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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연희 객원기자
2013-05-15

과학은 어떻게 풍자되어 왔나? 풍자화와 풍자 잡지를 통해 본 과학기술의 대중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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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고등과학원에서는 ‘풍자화와 풍자 잡지를 통해 본 과학기술의 대중적 이미지’라는 주제로 강연이 이루어졌다. 이날 발표를 한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의 연구원인 조수남 박사는 18,19세기 영국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풍자 이미지를 설명했다.

17세기 영국은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바로 그 시기에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일명 '프린키피아')가 발표된다. 이후 뉴턴의 과학은 과학적 성과를 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신학자들은 뉴턴이 자신의 연구를 통해 자연의 법칙을 밝혔듯, 자신들의 종교적 헌신을 통해 신의 섭리를 밝혀줄 수 있을 거라 주장했다. 정치적으로도 헌법에 기반한 의회 정치를 통해 불안한 사회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과 뉴턴의 성과를 널리 알리려는 과정에서 실험 강연이 발전하게 된다.

▲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의 조수남 박사 ⓒ고등과학원

조수남 박사는 “이후 18세기는 서유럽의 역사상 처음으로 과학기술이 폭넓게 대중화되었고, 19세기 동안에 과학은 보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현대 과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며 “이전 시기에 비해 분명 과학기술은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보다 더 분명하게 다가가고 있었고, 해당 사회의 문화 속으로 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19세기 풍자화 대중화되기 시작

과학에 관한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였다. 당시 자연과학자, 철학자, 기술자들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버밍엄 루나협회가 대표적이었다. 여기서 교류하던 사람 중 한 명이 조지프 라이트이다. 그는 공기펌프를 이용해 실험 강연을 하는 그림을 그리는 등 실험 강연의 모습을 빛을 이용하여 작품을 그려 나갔다. 그러나 그림 값이 비싸 대중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반면 18세기 후반부터 풍자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동판에 그려 무한 반복 찍어낼 수 있어서 선술집과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과학과 관련된 그림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 박사는 “기체역학 실험이 방귀실험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제임스 길레이의 과학 풍자화를 보면, 그 실험을 보는 사람들이 표정이 마치 마술공연을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당시 진지한 과학 대신 신기한 볼거리로 채워져 있었던 대중 실험 강연의 모습을 퐁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과학이 유행하면서 과학강연도 널리 퍼져나갔다. 조지 우드워드는 이런 현실을 비꼬는 풍자화를 그렸다. 광학을 설명하는 강연장에서 온 사람들이 처음 듣는 광학이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오인하는 모습, 강연에 관심 없고 자신들만의 대화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강연 자체는 아카데믹함에도 불구하고 실험 강의를 듣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니까 그냥 따라나선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풍자화를 통해 당시 대중들에게 실험 강연이라는 것 자체가 두드러진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시모어가 그린 ‘지성의 진격(The March of Intellect, 1828)’

시모어가 그린 ‘지성의 진격(The March of Intellect, 1828)’이라는 풍자화를 보면 마치 로봇형상을 한 기계가 등장한다. 얼굴은 발전된 도시이고 몸은 발전하는 과학을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기계가 사람과 각종 부조리와 부패를 쓸어내고 있다. 이 시기에 과학은 기술이나 기계, 그리고 실험 등과 결부되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진보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발전된 과학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계 뒤쪽의 다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현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는 대중들이 당시 과학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 풍자잡지 등장

빅토리아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치가 안정되자 더 이상 폭력적이거나 과격한 풍자화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인쇄술과 제지 기술의 발달로 그림과 텍스트를 함께 실은 정기간행물들이 값싸게 대량 생산되기 시작되면서 풍자 잡지가 등장했다. ‘펀치’가 대표적이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중간계층 사람을 대상으로 그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담아내던 잡지였다.

당시 이 잡지에서 다루던 과학 분야는 실험과학 분야였다. 표지모델로 전기뱀장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들레이드 갤러리에 ‘지지직’ 전기로 감전시켜 먹이를 먹는 전기뱀장어가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뱀장어가 죽자 ‘펀치’는 ‘갈릴레이보다 더 큰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작고 가엾은 어린 여신’이자 ‘과학 순교자’라고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하였다. 이외에도 '펀치'는 공룡 젤리, 파이, 수프 등 흥미로운 지질 과학의 성과를 익살맞게 표현하며 담아냈다.

‘펀치’ 속 과학은 친숙하고 흥미로운 대상과 결부하여 전달됐다. 구체적인 실물과 연결될 수 없는 추상적인 수리과학 분야의 경우에는 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복잡한 수리과학의 지식은 기존 수리과학의 분야에서 아주 비꼬아 말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조 박사는 “과학이 풍자되거나 기사화되었을 때, 과학이 비전문가 저술인들이나 화가들에 의해 취사 선택됐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전문 과학자가 전문 과학단체나 학술 저널, 혹은 대학의 영역을 넘어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전문 과학 저술가의 권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나타난 현상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현대 과학의 이미지는 어떨까. 풍자화나 풍자 잡지들은 과학적인 주제들을 들여다보는 창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속 풍자되는 주제가 있는 반면 어떤 주제들은 아예 풍자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과학과 관련된 풍자화나 풍자 기사들이 다른 주제에 비해 비교적 적어서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정치인들과는 달리 과학자들을 풍자해서 그렸을 때 대중들이 누군지를 식별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다. 최신 과학의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도식화하기 어려웠던 점도 한몫하고 있다.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과학의 추상성이나 권위주의 등을 비판하는 경우에는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9세기 영국의 사례는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시사해주고 있다”며 “과학이 대중 문화 속에서 어떤 이미지와 결부되고 대중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기대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3-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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