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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10-04

현실 속 새들도 트위터를 한다? 동물 관계망 밝히는 태그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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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 평소 모르고 지내던 타인들과 인간관계를 맺게 해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인기다. 대표격인 페이스북(Facebook)은 세계 회원수 10억 명 돌파를 앞두고 있을 정도다.

▲ 워싱턴대가 개발한 태그는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소형 동물에 부착 가능하다. A는 전자 태그, B는 이를 부착한 뉴칼레도니아 까마귀. ⓒCurrent Biology
여러 SNS 중에서 트위터(Twitter)는 서비스 초기에 사람을 새에 비유해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이 남기는 짤막한 글을 새들이 짹짹거리며 지저귀는 소리에 빗대어 ‘트윗(tweet)’이라 부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영국 합동연구진이 실제 새들에게 발신장치를 부착해 대화를 엿듣고 “새들도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다”고 결론을 내려 화제다.

생물학자와 전자공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무게가 1그램에 불과해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전자태그를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군도에 서식하는 까마귀의 발에 부착하고 상호작용의 빈도를 기록했다.

그러자 까마귀들이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 낯선 개체와 대화할 뿐만 아니라 도구를 사용해서 먹이를 잡는 법까지 서로 배우고 가르쳐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결과는 ‘야생 조류 사회관계망의 자동화 매핑 방법(Automated mapping of social networks in wild birds)’이라는 논문으로 정리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작고 가벼워 소형동물에 적합한 전자태그 개발

‘태그(tag)’라 불리는 전자식 발신장치를 몸에 부착시켜 전파를 추적하면 동물들의 습성이나 이동경로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특정 주파수를 감지하는 수신기를 켜기만 하면 해당 동물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동물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일으켰다. 기존에는 숫자가 적혀진 금속 또는 플라스틱 확인표지를 부착시키고 놓아줬다가 다른 곳에서 다시 포획해 번호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러나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태그라 해도 주파수를 감지하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주파수 세기를 높이려면 크기가 커져야 하는데 조류나 설치류 같은 소형동물에게 부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교 전자공학과 연구진이 개발한 신형 전자태그는 이러한 걱정거리를 모두 없앴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서 거의 모든 동물에 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버전은 길이가 1센티미터 미만에 무게도 1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디지털 방식으로 펄스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격 조종을 통해 센서가 감지하는 내용 중 특정 정보를 임의로 선택하거나 주파수 방식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근처에서 발산되는 펄스도 기록할 수 있어서 신호의 세기를 살피면 다른 동물과의 거리도 추산할 수 있다. 어느 동물이 접촉을 했는지 알아내는 데 적합하다 해서 ‘인카운터넷(Encounternet)’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소형동물의 몸에 태그를 부착한 후 서식지 주변에 이동식 고정 기지국을 설치하면 컴퓨터를 통해 위치와 습성을 파악할 수 있다. 기지국은 10개에서 100개까지 설치가 가능하다. 해당 동물이 기지국 근처를 지나가면 태그에 담긴 정보가 저절로 시스템에 업로드된다.

배터리가 바닥나면 저절로 몸에 연결된 스트랩이 저절로 분해돼 이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동물의 성장과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특정 시간에는 원격으로 배터리 기능을 끌 수 있어서 더 오랜 시간 동안 관찰이 가능해졌다.

신형 전자태그를 개발하고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한 브라이언 오티스(Brian Otis) 전자공학과 교수는 워싱턴대의 발표자료를 통해 “소형 저전력 무선 센서라는 새로운 종류의 동물 추적 기술 덕분에 생태학을 비롯해 수많은 분야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동으로 태그를 개발한 존 버트(John Burt) 전자공학과 겸임교수도 “전자태그끼리 서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은 기존의 전파 추적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물의 상호작용까지 감지해 생태 연구에 혁명

인카운터넷 시스템은 각국 생물학자들이 소형 동물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드렉슬대학교 연구자는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조류와 군대개미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신형 전자태그를 이용한다.

▲ 연구진은 미니 태그를 부착한 새들의 상호작용을 원거리(위, 반경 21미터)와 근거리(아래, 반경 5.5미터)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소셜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urrent Biology
또한 캐나다 윈저대학교 연구진은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긴꼬리멧새(long-tailed manikins)의 짝짓기 습성을 연구하는 데 인카운터넷을 활용한다. 독일 연구진은 갈라파고스 군도의 바다사자가 해변으로 올라올 때의 습성을 분석하고 네덜란드 연구진은 작은 숲새인 박새(great tit)의 사회적 습성을 연구할 때 적극 이용한다.

최근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생물학과 연구진은 인카운터넷 시스템을 이용해 뉴칼레도니아 군도에 서식하는 까마귀의 상호작용을 세밀한 수준까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34마리의 까마귀를 일주일 동안 관찰한 결과, 2만 8천 건에 달하는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3마리로 구성되는 가족 공동체를 떠나서 낯선 새들과도 대화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전자태그의 정보를 분석하자 까마귀들이 거대한 사회관계망에 속해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들도 소셜네트워크를 즐기는 것이다.

까마귀는 나무에서 벌레를 빼낼 때 여러 종류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진은 새들이 접촉을 통해 서로 정보를 나눔으로써 도구 사용법이 퍼져나간 것으로 추측했다. 워싱턴대가 개발한 신형태그 ‘인카운터넷’ 덕분에 동물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기록한 최초의 연구가 탄생할 수 있었다.

버트 교수는 GPS 기능을 탑재한 고성능 전자태그를 개발 중이며 올해 회사를 설립해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전자식 태그가 동물의 이동과 습성을 연구하는 데 있어 변혁을 일으켰다면 인카운터넷은 소형동물의 위치 파악뿐만 아니라 동물 간의 상호작용까지 알아내는 수준까지 생태 연구를 발전시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10-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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