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시드니에 위치한 호주 박물관(Australian Museum)에서 '심해 탐험'을 주제로 대중강연회가 있었다. 강사는 호주 박물관 소속의 네리다 윌슨 박사.
윌슨 박사는 이 강연에서 심해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과 서식지에 대해, 또 심해 발견의 역사와 이를 가능케 해 준 기술 발달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또 앨빈(Alvin) 잠수함을 타고 열수공(hydrothermal vent)을 탐사했을 때의 자신의 흥미진진한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윌슨 박사의 강연을 요약했다.
유인잠수함과 무인잠수함
19세기 말 벨기에의 어거스트 피카르 박사가 잠수함 'FNRS 2호(별명: 바티스카프)'를 만든 이래, 가장 널리 알려진 잠수함은 1964년 출항한 미국의 'DSV 2호(별명:앨빈)'일 것이다.
앨빈은 5천여 회가 넘는 잠수기록을 자랑하며 아직까지도 과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1977년에는 동태평양해팽(East Pacific Rise) 탐사에 나섰던 미국 우즈홀 해양 연구소 과학자들이 앨빈호를 타고, 해양 생태계의 보고인 열수공을 최초로 확인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무인잠수정이 있어 과학자들이 굳이 심해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다. 실험실에서 모니터 앞에 둘러앉아 편하게 연구만 하면 된다. 무인잠수함들이 심해에 내려가 카메라로 이미지를 전송해 주고, 로봇팔을 이용해 과학자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샘플들을 채취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수정을 타고 직접 내려가 심해를 체험하고 오는 것은 모든 해양 과학자들이 꿈꾸는 일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심해 동물들
윌슨 박사와 같은 해양생물 과학자들이 심해에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거나 무인 잠수정을 보내는 이유는 대부분 심해 동물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동안 인간세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심해 동물의 존재가 알려지게 된다.
과거 사람들은 심해에 생물이 살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심해에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으며, 이 동물들은 붉은색 계열의 몸체를 가진 경우가 많다. 100m 이상 깊은 바다로 들어가면 붉은색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고, 대신 푸른색이 잘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해 생물체의 눈은 점점 푸른색에 적응해 진화해 왔다. 때문에 붉은색 계통은 심해에서 잘 보이지 않는 보호색이 된다. 심해 사진 속 형형 색색의 연체동물들과 관벌레들은 실상 바닷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심해 동물의 사진은 '조명발'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윌슨 박사에 따르면 심해 연체동물들이 형광색을 많이 띠는 이유는 이들이 형광물질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기 때문이다. 윌슨 박사는 연체동물들의 껍질과 형광물질 구조가 어떻게 함께 진화해 왔는지 밝히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심해는 오염되지 않았을까?
윌슨 박사는 앨빈호 탑승을 비롯해 다양한 심해탐사에 참여해 왔다. 보통 사람들은 환경 오염문제가 심해에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윌슨 박사에 따르면 심해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은 놀라울 정도다.
태평양 카라카스에서 무인탐사선을 이용해 샘플을 채취했을 때 몇천 미터 심해에서 비닐봉지가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것이 보였을 정도다. 오염물질들이 해저 퇴적 이외에도, 화석연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해수(海水) 산성화 문제도 심각하게 제기된다.
호주 박물관 '심해 기획전'에 대해
필자가 찾아간 호주 박물관은 1827년 설립된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과학관련 전시, 교육,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다.
또한 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전시 주제와 관련된 저명 과학자들의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인 '심야 대담(Night Talk)' 프로그램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중강연회는 심해 기획전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전시회에서 다루지 못한 깊이 있는 내용을 전문가에게서 직접 듣고 질의·응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호주 박물관의 심야 대담행사(Night Talk)는 1972년에 시작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호주 박물관의 샤넬 모스 씨는 "성인들이 퇴근 후에 참석할 수 있는 저녁 시간 대에 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직접 전문가와 대면하여 질의·응답할 수 있다는 점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면서 오랜 동안 이 행사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강연 시작 전에 박물관 로비에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박물관 기획자인 잉그리드 베넷 양에 따르면 관람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 이날 강연회 전에는 호주산 와인과 과자가 제공됐다.
지난 6월 16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4일까지 열리는 심해기획전에 참가하는 관람객들은 심해에서 찍은 신기한 동식물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으며, 5m 크기의 대왕오징어 모형과 최초의 심해 잠수정 '바티스카프'를 본뜬 모형도 직접 볼 수 있다.
호주 박물관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공식홈페이지(http://australianmuseum.net.au)에서 확인 가능하다.
- 박소현 객원기자[호주=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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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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