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단 셰흐트만(Dan Shechtman, 71) 교수는 2011년 준결정(準結晶) 발견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노벨상을 수상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장 기뻤던 때가 준결정을 발견했던 때라면 가장 우울했던 때도 준결정을 발견했던 때였다.
기자가 만난 셰흐트만 교수에 따르면 대략 이런 얘기다. 테크니온 공대였던 그는 1982년 지금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전신인 미국 국립표준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는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특수 합금 금속의 성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고체를 만들어주면 셰흐트만 교수가 전자현미경으로 그 구조를 살펴보고 있었는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구조물이 오각형 구조의 대칭을 보이고 있었던 것. 이 구조물은 또 72도로 회전하면서 동일한 구조를 재생산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셰흐트만 교수는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오각형 구조의 대칭이면서 비규칙적인 구조로 된 결정체를 발견했다고 이야기하자 동료들이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치원, 학교에서 과학토론 할 수 있어야…
1890년대 이래로 한 결정체 안에서 가능한 구조 유형들은 이미 논의가 끝난 상태라 동료들로서도 이를 뒤집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세흐트만 교수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미국 국립표준국에서 연구팀을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셰흐트만 교수가 자신의 새로운 발견 사실을 책으로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로 돌아온 후인 1984년에 이르러서다. 그리고 그의 연구결과는 전자현미경 등 검사기구의 발전으로 1987년 진실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24년 후인 2011년 노벨상 위원회는 그에게 화학상을 수여였다.
그는 '준결정' 발견으로 인해 노벨상을 받게 됐지만, 또한 그것으로 인해 동료들로부터 배척을 받게 돼 마음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당시 저명한 학자들이 자신의 발견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데 앞장서면서 크게 실망했지만 그러나 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의 자세로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지목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있어 강한 호기심은 미래 연구 성과를 좌우하는 촉매제가 된다는 것. 또 새로운 발견을 위해 과감히 나아갈 수 있는 '도전의식' 역시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고 있다는 그는 한국에서 노벨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이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분야 세계 최고의 인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뛰어난 인물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풍토를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셰흐트만 교수의 지론이다.
다음은 세흐트만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이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웃음) 과거에는 일 년에 3~4번 정도 해외를 다녀왔다. 그러나 지금 거의 매주 비행기를 타게 된다. 그만큼 유명인물로 대우받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정말로 많은 나라를 다녀왔다. 한국도 매우 자주 오는 편이다."
- 한국은 지금 노벨상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에게 있어 중요한 덕목은 '호기심'과 '도전의식'이다.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매우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 있어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풍토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 이스라엘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자주 나오고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미래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시스템 때문이라고 본다. 이스라엘에는 미래 과학자들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뛰어난 과학자를 배출하는 산실이 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비결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풍토다. 부모들이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는 등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분위기가 일찍부터 조성되고 있다. 때문에 해마다 이스라엘에서 출판되고 있는 책의 수가 엄청나다."
- 조기 과학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어린 나이부터 과학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조기 과학교육은 어린 학생들에게 왜 과학을 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어린이 스스로 과학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 한국 교육계에 조언을 한다면.
"젊은 인재들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에서 과학을 토론하고 즐기면서 새로운 것을 연구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한국 대학교에서 느끼는 점은 인재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부하는 분위기는 매우 경직돼 있다. 유교 문화 때문인 것 같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인재들을 육성하기 힘들다. 조금 전 러시아에서 온 과학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러시아 역시 학생들 간의 격렬한 토론을 장려하고 있다. 격렬한 토론 속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탄생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지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과학을 사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프로그램들로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이란 등 몇몇 국가 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
셰흐트만은 1966년에 하이파에 위치한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같은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4년 테크니온공대 정교수가 됐고, 2004년부터는 에임스에 위치한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재료과학 및 공학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는 테크니온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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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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