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한국 진출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존 한국 진출에 따른 변화는 긍정적일까. 이에 대해 아직은 확답할 수 없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월) 포스코 센터 P&S 타워에서 ‘아이폰보다 더 무서운 아마존이 온다’는 주제로 아마존 한국 진출이 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기회가 될 것인지를 긴급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데브멘토와 모비애드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4명이 전문가들이 나와 아마존 한국 진출에 따른 파급력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물류 인프라 등이 강점, 콘텐츠 분야는 쉽지 않을 수도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성민현 KT 경영경제연구원은 “핵심 자산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전략’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확보한 고객 기반과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자 상거래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 아마존의 판매 품목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아마존의 정보기술 인프라 운영 기술과 상품 데이터베이스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회사 서버를 외부에 임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오늘날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용할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방대한 고객 기반과 디지털 콘텐츠까지 갖춘 아마존은 태블릿 PC인 킨들파이어 등을 만들어 디지털 디바이스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성 연구원은 “아마존은 세계 최고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며 관련 시장 구도를 재편해왔다”면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제공한다는 방침에 따라 아마존의 사업 영역은 더욱 다양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아마존은 궁극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아마존피게인션(Amazonifiation)을 향해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두 번째 강연자는 전자책 콘텐츠 기업인 ‘북팔’의 김형석 대표로 아마존의 콘텐츠가 과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먼저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이나 e-커머스를 하다보면 고객 지향적 서비스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아마존은 고객경험을 제대로 실행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며 “자신들의 내부 고객을 분류해 잘 조직하는 것은 물론 그 고객들을 내부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아마존의 경쟁력”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마존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어 콘텐츠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도 크지 않아서이다. 좁은 어항에 들어온 고래의 활동영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치와 같다. 한국시장의 특수성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글로벌 IT 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대표적 예가 구글이다. 전 세계 검색시장의 왕좌를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만큼은 국내 기업에 밀리고 있다.
김 대표는 “운신의 폭이 좁긴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번역 콘텐츠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확대해 콘텐츠 마켓을 정리하고 난 후, 킨들파이어를 판매하고 서비스 플랫폼을 확대한다면 한국에서도 아마존만의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로아컨설팅 김석기 이사는 “아마존의 한국 진출은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된 것은 없지만 아마존 웹 서비스인 AWS 한국 진출, 킨들 170개국으로 확대 판매 및 아마존 앱스토어 확대 발표 등 몇 가지 상황을 근거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진출할 경우 어떤 형태일까. 김 이사는 “일본·중국처럼 독자적인 서비스로서 제대로 런칭할 가능성과 기존 한국 기업과의 합작회사로서 시작할 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며 “문제는 아마존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면 우리나라 산업에 어떻게든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11년 해외 직접구매 규모는 3억 7천813만 달러나 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배송대행업체가 타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e-커머스 및 소셜커머스 경쟁도 심화될 수밖에 없다. 박리다매 저가 정책, 발 빠른 운송, 고객지향적 서비스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도 영향권에 들어서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음원은 외국에 비해 많이 싼 편이다. 서적도 전자 출판을 하게 되면 오프라인 서적에 비해 50% 가격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이 동일하거나 우리나라만큼 턱없이 싸지 않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아마존으로 급속히 몰리게 되면서 콘텐츠 시장 자체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이사는 “글로벌 서비스의 속도 문제에 따라 국외에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특히 게임 업계의 경우 타 서비스 분야보다 아마존 클라우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KT클라우드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자는 옥션 전 회장이자 코글로 닷컴의 이금룡 회장이었다. 그는 아마존이 위협인 이유를 “아마존만이 갖고 있는 시스템과 철학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아마존은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약 10만여 명이 콜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또한 전 직원이 이틀 동안은 콜센터에 근무해야만 한다. 게다가 고객전담 직원을 훈련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임원회의에 참석하여 고객의 소리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회장은 “아마존의 능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며 “머천다이징에 관한 한 온라인에서 최강자”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재팬에서 쌀을 판 적이 있는데, 수확 시점을 기준으로 지역별로 예약을 받아 판매하거나 전통장인들 코너를 따로 만들어 물품을 팔기도 했다”며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의 머천다이징 능력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소비자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때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굉장한 강점”이라며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아마존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떠한 형태이던지 가격을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가격을 내리기 위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막대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5%에 불과한 이유이다.
이 회장은 “고객 지향적 가치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런 철학과 시스템을 배워야만 아마존의 진출에 대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3-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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