며든다.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을 마비시켜서 산소부족을 일으키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게 된다. 시간은 거의 15분 이내로 치사율이 높다.

겨자계열 등의 수포작용제는 눈, 코, 피부 등에 작용, 수포를 형성하는데 역시 호흡기로 흡입하게 되면 서서히 숨이 멎게 되는 무서운 가스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수용소에서 쓰인 포스겐(CG) 등은 폐에 침투, 점막이 붓고 물이 차게 해서 호흡곤란으로 사망케 한다.

대부분의 독가스들이 호흡기에 작용하므로 방독면 착용은 필수다. 만약에 방독면이 없을 경우, 젖은 수건이나 20장의 휴지를 겹쳐서 물에 적시면 일시적인 방독면이 될 수 있다.

성인보다 어린이들이 절대 취약해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성인보다 화학무기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한다. 신경작용제는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바람이 약한 상태에서 지표면에 깔리게 되고, 성인보다 키가 작은 어린이들이 더 높은 농도의 가스를 흡입할 수 있는데 단위 시간당 호흡 횟수가 성인에 비해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양의 신경작용제를 흡입하게 된다는 것.

또 어린이들의 경우, 성인에 비해 체중이 작으므로 같은 양의 신경작용제를 흡입해도 쉽게 치사량에 도달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경작용제 중독으로 침 흘림, 배뇨, 배변으로 급격한 탈수 현상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체중이 5kg인 유아의 경우 750ml가 빠져나가면 체중의 15%가 줄어들기 때문에 쇼크사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독가스 공격이 가장 반인륜적인 행위로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8-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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