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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3-04-18

축구 팬들을 사로잡는 현란한 로빙슛 축구 안에 숨어 있는 물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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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포츠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의 만개한 꽃처럼 그라운드는 형형색색의 선수들 유니폼과 팬들의 응원도구로 물들고 있다. 개막 한 달을 맞은 프로축구 K리그에도 멋진 골 잔치가 펼쳐지는 가운데 환상의 로빙 골들이 쏟아지면서 그라운드는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차고 있다.

▲ 수원의 서정진 선수가 감각적인 로빙슛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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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FC서울 원정경기에서 경남FC의 보산치치는 환상적인 로빙 골을 터트려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고, 인터넷 조회수도 대박을 터뜨렸다. 같은 날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수원의 서정진 선수도 전북과의 경기에서 정교한 로빙 골로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지난 10일 전북의 에닝요는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예고했다.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기의 로빙슛은 축구 기술 중에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메시와 같은 유명 골잡이들은 로빙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들의 기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로빙슛, 그 기술의 비밀

2010년 6월 2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 2010 남아공월드컵의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F조 3차전에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 월드컵 첫 출전의 슬로바키아가 팽팽히 맞섰다.

월드컵 4회 우승의 절대강자지만 탈락 위기에 몰린 이탈리아와 상대적 약세인 슬로바키아 두 팀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전반전은 예상을 뒤엎고 빗장수비를 무너뜨리며 두 골을 몰아친 슬로바키아의 절대 우세로 끝났다. 후반 35분 디 나탈레가 한 골을 만회하며 드디어 이탈리아가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가 거의 끝날 즈음, 슬로바키아의 해결사 코프네프가 후반 43분 환상적인 로빙 골을 터뜨렸다.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쏜 오른발 로빙슛은 포물선을 그으며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록 패했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의 개인기도 빛났다. 추가시간에 이탈리아의 콸리아렐라가 오른쪽 미드필드 중앙에서 긴 아치 궤적을 그리는 환상의 중거리 로빙슛을 성공시키며 현지 언론의 극찬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로빙슛의 비밀은 공에 가하는 물리적인 힘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즉, 눈에 보이진 않지만 발이 공에 가한 충격은 수많은 물리적 힘을 전달하고, 공은 운동량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각도와 힘을 순간적으로 잘 조절하면 환상의 로빙 골이 나올 수 있다는 것.

메시와 같은 유명 골잡이들은 골키퍼와 1:1 상황에서 골키퍼가 각을 죽이고 나왔을 때, 키퍼의 머리 위로 골을 띄워서 손쉽게 골을 넣는데 능하다. 이때 키커는 볼의 아래를 순간적으로 끊어 차야 한다. 볼은 빠르지 않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상대방의 키를 넘어서 뚝 떨어져서 골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차면 백스핀(Back spin)이 걸려서 뒤따라오는 상대 수비수가 걷어낼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적당한 강도로 순간적인 힘 조절을 통해 상대 골키퍼나 수비수들의 키를 넘겨서 차야 한다. 골키퍼가 몸을 앞으로 날릴 때, 너무 강하게 차면 골키퍼에게 막힐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에 순간적으로 힘을 조절해서 살짝 키퍼의 머리 위로 넘겨주면 공은 골대 안으로 굴러들어가게 된다. 로빙 볼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령은 볼의 밑 부분에 깊숙이 발을 집어넣어서 순간적으로 볼을 띄워야 한다. 메시의 현란한 묘기는 이렇게 이뤄진다.  

그렇다면 로빙슛은 메시와 같은 특정 선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인가? 전문가들은 “선천적 능력과 피나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에 따르는 과학적, 물리적 법칙을 알고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로빙슛은 볼을 상대방의 머리 위로 올려 차는 기술이다. ⓒ연합뉴스

역학적 에너지의 법칙이 지배

축구는 힘과 스피드가 중시되는 스포츠로 오랫동안 각고의 단련이 필요한 종목이다. 실제로 초창기 국내에선 특별한 기술적 지도 없이 강인한 반복훈련을 통한 훈련과정을 되풀이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비참했다. 기량 항샹에 실패한 한국팀은 올림픽, 월드컵 등에서 외국팀과 현격한 실력 차로 뼈아픈 패배의 아픔을 겪고 귀국해야 했다.

그러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빛나는 지금 한국 팀은 체력은 물론 축구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과학적 연구와 축구 기술 확보에 신경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구의 모든 기술에는 물리적 법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일례로, 축구에서 드리블과 페인팅을 통해 상대방을 제치고 나갈 때와 키커가 골키퍼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페널티킥 상황 등에는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또 선수가 작은 힘으로 강한 킥을 하려면 가속도의 법칙을 알아야 한다. 선수가 빠르게 지면을 박차거나 공을 사이에 놓고, 상대방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선 작용/반작용 법칙이 적용된다.  

로빙슛에도 물리적 법칙이 적용된다. 그건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역학적 에너지는 운동에너지+위치에너지이며 어떤 물체에 외부의 다른 영향이 작용하지 않는 한, 그 물체의 역학적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물체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한다면 그 증가분만큼 위치에너지는 감소한다. 반대로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면 위치에너지는 증가한다.

선수가 공을 차면 발을 떠난 공은 운동에너지를 갖게 되며 점점 높이 위로 올라가고 공을 막으려는 골키퍼의 키를 넘게 된다. 공을 차는 순간 축구공은 운동에너지만 갖고 있으나 골키퍼의 키 이상으로 날아가는 지점에선 그 높이에 해당하는 위치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이 위치에너지는 중력에 의해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해서 빠른 속력으로 골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물론 이는 선수가 로빙슛을 잘 했을 때에만 해당한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3-04-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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