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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7-17

원유시추 드릴십 기술… 한국이 최강 3천658m 시추 가능 드릴십 개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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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추선에는 잭업(Jack-up), 반잠수식시추선(Semi-submersible), 드릴십(Drillship) 등이 있다. 잭업은 육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연안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작업 수심은 대략 150m 정도다. 이동할 때는 떠다니고, 작업할 때는 다리를 내려 해저 지반에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반잠수식시추선과 드릴십은 심해용이다. 반잠수식시추선은 파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닷물에 반 정도 잠기도록 만들어진 선박이다. 따라서 풍랑이 심한 해역에서 흔들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점, 빈약한 적재량 문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북극해 작업용 드릴십. 선체 두께가 4㎝에 달하며, 기자재를 보온 처리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사상최고가인 9억4천200만 달러에 수주, 인도해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중공업

반면 드릴십은 기동성과 많은 적재량, 시추능력을 동시에 갖춘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업계에서는 ‘드림십(Dreaamship)’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시추선으로서 잭업, 반잠수식시추선과 비교해 그 기능이 놀랍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육지 석유 고갈로 드릴십 수요 늘어나

한국은 드릴십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0척을 모두 수주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시추기업인 엔스코로부터 극심해용 드릴십 1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드릴십 6척을 수주했는데, 여기에 옵션 2척까지 미리 확보해 동종업계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특히 지난 2008년 사상최고가인 9억4천200만 달러에 수주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 인도한 이 세계 최초의 북극해 작업용 드릴십은 선체 두께가 4㎝에 달하며, 기자재를 보온 처리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 1960년대 이후 심해해저 시추 기록. 기술이 발전하면서 4천572m까지 시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전체적인 경기하강 국면 속에서 이처럼 드릴십 수주가 늘고 있는 것은 최근 에너지난과 무관하지 않다. 육지와 천해(淺海: 얕은 바다)에서 캐내던 원유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에너지 회사들이 심해(深海: 깊은 바다) 원유를 찾아 나서면서 드릴십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박중흠 부사장은 지난 13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제110회 조찬집담회에서 한국의 해양시추 시스템을 설명하며 “국내 조선업체들이 드릴십 분야에서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기술들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드릴십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인력과 선박건조 경험이 축적돼야 하는데, 한국 조선업체들이 이 인력과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드릴십 분야에서 이처럼 기술축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중심의 경영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대신 맞춤형 혁신기술로 세계시장 주도

1800년대 이후 세계 조선 산업을 주도한 것은 영국이었다. 영국은 이전의 목조범선 기술에서 탈피, 리벳(rivet)으로 강철판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강철군함을 만들어냄으로써 세계 조선 판도는 물론 해양군사력 판도를 제패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일본이 등장했다. 일본은 리벳 건조 대신 용접을 사용했다. 1950년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용접·블록 공법을 적용해 배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자동화설비와 표준선 생산 개념까지 도입하면서 원가가 대폭 줄어들었다.

싼 값에 좋은 배를 수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세계 조선 발주가 일본으로 몰려들었고, 일본 조선 산업의 전성기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이 등장했다. 한국은 가격경쟁에서 일본을 누를 수 없다고 보고 일찍부터 기술 중심의 경영전략을 펴나갔다.

선박의 대형화, 고속화 등을 추구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배 만들기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기술 인력도 대폭 늘렸다. 다양한 선박 설계 기술을 확보해나가면서 영국, 일본에 이어 세계 조선산업을 제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성중공업 박 부사장은 “향후 조선시장은 빠른 시장변화에 따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공법에 의한 맞춤설계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기업 미래가 달려 있으며, 지금까지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이 맞춤형 설계기술에 있어 강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10년 4월 20일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유출 사고 이후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드릴십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이 돌발 상황에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기술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에서는 1만 피트(3천48m) 이하 해양에서 시추작업을 하면서 폭발상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대규모 기름유출을 수습할 수 있는 드릴십을 설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시추가 시작된 것은 고대 중국에서 우물을 개발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19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인 시추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인도 동부해안 1만300피트(3천139m) 심해 해저에서 원유를 캐내고 있다.

박 부사장은 현재 삼성중공업에서 1만2천 피트(3천658m) 심해 해저를 시추할 수 있는 드릴십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시추기술 발전으로 1만5천 피트(4천572m) 심해 해저 시추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7-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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