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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8-05

스쿠버다이버의 적 ‘잠수병’ 그 원인은? 안전수칙, 감압챔버는 잠수의 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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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25)은 요즘 표정 관리가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난데없는 행운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먼저, 그가 유학가고 싶어 했던 미국의 대학에서 정식 입학허가서를 받았고, 이밖에도 짝사랑하던 여자친구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은 것 등.

 

무엇보다도 그의 가슴을 가장 훈훈하게 만든 일은 대학 내 스킨스쿠버 동아리의 정식 멤버로 인정받은 것. 스킨스쿠버 동아리 회원은 그가 정말 꿈에도 그리던 희망사항. A군은 신입생 때부터 동아리에 들고 싶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이유는 단 하나. 해군 UDT 출신이거나, 정식 스쿠버 라이센스를 가진 자가 아니면 들어올 수 없다는 까다로운 규정때문이었다.

▲ 스쿠버다이빙은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연합뉴스
 

그래서 그는 1학년을 마치고 UDT에 지원했으나 떨어지고, 대신에 해병대를 선택, 얼마 전 무사히 전역했다. 군에서도 스킨스쿠버를 배우진 못했지만 수영실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물에서 하는 각종 적응 훈련을 나름대로 열심히 받아 이젠 물에서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자신 있었다.

 

그는 복학하자마자 다시 신청서를 냈고, 그의 의지에 동아리에서도 멤버로 받아주었다. 드디어 7월말 동아리가 해외 훈련의 장도에 올랐다. 안타깝게도 초보자인 A군은 참가가 제한됐다.

하지만 제한 수심을 지킨다는 각서를 쓰고 캠프에 합류한 그는 정말 행운아이었다. 현지에서 몇 시간의 기초 장비교육과 안전교육 그리고 실습 등을 이수하고 이제 첫 잠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A군에게 찾아온 진짜 행운(?)은 정작 다른데 있었다.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스쿠버다이빙은 수압과의 싸움

 

A군이 스킨스쿠버다이빙(Skinscuba diving)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쿠아렁(aqualung)의 기능이었다. 봄베(Bombe : 산소탱크)에 레귤레이터(Regulator : 자급식 수중 호흡기)를 달고, 수압이 높은 심해에서도 자유롭게 호흡을 할 수 있는 비밀이 궁금했다.

 

전문가들은 수압은 깊이 들어갈수록 커지는데 폐로 공급되는 공기압은 주위의 수압과 거의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쿠아렁은 수압보다 높게 설정된 고압의 산소를 2단계식 압력조절기를 통해 수압과 같게 감소시켜서 잠수부가 호흡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우선, 스프링으로 작동되는 제1 감압밸브는 항상 수압보다 높게 설정된 압력 상태의 공기를 받아들이고, 지레로 작동되는 제2 감압밸브는 흡인력에 의해 열려서 수압의 힘에 의해 공기를 내보낸다.

 

, 흡기 시에는 잠수부의 입에 물린 공기 튜브의 기압이 낮아진다. 그러면 수압에 밀려서 지레에 의해 제2 감압밸브가 열리고, 공기가 흘러나와서 잠수부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된다. 호기의 경우, 반대로 잠수부가 숨을 내쉬면 공기 튜브의 압력이 높아져 진동판을 눌러내리기 때문에 제2 감압밸브가 닫힌다. 공기 튜브에 있는 배기밸브가 열려 내쉰 공기가 바다로 내보내진다.

 

장비교육을 마친 A군은 스쿠버 다이빙 팀에 합류했다. 물론 A군의 수심 한계는 20m 이내로 고정돼있었다. 전문가들은 수압이 매우 높은 심해는 전문 다이버들도 매우 조심해야 하는 영역이다”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20m의 한계를 넘으면 경보음이 울리게 돼있고 천천히 감압을 하면서 떠올라야 한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이 지역에도 비가 많이 와서 바닷속이 매우 혼탁해 시계가 불량했다. 이에 A군이 뒤처지면서 동료와 멀어진 것. 혹시나 낙오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정신없이 동료를 찾았지만 흙탕물로 인해 너무 어두워 헛수고이었다.

