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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03-12

돌고래끼리는 서로의 이름 부른다 큰돌고래 음성 연구에서 밝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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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울음소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나 인간처럼 특정 물체에 고유한 단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배가 고플 때 평소와 다른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사과’라는 특정 단어를 이용해서 의사표현을 하지는 못한다.

▲ 큰돌고래는 사람처럼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Wikisource
그렇다면 이름은 어떨까. 군집을 이루는 동물들은 각 개체를 구별하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고 부르지는 않을까.

영국과 미국의 합동연구진의 최근 주장에 따르면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큰돌고래(학명 (Tursiops truncatus)는 상대 개체의 고유한 울음소리와 억양을 흉내낸다. 연구진은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논문의 제목은 ‘큰돌고래의 개체별 울음소리의 흉내(Vocal copying of individually distinctive signature whistles in bottlenose dolphins)’다.

함께 다니다 포획된 돌고래는 서로의 목소리 흉내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해안의 사라소타(Sarasota)에서는 쌍을 이룬 돌고래를 포획해 조사하고 다시 풀어주는 ‘사라소타 돌고래 연구 프로그램(SDRP)’이 진행되어 왔다. 함께 붙어 다니던 돌고래를 서로 다른 철창에 넣고 몇 시간 동안 사진을 찍고 녹음하며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돌고래는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소리를 주고받을 수는 있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해양포유류연구소는 미국 사라소타 연구진 및 메사추세츠주의 우즈홀 해양연구소(WHOI)와 공동으로 수십 년 동안 녹음된 돌고래의 목소리를 분석해 특이한 점을 찾아냈다. 같이 포획된 돌고래 중 한 쪽에서 다른 쪽의 고유한 울음소리를 흉내낸 것이다.

큰돌고래는 어미가 자식에게 고유한 울음소리를 교육시킨다. 생물학자들은 이것이 인간의 이름 또는 서명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 어느 집안 출신의 누구인지를 밝힘으로써 서로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학에서는 ‘목소리 흉내(vocal copying)’라 부른다.

돌고래는 끽끽거리거나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서 의사소통을 한다. 개체마다 소리의 높낮이와 억양의 특징이 달라서 식별에 이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미와 자식, 수컷 동료 등 평소 함께 붙어 다니는 개체들은 포획된 이후 서로의 특징적인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 수컷 큰돌고래 동료들끼리 주고받은 울음소리에서 공통점이 포착되었다. 왼쪽은 한 쪽 돌고래의 고유한 울음소리, 가운데는 다른 쪽 돌고래가 흉내낸 소리, 오른쪽은 흉내낸 돌고래가 자신의 고유한 억양을 삽입한 소리.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연구진은 이를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로 간주했다. 인간으로 치면 동굴이나 미로를 탐사하다 길이 엇갈렸을 때 소리를 질러 위치를 파악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행위와 유사하다.

흉내낸 목소리는 상대의 고유한 소리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다. 처음과 끝 부분에 약간 변조된 소리가 들어간 것이다. 연구진은 이것이 상대의 목소리를 흉내내되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서명과 같다고 분석했다.

인간처럼 ‘참조적 의사소통’ 하는 걸까

새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할 때 상대의 울음소리를 흉내낸다. 그러나 포유류는 친해지고 싶은 경우에만 목소리 흉내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라소타에서 포획된 돌고래들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들은 본능적이고 내재된 소리만을 내는 반면 돌고래들은 어미에게서 배운 소리를 이용한다. 학습된 신호를 이용해 서로의 뜻을 주고받는 행위를 ‘참조적 의사소통(referential communication)’이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인간만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동물들은 특정 물건을 목격해도 본래 사용하던 울음소리만을 낸다. 그러나 인간은 각 사물에 독특한 소리를 부여해서 의미를 전달한다. 사과, 배, 딸기, 포도 등 온갖 과일마다 고유한 이름을 가진다. 사람이나 동물에도 이름을 붙여서 개체를 식별하는 데 사용한다.

돌고래들이 상대의 고유한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자신만의 억양을 덧붙이는 것은 인간처럼 참조적 의사소통을 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동물 연구에서는 아직 발견된 바가 없는 사례다. 어쩌면 동물이 분절된 언어를 사용하지 못할 뿐 인간에 필적할 지능을 지녔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연구를 주도한 킹 연구원은 미국의 과학기술 잡지 ‘와이어드(Wired)’와의 인터뷰에서 “언어를 배워서 사물에 대응시키는 행위는 회색앵무새와 큰돌고래에서만 발견됐다”며 “일반적인 동물은 의사소통 체계에서 이러한 특징을 보인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직 과학적 증거라 할 만한 압도적인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더럼대학교에서 인지학을 연구하는 로버트 바튼(Robert Barton) 교수는 “동물의 울음소리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을 분석하느라 별것 아닌 행동에도 특별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동물의 지능을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간과 유사한 방식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의 지능이 낮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돌고래의 목소리 흉내에 대한 이번 연구도 어쩌면 동물의 새로운 측면을 알아낼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3-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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