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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승아 객원기자
2013-01-15

'종두법' 보급을 통해 본 근대 의료사 서울대학교 병원 교육기부 '역사 속의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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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야, 물렀거라!” ‘마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21세기 초등학생들에겐 이 문장은 생소하다. 천연두를 뜻하는 ‘두창(마마)’. 전국에 종두를 보급해 두창을 예방하고 한국 근대 의료사의 새 장을 연 지석영 선생의 이야기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의학역사박물관에서는 “마마야, 물렀거라. 지석영 대감 나가신다”라는 제목으로 ‘지석영 특별전’을 열었다. 또 겨울방학을 맞아 교육기부의 일환으로 특별전과 함께 ‘역사 속의 의학’ 강연을 펼쳤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이 강연은 지석영 특별전과 한국 의료사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천연두에서 백성을 구한 지석영

천연두가 창궐하던 1870년대. 수많은 어린이들이 천연두로 생명을 잃었다. 지석영은 한의학을 배웠지만 천연두 앞에서 무력함을 실감하고 서양의학의 종두법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당시 일본과 교류가 많았던 부산에 종두법이 이미 도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석영은 부산에 가서 직접 이를 배웠다.

▲ 종두법 역사 강연을 듣는 학생들

부산에서 천연두의 예방에 쓰이는 두묘(소에서 추출한 면역물질)와 접종기구를 구한 지석영은 상경하던 중 충주에서 어린이 40여 명에게 처음으로 ‘접종’을 시도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우두 접종이었다. 접종을 위해 두묘를 지속적으로 제조하고자 일본에의 수신사 파견을 자처해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종두’란 천연두(痘)를 심는다(種)는 뜻이다. 미리 항원을 접종해 면역성을 갖게 하는 예방접종의 원리 그대로다. 본래 1790년대 말 영국인 제너(E. Jenner)가 발견한 것으로 기록된 종두법은 고종 때 지석영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셈이다.

갑오개혁 이후에는 내무아문에 위생국을 따로 두고 전염병 예방과 종두 사무를 맡게 했다. 이후 우두종계소, 종두의양성소, 종두소, 한성부 종두사, 광제원, 대한의원 등의 모습으로 변화하며 의사 행정의 중심에서 종두를 다루게 했다. 많은 백성의 목숨을 위협한 만큼 이를 해결한 것이 근대 의료사에 중요한 사건이 됐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서울대학교 병원과 한국 의료의 역사

특별전 관람이 끝나자 학생들은 의학박물관을 관람하며 한국 근대 의료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의학박물관 건물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병원 건물인 대한의원 본관이다. 이곳은 사적 제 248호로 기울어진 계단마저도 그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 근대 의료사 강연을 듣는 학생들

1885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개원이 서울대학교 병원의 시초다. 이후 서울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의학교 관제가 반포된 1899년 광제원이 개원했고, 1907년에 들어서 대한의원 관제가 반포됐다. 대한제국의 국립 의료기관이던 광제원, 의학교와 부속병원, 대한국적십자병원의 3대 의료기관을 통합한 종합병원이었던 대한의원은 현 서울대학교 병원의 전신이다. 이후 중앙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칭했고 이후 조선총독부의원으로 개칭했다.

조선총독부의원은 부속 의학강습소로 경성의학전문학교를 승격했고, 이는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부속의원으로 개편됐다.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다. 1946년에 들어서 국립서울대학교 설치령에 의거한 경성대학 의학부와 경성의학전문학교가 통합해 국립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됐다. 이후 1978년에 들어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이 발족했다.

개화기 의료 근대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의 결실로 남아있는 서울대 병원은 한국 근대 의료사를 시작부터 함께한 역사의 산 증거다. 기부 강연에 참가한 학생들은 의학박물관 소장품인 다양한 의료기기 사료들을 보며 의학 발전을 위한 역사적 노력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생소한 의료기기들을 보며 학생들은 연신 감탄했다.

자녀와 동행한 학부모 주혜진 씨는 “교육기부에 처음 참가했는데 설명도 자세하고 유익하다”며 “자녀가 재미있어 해 앞으로도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자주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아 객원기자
StarryStarryStella@gmail.com
저작권자 2013-0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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