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EBS는 다큐멘터리 '1912년 스톡홀름, 100년 전의 올림픽'을 방영했다. 한 세기 전에 열린 스톡홀름 올림픽에서는 빈부·성(性)·인종을 뛰어넘는 매우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10종 경기(decathlon)를 빼놓을 수 없다.
사상최초로 열린 10종 경기에서 미국의 짐 토프가 인디언에 대한 차별을 이겨내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짐 토프는 10종 경기 외에 5종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해 인종차별 사상이 팽배하고 있던 당시, 강대국들의 자존심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초 이 10종 경기는 다른 육상종목들이 너무 쉽다는 생각에서 생겨난 것이다. 일종의 만능 육상선수를 가리는 종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첫째 날 100m·멀리뛰기·포환던지기·높이뛰기·400m경기를 벌이고, 두 번째 날 110m허들·원반던지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1500m 달리기를 실시한 후 종합점수로 등위를 결정한다.
10종 경기 선수들… 멀리뛰기 큰 부담
쉽게 출전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육상 만능선수가 아니면 경기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the best athlete in the world)'라는 칭호가 따라다닌다.
현재 10종 경기의 세계기록 보유자는 미국의 애쉬튼 이튼 선수다. 지난 6월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9천39점을 얻어 우승했는데, 이 기록은 2001년 체코의 로만 제블레가 세운 기록 9천26점을 13점이나 끌어올린 것이다.
런던올림픽 우승도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9일(한국시간) 현재 미국인의 관심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다. 첫째 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현재(한국시간 9일 오후) 첫날 경기를 마치고 잠들어 있는 중이다. 100m·400m·멀리뛰기에서 1위를 달렸다. 높이뛰기에서 2위, 포환던지기에서 11위에 머물렀으며, 전체 점수가 4천661점으로 2위인 트레이 하디 선수(미국)의 4천441점보다 220점 앞서고 있는 상황.
미국 현지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이튼 선수의 우승을 확실시 하고 있는 분위기다. 첫 날 기록 때문이다. 10종 경기 중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종목은 멀리뛰기(long jump)다. 선수들이 멀리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그 규칙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세밀한 기술 연마해야 좋은 점수 가능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0종 경기로 금메달을 획득한 브라이언 클레이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재단(NSF)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멀리뛰기에 얼마나 많은 기술이 동원되는지 그 세부적인 것들을 시현한 바 있다.
클레이 선수의 멀리뛰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전문 기술자들과 특수 카메라가 동원됐다. 이어 촬영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발구름선에서 도약 시 그 각도가 18~22도 사이인 것으로 측정됐다. 세계적 수준의 멀리뛰기 기록은 이 각도 범위에서 나온다는 것이 NSF 측의 분석.
달리는 기술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빨리 달린다고 전부 좋은 기록이 아니라 리듬을 타야 했다. 리듬감은 모래판으로 몸을 내던지기 전 발구르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리듬감을 끌어 올리면서 최종 발구르기에서 강한 탄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어떻게 리듬를 탈지에 대한 판단은 선수들 몫.
클레이 선수는 모래판 위로 몸을 내던지기 전 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는 발구름선이 선수들을 괴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록을 위해 달려야 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이 발구름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
모래판으로 몸을 내던질 때도 특별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마치 새총을 쏘듯이 몸을 내던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 몸을 내던진 후에도 남다른 공중 자세와 착지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10종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철인(鐵人)들에게 큰 부담감을 주고 있는 기술들이다.
그러나 이번 10종경기에서 미국 이튼 선수 멀리뛰기 기록은 비교가 안될 만큼 높은 편이다. 1천68점으로 멀리뛰기 2위인 벨기에 한스 반 알펜 선수(970점)보다 98점이나 높다. 미국인들이 이튼 선수를 올림픽 사상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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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8-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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