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3번째로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조선족. 그들은 주로 길림성 연길(연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교과 과정까지 한국어로 수업을 한다고 한다. 말은 곧잘 통하지만 중국어로 말하는 것이 편한 19명의 조선족 학생이 한국을 방문했다.
연길과학관은 한국의 국립과학관과 연계해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과학관 견학을 온다. 올해도 4월과 10월에 계획돼 있었으나, 현지 여건으로 10월 방문만 진행됐다.
연길과학관 방문팀(이하, 연길팀)은 일주일의 긴 일정을 갖고 지난 12일 대전 중앙과학관을 들렀다. 중앙과학관의 김동희 연구사는 과학해설사와 함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여독을 풀기 위해 일정을 여유롭게 진행시켰다고 말했다.
경복궁에서 역사 수업을
대전에서 3박 4일을 지낸 후 국립과천과학관으로 도착한 연길팀은 경복궁으로 바로 향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조선의 왕이 됐습니다. 왕은 모랫바닥 위를 걷지 않았다고 해요. 널찍한 돌로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면서 왕처럼 여유롭고, 품위 있게 궁궐을 돌아보기로 해요.”
까까머리를 한 학생 몇몇이 대열을 이루어 해설사 지도에 따라 경복궁 돌길 위를 사뿐사뿐 걷는다. 역사의 발자취를 밟는 일은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찾고, 확립시키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의 자긍심도 고취시킨다.
경복궁 내 목조건물이 많은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각 건물의 기능을 배우고 옛날 왕과 신하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왕이 잠을 자기 위해 들린다는 강녕전(康寧殿)은 방 안에 가구가 하나도 놓여져 있지 않았다. 검객이 이불장과 같은 가구에 숨어있다가 왕의 신변을 위협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
해설사의 흥미로운 설명에 아이들은 "정말로 매일마다 신하들이 왕의 이불을 들고와서 펴주고 다시 정리하고 했다는 얘기예요? 정말 귀찮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본격적으로 과학관 나들이
국제SF영상축제 기간에 맞물려 방문한 연길팀은 미리 짜여진 일정대로 알찬 과학관 탐방에 나섰다.
연길팀은 (사)캠프협회 인솔교사와 함께 첫 날은 과학관 상설전시관을 중심으로 과학문화체험을, 둘째날은 과학관 내 설치된 SF영상축제 체험부스를 순회하며 '과천과학관 100% 즐기기'에 도전했다.
SF테마파크, 영화제 상영작인 '메가마인드'와 '로보 G', 물리조종로봇 체험 등 다양한 국제SF영상축제 부대행사에 참여했으며, 곤충생태관과 자연사관, 로봇댄스 공연등 다채로운 과학관 상설 행사도 함께 관람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에 방문했다는 리정건(3학년) 학생은 선생님 추천으로 올해도 오게 됐다. "학급의 반장이기 때문에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며 과학관의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류지원(3학년) 학생은 "중국 음식은 맛이 굉장히 짜다. 한국 밥은 달달해서 맛있다"며 음식문화차이를 얘기했고, "같은 반 아이들은 여기 올 수 없는데, 나는 이렇게 특별히 선발돼 한국 과학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내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리철암 연길시과학기술관관장에 따르면 한국에 방문한 아이들은 연길에서 열린 과학모형 만들기 대회에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로 구성된 방문팀이라는 것.
한편 일때문에 한국에 따로 나와 살고 있는 부모님과 오랜만에 재회한 아이들도 있었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경복궁 체험할 때 같이 합류해 하루정도 딸과 시간을 보내다 다시 과천과학관으로 복귀시켰다"며 "딸 아이와 함께 롯데월드에서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길팀 아이들은 중국에서 조부모님과 생활하는 형편에 놓인 가정이 꽤 많았다. 일주일이나 되는 긴 시간을 보낸 연길과학기술관 방문팀은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내년에도 과학관을 방문하기를 원하는 부모님들의 기대를 확인하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 손은혜 객원기자
- iamseh@naver.com
- 저작권자 2012-10-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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