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호주 원주민들이 과거 백호주의와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지역사회 분위기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알콜과 마약 남용문제가 심각하다.
임산부들의 과다한 알콜섭취는 원주민 태아들의 뇌발달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아이들이 알콜 독성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한 원주민 여성 단체와 여러 후원단체들의 노력으로, 이 문제를 극복해 가고 있는 지역이 있다. 서호주에 위치한 피츠로이 밸리가 바로 그 곳이다.
피츠로이 밸리에 위치한 피츠로이 사거리에서는 2008년 5월 16일 이후 중간도수(2.7도)이상의 알콜 테이크아웃 판매를 금지한 이후로 지역 내 가정폭력의 43%가 감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알콜로 인한 뇌발달 장애로 곤란을 겪고 있는 원주민 아동들의 치료를 위해 여러 단체가 지속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 알콜남용 문제 심각
현 호주 정부는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들의 건강 보건 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격차 줄이기(Close the Gap) 캠페인'을 통해 7가지 분야에서 원주민들과 타 국민들간의 건강보건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례로 원주민과 호주 일반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이 남성은 20살, 여성은 16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 격차를 2031년까지 없애는 것이 7가지 목표 중 하나다. 2011년 2월 9일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의회 중간보고에서 매우 달성하기 힘든 목표지만, 호주 정부와 국민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죠지 인스티튜트, 시드니대 소아과와 아동보건학과, 원주민 여성 자치단체인 마르닌와른티쿠라 여성자원센터, 닌딜링가리 문화서비스센터 등의 단체들은 서호주의 원주민 밀집지인 피츠로이 계곡의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2009년 릴릴완(Lililwan; 킴벌리 크리올어로 모든 작은 자들을 뜻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8월 22일에는 호주 시드니대 부설 조지 인스티튜트 연구소(the George Institute for Global Health)와 시드니대에 부교수로 재직중인 제인 라티마 박사가 릴릴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이 날 강연은 UN 여성(UN Women)과 프레드 할로우스(Fred Hollows) 재단 주최로 여학생들의 UN 취업 강연회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날 강연 내용과 제인 라티마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릴일완 프로젝트, 서호주 원주민 지역사회의 회복을 위한 꿈
이 프로젝트는 먼저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etal Alcohol Spectrum Disorder, FASD)의 영향을 받고 있는 아동의 수를 파악해, 이들의 뇌발달을 돕기위한 개인별 관리계획을 구축하고 원주민 지역사회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2009년부터 1단계 검사가 피츠로이 밸리의 7~8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전체 대상 아동 134명 중 127명이 검사에 응했다. 95%의 높은 참가율은 지역공동체 자신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누가 FASD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기 위해 아동, 부모, 선생님을 포함한 보호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이 실시됐다. 부모 진단을 위한 설문지는 114항목에 걸쳐 40분이 걸리도록 설계됐으며, 심리적, 문화적, 과학적 측면 모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2단계 학제간(interdisciplinary) 검사가 2011년 11월에 마무리되고, 각 아동들을 위한 개별 맞춤치료 계획이 개발됐다. 학제간 검사는 소아과, 언어 병리학, 심리학, 작업 치료, 운동 치료, 안과, 청력검사 등의 분야에서 개인별로 행해졌다. 관련 보고서가 2013년 6월에 호주 정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제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에서 당면한 과제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FASD에 영향받고 있는 아동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관 설립과 임산부들의 금주를 장려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 도입이다. 이 지역에서 개발된 해결책들이 호주 전역에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다른 격지 지역사회들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인 라티마 박사 인터뷰
제인 라티마 박사는 조지 인스티튜트와 호주 시드니대 의과대학 소속 부교수이자 릴일완 프로젝트 참가자로, FASD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야질라라(Yajilarra)'와 '트리스탄(Tristan)'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멜라니 호건 감독과 공동 제작했다.
▶ 본업은 의학 연구원인데,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제가 원래 처음부터 다큐멘터리를 공동제작하려고 계획했던건 아닙니다. 피츠로이 교차로 지역 여성들이 알콜로 인해 그들의 아이들과 지역사회에 야기된 절망과 알콜 제한에 대한 노력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제작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FASD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도전을 보여준 감독 멜라니 호건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멜라니 감독에게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건감독, 촬영팀과 함께 더위, 코브라, 악어들 같은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 알콜금지 조치와 릴릴완 프로젝트 효과에 대해 궁금합니다.
현재 2.7도 이상의 주류는 테이크 아웃으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 2008년 호주 주류 감독청에서 금지조치를 무기한으로 연장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조치가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고에 따르면 릴릴완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나서 지역사회 내에 FASD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임신 중의 음주에 대해 재고하고 있고 지역사회도 이들의 금주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자체 요청으로 시작된 알콜 테이크아웃 금지 도입은 FASD 감소에 가장 중요한 정책입니다. 이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지역사회는 다음세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발걸음을 뗐습니다.
▶ 릴릴완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릴릴완 프로젝트 이후 FASD와 함께 살아가야할 가족들과 아동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는 소아과 서비스 수행을 위한 새로운 모델과 FASD교육을 사회의 모든 분야 - 교육, 사법, 보건, 고용 등 - 에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연방 정부가 FASD에 대해 문의를 해오면 릴릴완 프로젝트 수행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답변해주고 정부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우리는 다른 지역사회들이 피츠로이 밸리가 성취한 것들을 보고 알콜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에 폐해를 끼치는지 말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
▶ 호주 정부는 프로젝트에 얼마나 지원해주고 있나요? 지원은 충분한지요?
호주 연방 정부는 릴릴완 프로젝트의 가장 주된 자금지원자입니다. 이 연구에 지금까지 대략 180만 호주달라를 지원해 줬습니다. 이제는 해결책들을 수행하기 위해, 그 중에서도 특히 예방 홍보를 위해 연방정부 뿐만 아니라 주 정부에서도 지원을 해줘야겠지요.
▶ 릴릴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지역사회의 참여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원주민 지역사회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자신들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민감함 문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호주 비원주민들과 힘을 합쳐 해결책을 찾아나갈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습니다.
피츠로이 밸리 주민들은 릴릴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해 나가고 있었다. 릴릴완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FASD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지속적인 지원과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아래 링크에서 피츠로이 밸리의 알콜과의 싸움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야질랄라'를 볼 수 있다.
- 호주=박소현 객원기자
- clickpj@gmail.com
- 저작권자 2012-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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