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2-08-03

학생 스스로 푸는 뱀장어 수수께끼 2012 주니어닥터, 과학의 시작은 세밀한 관찰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청소년 과학체험 프로그램인 ‘2012 주니어닥터’가 8월 1일 충남대학교 내 위치한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인 ‘뱀장어의 수수께끼’를 만나기 위해 이곳 전시실에 들어서니, 강의 시간 중 학생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종이와 펜을 들고 전시실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학생, 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학생, 수업 담당 교수님 옆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 물어보는 학생 등 ‘각자’의 방식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 

▲ '2012 주니어닥터' 의 자연사박물관 수업에서 학생들이 물고기를 관찰하고 정교하게 그리고 있다. ⓒScienceTimes

일반적인 강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물고기들을 그리고 있었는데 학생들의 그림은 무척 정교했다. 물고기의 비늘 하나, 지느러미, 꼬리와 몸통의 선 등을 놓치지 않고 실제 물고기와 거의 동일하게 그려나갔다.

모범답안 아닌 창의력 수업으로

이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물고기 모습을 정교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중시여기는 이태원 교수 교습법에 의한 것이다. 이 교수는 영재교육을 오랫동안 진행해 온 만큼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학생 각자가 진정으로 체득(體得)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이날 수업 역시 ‘관찰’을 주제로 진행했다. 사실 당초 수업 계획안은 이 교수의 전문분야인 뱀장어에 대한 설명을 강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참가한 학생들의 뱀장어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는 것을 알고 과학의 기초인 ‘관찰’부터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맞았다. 학생들은 물고기 관찰을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고기를 가까이서 볼 기회도 적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었던 아이들이 바로 코앞에서, 물고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놀림을 바쁘게 움직였다.

관찰한 물고기를 그리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저마다 혼잣말이 터져 나왔다.

“눈이 옆에 있었네?”
“지느러미가 이렇게 많았어?”
그림을 그린 후 교수님에게 검사를 받는 것도 스스로 척척 이었다. 학생들은 ‘잘 그렸다’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겠지만, 이 교수는 추상적인 말로 칭찬을 하기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학생들과 다시 그림을 고쳐 그렸다.

▲ 이태원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교수가 학생들의 그림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고 있다. ⓒScienceTimes

“잘 보면 꼬리가 위로 날렵하게 올라간 걸 볼 수가 있지? 배 쪽을 자세히 보면 그림에서만큼 많이 쳐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눈은 앞이 아니라 옆에 달려 있잖아. 자세히, 정확하게 보고 그리도록 해 봐”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학생들의 그림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되짚어줬다. 자세한 설명이 지루하지 않은지, 학생들은 물고기 한 마리를 붙들고 지웠다 그렸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수업을 들은 오소이(수리초, 5) 학생은 “물고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이라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렇게 생겼는지 그동안은 몰랐다”고 전했다.

고윤석(용남초, 6) 학생 역시 “물고기가 그냥 알던 것과는 많이 달라 관찰을 할수록 놀랐다”며 “지느러미나 눈, 입모양 모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관찰이 이토록 중요한 것인지 이번 수업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수업과 관련해 이 교수는 “현재 우리 과학교육의 대부분이 모범답안을 알려주는 것 중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에서 만큼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마음대로 생각할 수 있는 창의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수업의 주목적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관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입식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학생들 스스로가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뱀장어 생각하며 환경도 지켜요”

관찰 수업 이후 학생들은 강의실로 장소를 바꿔 친환경 가방을 만드는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충남대 자연사박물관 백경순 에듀케이터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 수업은 회귀성 어류라는 뱀장어의 특성을 바탕으로, 환경보존 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환경이 바뀌면 뱀장어가 회귀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가 내포된 수업이었다.

▲ '2012 주니어닥터' 의 자연사박물관 수업에서 학생들이 염색종이를 오려 가방을 꾸미고 있다. ⓒScienceTimes

수업은 100% 면으로 만들어진 천 가방에 염색 색종이와 크레용으로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가방을 꾸미는 방식이었다. 색종이를 이용해 1부 시간에 관찰한 물고기 생김새를 바탕으로, 가방 겉면을 바다속 모습이나 물고기 모양 혹은 자유로운 상상으로 치장하는 것이었다.

백 에듀케이터는 “뱀장어는 회귀성 어류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바뀌면 원래의 장소로 찾아오지 못한다. 때문에 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체험학습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가방은 학생들이 매일 갖고 다니는 것인 만큼 볼 때마다 환경의 의미를 상기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것에 특별한 의미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색종이 역시 염색종이로, 가방에 염색시키면 좌우가 바뀌게 돼 과학적 의미를 또 한 번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의를 접한 권태형(대서중·3년) 학생은 “1부 시간에 본 물고기와 뱀장어를 통해 가방을 만드니 재미있다”며 “뱀장어들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모든 과정이 끝나자,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소감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한 학생은 “뱀장어에 대해 그동안 잘 몰랐는데 뱀장어가 물 수가 없어 이빨로 찍어 피를 빨아먹는다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수업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 물고기 관찰과 뱀장어의 특징에 대해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2-08-03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