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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3-05-13

학교폭력… 어떻게 하면 좋나요? 심리학회 '교사지침서' 교육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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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6일 교육부는 한국심리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업무 협약식이었다. 주제는 '학교폭력'. 두 기관은 향후 심리ㆍ상담 분야의 학문적 전문성을 발휘해 대단위 교육기부 사업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1차 프로젝트는 '학교폭력 관련 문제행동의 이해 및 대응을 위한 교사용 지침서'을 작성해 전국 초·중등교사들에게 배포하는 일이었다. 심리학회에서는 4명의 집필진을 선정해 지난 2월까지 총 12가지 문제행동에 대한 지침서를 완성했다.

지침서의 골자는 ▲ 우울한 학생, ▲ 불안한 학생, ▲ 자기존중감이 낮은 학생, ▲ 자살위험이 있는 학생, ▲ 또래관계에서 위축된 학생, ▲ 충동적인 학생, ▲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 ▲ 반항적인 학생, ▲ 신체적 폭력의 피해 및 가해 학생, ▲ 언어적 폭력의 피해 및 가해학생, ▲ 따돌림의 피해 및 가해 학생, ▲ 사이버폭력의 피해 및 가해 학생 등이다.

폭력 없는 공동체 문화 조성해야

1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특별 심포지엄은 지금 배포돼 있는 교사용 지침서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행사였다.

▲ 1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특별 심포지엄. '학교폭력 현장대응을 위한 심리행동적 개입'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 심리학적 측면의 교사 역할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ScienceTimes

한국심리학회 주최, 교육부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이 지침서를 참조해 학교폭력현장에 신속히 접근하고, 학교폭력 없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며, 학생과 부모 등을 대상으로 어떤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교육부 황홍규 학생복지안전관은 피해·가해학생의 회복을 위해 상담·치료과정을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전문상담·치료를 위한 'Wee 클래스', 'Wee 센터', 'Wee 스쿨' 등을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영고 류부열 교사는 "진정한 힐링(healing)이 여기 있다"며 '또래상담반' 사례를 소개했다. 1998년 3월 창단한 이 상담반은 총 41명으로 구성돼 켐페인, 심리극, 또래상담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교현장에서 폭력없는 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서미 교수는 폭력을 방지하는 데 있어 인성교육, 건전한 또래문화, 더 나아가 가족·지역사회의 건전한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정부 각 부처간의 협력을 통해 폭력 없는 문화를 조성해줄 것을 주문했다.

조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전문가인 김정호 씨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교사들이 우울증, 청소년 자살, 불안, 자기존중감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상담, 부모와의 상황 공유·협조를 통해 폭력으로의 차단 가능성, 폭력 이후의 수습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송하나 교수는 "누구나 피해학생, 가해학생이 될 수 있다'며, "혼자 점심을 먹거나, 거르는 학생이 있는지, 유달리 질투와 시샘이 많은 학생이 있는지, 장난삼아서 괴롭힘을 즐기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공동 피해자

교육부와 한국심리학회에서 공동 편찬한 '학교폭력 관련 문제행동의 이해 및 대응을 위한 교사용지침서'는 성신여대 심리학과 이정윤 교수, 신라대학교 교육학과 이동형 교수, 경기대 교양학부 고려진 교수,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김혜원 교수가 작성했다.

지침서에서는 심리적인 불안, 충동적인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우울한 학생의 경우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지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집중력과 학습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폭력 가해학생들의 타깃이 되기 쉽다. 불안 증상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흔하며, 이 역시 집중력과 학업능력을 저하시켜 폭력 대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기존중감이 낮은 학생은 무슨 일이든지 쉽게 포기하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경향이 강한 만큼 폭력 대상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의 경우는 내적 고통, 보복, 죽은 가족과의 재결합, 자신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등 그 배후에 심리적 욕구가 움직이고 있다. 대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래관계에서 위축된 학생은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학급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사회불안장애, 적응장애, 우울증,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으로 발전한다.

충동적인 성향은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수업방해 행동을 자주 하게 되며,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대인관계, 문제해결 능력 부족 등의 특징을 보인다. 이런 충동성이 계속 발전할 경우 반사회적 행동, 약물중독 등으로 발전하게 된다.

분노조절에 어려움이 있거나 반항적인 학생은 특히 교사들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두 경우 모두 상대방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주요인이다. 이런 실수들을 범하지 않기 위해 교사들이 모범적인 사례들을 보여주어야 한다.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힘과 지배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다. 타인을 통제하고, 복종시키는 것을 즐거워한다. 희생물이 되고 있는 피해학생은 부모의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거나, 과잉보호되는 양육경험을 한 경향이 있다.

일단 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피해자 모두 상처를 입게 된다. 폭력방지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며, 폭력문제를 다루는 기구, 제재방안 등이 필요하다. 또 피해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 가해학생들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

언어적 폭력은 별명을 부르거나 욕, 조롱을 하면서 협박하거나 빈정거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직접적인 공격도 있지만 나쁜 험담을 퍼뜨리거나,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간접적 폭력도 있다. 신체적 폭력처럼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따돌림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은 같은 또래에 비해 약하거나, 부족하거나, 작은 체격과 같은 이질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이런 학생들의 자기비하다. 내가 못나서 그렇다는 판단으로 다른 학생들의 따돌림을 용인하게 된다.

먼저 가해학생의 정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해학생 스스로 자신이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생각해보게 하고, 피해학생에 대한 보복 심리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사이버폭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학교폭력현상이다. 직접적인 폭력을 할 수는 없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다양한 가해, 피해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폭력을 다루는 기관 설치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3-05-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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