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3-01-31

식물 뿌리 성장 막는 ‘소금기’ 스트레스 호르몬 메커니즘 밝혀져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농부들은 염분이 많은 땅에서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원리와 메커니즘은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 염분이 많은 땅에서는 왜 식물이 자라지 않는지 분자 차원에서 규명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The Plant Cell
최근 미국 카네기과학연구소(CIS)는 식물의 뿌리에 염분이 닿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성화되며 곁뿌리의 성장이 멈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맞춤형 영상 시스템’ 덕분이다.

뿌리가 자라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이 시스템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활성화되는 정확한 시기와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연구결과는 ‘애기장대 묘목의 염분 스트레스로 인한 내피의 낙엽산 신호체계와 곁뿌리 휴지기 유발 원리(Endodermal ABA Signaling Promotes Lateral Root Quiescence during Salt Stress in Arabidopsis Seedlings)’라는 논문으로 정리되어 식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플랜트셀(The Plant Cell)’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민물 뿌려도 토양 속 소금기 계속 높아져

토양 속의 해로운 성분을 씻어내고 식물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농업에서는 인공적으로 물을 주는 ‘관개’를 실시한다. 관개는 땅의 온도를 조절하고 바람으로 토양이 유실되는 일을 막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관개가 오래 지속되면 염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 민물에도 어느 정도의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염분 농도는 3만5천ppm에 달하지만 민물에도 1천ppm 가까운 염분이 섞여 있다. 농지에 뿌린 물이 증발되고 새로운 물이 계속 유입되면 토지의 염분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UN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농지 중 8천만 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염분으로 인해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곳곳에서 사막화가 빨라지면서 토양 속 염분 농도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식물은 뿌리에 소금기가 닿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염분으로 인해 식물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결국 뿌리의 성장이 멈추는 휴면 상태가 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최근 미국 카네기연구소가 뿌리의 휴면이 유발되는 명확한 원리를 밝혀내 화제다. 원뿌리에서 수평으로 뻗어나가는 곁뿌리에 염분이 닿으면 내피층에서 낙엽산(ABA)이 활성화된다. 식물 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낙엽산이 뿌리의 성장이 멈추도록 지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업용 식물은 뿌리에서 시작된 관이 줄기를 거쳐 잎까지 이어지는 관다발 식물이다. 원뿌리가 수직으로 뻗어나가며 식물의 몸을 땅에 고정시키면 곁뿌리가 자라면서 토양 속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고 관다발을 거쳐 몸 전체로 보낸다.

곁뿌리의 내피층은 수분 속 용질을 걸러내는 반투과성 막의 작용을 한다. 토양에서 빨아들인 수분과 영양분 중에서 유용한 물질과 유독한 물질을 구분하는 것이다. 염분의 흡수를 막는 것도 뿌리 속 내피층이 담당하는 기능이다.

염분이 높아지면 삼투압이 높아져서 식물이 수분을 빨아들이기가 힘들어지며 오히려 수분을 빼앗길 수도 있다. 게다가 특정 이온이 과다하게 흡수되어 체내 불균형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소금기가 많은 땅에서는 뿌리가 성장을 멈추고 결국 식물이 자라지 않는 것이다.

맞춤형 영상 시스템으로 뿌리 성장 실시간 촬영

연구진은 맞춤형 영상 시스템을 개발해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실험용 식물로 자주 쓰이는 애기장대(Arabidopsis)의 묘목을 기르면서 곁뿌리의 성장과 염분 반응까지 화면으로 담아냈다. 또한 형광단백질 반응을 이용해 분자 차원에서 호르몬의 작용을 추적했다.

▲ 40시간 동안 성장시킨 애기장대 묘목의 뿌리. 일반 환경(왼쪽)에서는 곁뿌리가 자라나지만 염분 농도가 높으면 곁뿌리가 자라지 않는다. ⓒThe Plant Cell

그 결과 염분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곁뿌리가 자라지 않고 멈추거나 아주 느리게 성장하며 낙엽산이 핵심적인 신호분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물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싸움-회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을 통해 싸울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에 비해 식물은 움직일 수 없으므로 성장을 계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를 결정한다. 소금기가 많은 환경과 마주치면 곁뿌리 속 내피층에서 낙엽산이 활성화되며 성장을 멈추기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일단 휴지기가 시작되면 며칠이 지나 염분이 사라졌는지를 확인해야만 곁뿌리가 다시 자라나는 회복기에 접어든다.

연구진은 낙엽산의 전달을 방해해 염분 스트레스 반응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알아냈다. 지베렐린산(GA)이 신호 분자로 작용하면 낙엽산에 반응하지 않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나타난다. 낙엽산 반응 경로에 혼선이 발생하면서 성장을 막으라는 명령이 차단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소금기 많은 땅에서도 뿌리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잘 자라는 식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호제이 딘네니(José R. Dinneny)는 카네기과학연구소의 발표자료를 통해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작용하는가 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 빠져 있었다”고 밝히며 염분 스트레스 반응의 명확한 메커니즘을 밝힌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1-31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