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05년에 예방구매조례(Precautionary Purchasing Ordinance)를 제정했다. 유해 제품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소비자가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 친환경 제품의 목록, 독성 물질의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사용 후기를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굿가이드(GoodGuide)는 건강, 환경,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제품을 평가한 후 그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약 14만5천개의 생활용품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안전한 제품에 대한 지자체의 가이드라인과 정보제공이 소비자의 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시장 형성과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지현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사무국장은 “소비자에게 소비는 적극적인 주권 행사 수단”이라며 “소비자의 인식과 의식 향상이 안전한 소비를 위한 사회 공동체 만들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해 환경으로부터 어린이 건강 지킨다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환경보건정책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참가한 이 사무국장은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환경보건정책 협력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각종 환경 유해요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를 통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곳은 캐나다 토론토의 토론토암예방협력기구(TCPC)다. 2008년에는 지역사회알권리 조례를 제정해 유해물질 저감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3월 환경부가 1천명을 대상으로 ‘생활공간 화학물질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해 화학물질이 환경 분야의 중요한 의제로 부각됐다. 응답자의 31%가 최우선 해결과제로 유해화학물질 피해 저감을 선택한 것.10년 전인 2002년의 경우 1순위는 수질오염이었고 유해화학물질 피해는 4위였다.
이 사무국장은 서울시의 환경보건 정책이 중요한 이유로 신생아의 50%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0년 통계청이 발표한 출생 통계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20.6%, 경기도에서 25.9%의 신생아가 출생했다”며 “전체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의 미래의 건강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어린이·청소년의 알레르기질환 유병률 추이를 살펴본 결과, 6~7세 어린이의 경우 아토피 피부염이 1995년 9.2%에서 20.6%로 증가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43.6%, 천식은 10.3%가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주의력 결핍, 비만과 대사증후군 수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환경 문제로 인해 어린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마을공동체 단위로 환경보건 실천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송파구가 추진하고 있는 'PVC(Poly Vinyl Chloride) 없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가 그것.
송파구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 지역아동센터, 학교주변 문구점에서 발생하는 각종 발암, 유해물질을 조사하고 저감대책 논의 및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임후상 송파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 1차적으로 지역아동센터를 3곳을 방문해 비치된 제품과 시설의 유해성을 조사하고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2월과 3월 사이에 거여, 마천지역 아파트를 대상으로 PVC없는 우리 집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주민들이 직접 가정의 물품을 가지고 나와서 유해물질 지표를 확인하면 그 위험성을 피부로 느껴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PVC를 저감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일러주고, 교체물품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부각
한편 환경보건 정책 수립 시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최경호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가 말했다. 최 교수는 “과학적으로 원인이 규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론과 대책이 마련된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돼는 경우가 있다”며 “야구장 석면, 방사능 비, 광우병 사례가 대표적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청과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소의 조직을 활용해 눈높이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건강한 시민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영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시민과의 현장 소통을 위해 “과학 체험교실, 실험실 견한 등 교육 및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민참여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채 원장은 “젖소가 한우로, 가오리가 홍어로 둔갑하는 일을 근절할 수 있도록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가짜식품을 판별해 먹거리 안전성을 확보하고, 가로수인 은행나무의 은행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유실수 안전성을 강화하는 등 국민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 저작권자 2012-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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