 

전문가들은 깊은 바닷속에서 길을 잃으면 초보자는 패닉에 빠져 안전수칙을 잊어버리기 쉽다고 경고한다. 다이빙 전에 그는 비록 이론상이지만 철저한 안전 교육을 받았다. 선배들은 기압계를 수시로 점검하고, 절대로 30m 이상은 잠수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 역시 수시로 기압계를 체크했고, 기압계는 수심 30m를 초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들로부터 멀어지면서 당황한 그는 그만 30m 이상 잠항을 했고, 마침 기압계에 달린 경보장치(Alarm, 수압이 지정된 한계를 초과하면 경보가 울린다)가 고장이 나있었다.

▲ 수심 30m 이하에서의 급상승은 감압병의 원인이 된다. ⓒ연합뉴스


깊은 수심에서 급상승이 원인

 

갑자기 A군은 구토와 현기증 그리고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에게 질소마취 현상이 찾아온 것. 전문가들은 질소마취는 30m를 초과하는 수심에서 공기를 호흡하는 모든 다이버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특정 수심에 도착하자마자 발생하나 얕은 수심으로 상승하면 곧바로 회복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패닉 상태에서 초보자 A군은 모든 안전수칙을 잊어버리고 주위를 헤매기만 할 뿐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뇌의 망상중추내의 신경세포들은 질소를 비롯한 여러 가스들에 매우 민감한데 망상중추가 적절히 작용하지 않으면 뇌기능이 방해를 받게 되고, 결국 의식상실로 이어진다는 것.

 

정신을 잃을 상황에서 A군은 마지막 힘을 짜내 급상승을 시도했다. 60m, 45m...25m, 10m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신을 잃은 그는 주위에 있는 보트에 의해 구조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두려움 속에서 A군이 수심 30m에서 급상승을 시도했고, 그에게도 잠수병이라 불리는 감압병(decompression sickness)’이 찾아 온 것.

 

전문가들은 잠수병은 물의 깊이에 따라 나타나는 수압차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에는 일반적으로 약 80%의 질소가 녹아 있는데 심해저에는 높은 수압 때문에 80%보다 높은 양의 질소가 몸속에 녹고, 급상승해 수압이 낮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몸 속에 과잉상태로 녹아 있던 질소의 부피가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 폐를 통해 빠져나가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녹아있는 여분의 질소가 기포로 변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잠수병의 원인이 된다. 체내 쌓인 질소 기포는 혈행을 방해하고, 혈관폐색이나 색전증, 난청 심지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상이란 무서운 병을 가져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엉덩이뼈와 허벅지 뼈가 이어지는 대퇴골두 부위에 질소 기포로 인해 혈행이 원활치 않아서 뼈가 괴사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상 60m 수심에서 30분간 있다가 상승하면 보다 높은 수위에서 필수적으로 70분간 감압해야 한다.

 

만약에 감압 병에 걸리게 되면 감압 챔버(decompression chamber)라 불리는 고압산소치료기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압실에서 재가압하면 혈중에서 질소가스가 기포로 변하는 것을 막고, 서서히 녹여서 폐로 배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른바 잠수병이라 불리는 사고가 늘고 있는데도 감압챔버는 국내에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감압 챔버가 있는 먼 지역으로 잠수병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증세가 더 위독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A군은 감압챔버가 충분히 있는 해외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했고, 신속하게 병원에 설치된 감압챔버로 이송, 충분한 감압을 실시하고, 여분의 산소를 흡입한 결과, 별다른 후유증 없이 귀국할 수 있었다. 자칫 큰일 날 뻔한 상황에서 그것은 진짜 행운이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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