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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4-22

반 바퀴 더 도는 트리플 악셀 기술 그 회전의 비밀에는 물리법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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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다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위해 몸에 회전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 드디어 최종 순위를 결정지을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펼쳐졌다. 이틀 전에 끝난 쇼트 경기(총 8가지 기술을 2분 40초 동안에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음악 '뱀파이어와의 키스‘에 맞춰서 스텝, 스핀, 3회전 점프 등을 무난히 성공시키며 점수를 따놓았다. 

이날 김연아는 회색에 가까운 카키색 의상을 입고 프리스케이팅을 위해 마련한 '레미제라블'에 맞춰서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결국 안정된 연기로 합계 218.31점을 받은 김연아의 압도적인 우승으로 대회는 끝났다. 

반면에 쇼트와 프리 모두에서 불안정한 트리플 악셀(Triple-Accel)을 펼친 아사다 마오는 총 196.47점으로 3위에 그쳤다. 김연아의 뒤를 이어 빙판에 나온 마오는 김연아보다 난이도가 높은 트리플 플랩과 트리플롭을 연속으로 보여줬지만 특유의 경쾌한 점프와 깔끔한 마무리는 없었다.

아사다 마오는  4월 11일 일본 요요기 경기장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에서도 첫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 크게 앞으로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대회 이후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 점프할 때, 몸이 뒤로 쏠려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실수를 자인했다. 높은 점수를 받지만 조금만 실수해도 큰 실수로 이어지는 아사다 마오의 필살기 트리플 악셀은 과연 무엇인가?

피겨스케이팅에 숨은 물리법칙

발레를 빙판에 옯겨놓은 듯 한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예술성이 중시되는 운동경기다. 아름다운 리듬에 맞춰서 얼음판 위를 활주하면서 갖가지 곡선을 그리는 몸동작은 마치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발레리나의 느낌을 준다. 그들의 우아하고도 환상적인 연기에 관중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다. 

피겨스케이팅은 리듬체조처럼 심판 채점으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예술성 못지않게 기술력도 중시된다. 그 우아함과 아름다움 속에는 강인한 체력과 대담성 그리고 정교한 기술이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들이 갖고 있는 높은 기술수준, 독창성, 난이도 등에는 역학적 법칙들이 숨어있는데 선수들은 이를 반복 습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일례로 우아한 기술로 알려져 있는 스핀(spin)은 천천히 돌다가 빠른 속력으로 전환하고 다시 천천히 마무리된다. 이 때 선수의 팔은 마치 한 마리의 백조가 날개를 폈다가 접는 듯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전문가들은 “선수의 팔동작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라  아니라 역학적 법칙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스핀을 시도할 때, 선수들은 대개 똑바로 서서 스케이트 날의 둥근 부분으로 회전한다. 이어 발이 교차하면서 천천히 돌기 시작하는데 스케이터는 처음에 팔을 벌리고 천천히 회전하다가 팔을 안쪽으로 모으면서, 회전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착지에 실패한 아사다 마오가 넘어져 있다. ⓒ연합뉴스

이 때에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적용된다. 회전 속도가 클수록 각운동량은 커지는데, 같은 회전 속도라면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각운동량이 크다는 법칙이다. 따라서 선수들은 처음에 팔을 벌려 큰 각운동량을 가지고 회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팔을 안으로 모으면서 빨리 도는데 같은 각운동량을 유지하기 위해 팔을 모으면 저절로 회전이 빨라질수밖에 없다. 

팔 벌리고 도약 오므리고 착지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갈채 그리고 이어지는 금메달 수여식 등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한결같이 갈망하는 장면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겨 기술이 더욱 더 위험하고, 어려운 기술의 세계를 구축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남보다 더 높고 빠르게 회전하는 기술은 그들의 목표다.

피겨 선수들이 최고의 기술로 꼽고 있는 기술이 바로 트리플 악셀. 공중에서 빙판에 착지할 때까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주는 트리플 악셀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지 않는 관중은 없다. 많은 선수들이 실수와 부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겨 선수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 하기 위해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 힘차게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몸을 뒤틀어 회전하는데 이 때에도 팔동작은 매우 중요하다. 아사다 마오의 경우, 그녀는 양 팔을 벌리고 주로 점프를 시작하는데 공중에 솟구치자마자 팔을 가슴으로 모아 몸을 오므린 뒤, 빠르게 회전을 하고 다시 팔을 벌리며 빙판 위로 착지한다.

이는 3회전 점프를 하는 대부분의 선수들도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전문가들은 “공중에서 3회전 이상을 회전하는 선수들은 강력하게 치솟아 공중에 오래 머물러야 하고 빠른 속도로 몸을 회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회전력을 주기 위해 팔을 벌리고 공중에서 빠른 회전을 하기 위해서 관성모멘트(회전에 저항하는 힘)를 없애기 위해 팔을 모으는 것이다. 또 착지를 위해 속력을 줄이려면 마무리 동작에서 팔을 넓게 벌려야 한다. 

하지만 보통의 3회전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돌아야 하는 트리플 악셀은 항상 부상과 실수의 위험이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 선수로 트리플 악셀에 처음 성공한 일본의 이토 미도리는 은퇴해서도 끊임없이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2점을 더 받기 위해 반 바퀴 더 돌아야 하는 트리플 악셀 동작이 지면과 접촉하는 순간은 정말 간 발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4-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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